그들의 귀잠터, 중앙묘지
일요일이 이렇게 좋은 줄 몰랐다, 늦잠에 폭 빠져 해맞이를 안 해도 되니. 요 며칠, 새벽과 밤을 열고 닫는 시각이 아무래도 내 몸엔 무리였나 보다. 오후에야 몸을 편다. 작년 여름, 자국을 날려보냈던 비엔나 중앙 묘지가 오늘의 산책터다. 기호 덕에, 필름 카메라로 열심히 만들었던 흔적을 보낼 수 밖에 없었던 바로 그곳. 집에서 20분, 금세 담장 길게 늘어선, 드넓은 그 앞이다. 여기도 단풍이 곱다. 작년 여름의 싱그러움 대신 원숙한 가을 아름다움이 한창이다. 중앙 묘지는 1894년, 빈 시내에 흩어져 있던 5곳의 묘지를 한데 모아 조성한 곳으로, 묘지라기보다는 평온한 공원 같다. 유명한 음악가와 저명 인사들, 그리고 오래된 빈 시민들이 귀잠에 여념 없다. 지난 번처럼, 함께 모여 잠든 음악가들을 유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