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04~08) (194) 썸네일형 리스트형 크로아티아 4 : 트리에스테 너머 지난 3월 마지막 일요일부터 실시됐던 유럽 서머타임이 해제되는 날이 오늘이다. 덤으로 1시간을 거저 얻은 기분. 아침식사를 하는 동안, 호텔 식당 사방에선 독일어가 끊이지 않는다. 대부분 독일어권 나라에서 온 여행객들이다. 아침 바다를 산책하고는 전날 다 못 고른 기념품을 사러 기념품점에 들렀다. 9시도 안 되는 시각인데 오픈한 가게가 있다. 머리 희끗한 여주인은 재빨리 영어를 뱉어가며 자기 물건들을 자랑한다. 당연히 일찍 일어나는 새가 먹이를 먼저 발견하는 법. 가게 주인의 상술에 휘말려 기분좋게 두 개나 고른 우리~ 호텔로 돌아와 체크아웃을 하는데 직원이 영어와 독일어 중 편한 쪽을 묻는다. 흠, 그대는 둘 다 능통하단 말이지. 돌아나오는 호텔 주차장엔 오스트리아 번호판을 단 승용차가 가득하다. 이젠.. 크로아티아 3 : 그 바다, 모스체니츠카 오파티아 해변에서 늘씬한 여인이 유람선 승선 안내를 하고 있다. 오랜만에 유람선 한번 타 볼까나. 게다가 어린이는 무료라는데. 자그마한 유람선에는 독일어가 가득하다. 승선객 중 서양인 아닌 이들은 우리와 동남아 사람들 뿐. 아무도 시끄러운 이들이 없는데 젊은 동남아인 넷만 물색없이 떠든다. 나즈막한 산 아래 해안엔 가을 그림이 연속되고 유람선이 뿜어내는 물거품은 바다에 떠밀려 이내 흩어진다. 세련되지 않은 스피커에선 이탈리아 노래가 흥을 돋운다. 우리 먹고 싶은 것 말하기 할까. 자장면, 만두, 냉면, 활어회, 전복죽... 천천히 1시간을 물 위에 떠서 이른 곳은 이름도 어려운, 모스체니츠카 드라가. 작은 어선 떼와 관광용 보트가 쉬고 있는 곳을 지나면~ 이렇듯 고운 자갈 해변이 등장해준다. 낮지 않은 .. 크로아티아 2 : 리예카의 가을꽃 늘 새벽부터 부산 떨던 아침이 여행지에선 역시 느슨하다. 깔끔하게 차려진 맛있는 아침을 먹고 올려다본 하늘은 어제보다 한결 청명하다. 이젠 버스 타러 가야지. 호텔 직원이 적어준 버스 시간에 맞춰 정류장에 도착해서 버스에 오르며 행선지를 확인하니 아니란다. 건너편에서 타야 한다며 친절히 알려주는 버스 차장(?) 아저씨. 비엔나에도 있는 ㄱ자로 꺾어지는 굴절 버스다. 아침이라 군데군데 자리가 비어있어 얼른 골라잡아 안착하니 버스는 해안으로만 달린다. 오른쪽 시야에 들어오는 멀고먼 바다가 끝이 없다. 30분을 달려 다다른 곳은 오파티아보다 큰 항구 도시 리예카다. 대로 가까이엔 선착장이 길게 이어지고 그곳엔 큰 배들이 그득하다. 이곳에도 해변이 있을 듯한데... 밝은 톤은 아니어도 한길의 건물들은 중세를 벗.. 크로아티아 1 : 아드리아 품은 오파티아 지난 여름 나폴리 바다를 보았음에도 이상스레 바다에 목말랐었다. 가을이 던져놓은 메마름 때문에 몸 속 물기가 빠져나가는 중이었을까. 바다로 떠나기로 한 것은 그즈음이었다. 떠나는 아침은 여느 아침보다 더 분주하다. 전날 밤, 하늘에 달무리가 일더니 아침 길은 변덕의 집합체이다. 흐리다가 빗방울이 보이다가 햇살이 내리쬔다. 오스트리아 그라츠와 클라겐푸르트를 지나 국경을 넘어 슬로베니아로 들어가니, 국경에서 100m도 채 안 되는 거리에 통행 요금 징수하는 곳이 있다. 오스트리아와는 다르고 우리나라와 비슷한 체계다. 오스트리아의 고속도로는 구간별로 통행요금을 내는 것이 아니라 운행 기간에 따라 자율적으로 통행권을 부착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데, 1년치 요금이 70유로(9만원) 정도이니 우리나라보다 훨씬 저.. 바보 같은 가을 가을이다, 빼도박도 못하게 푸르기만 한. 비엔나 근교의 마이어링엔 고달픈 이야기가 전해진다. 프란츠 요셉 황제의 아들 유부남 아돌프는 17세의 베세라와 사랑에, 아니 불륜에 빠져 황실의 사냥터였던 이곳 수렵관에서 둘이 함께 세상을 버렸다 한다. 마이어링 부근의 하일리겐크로이츠도 가을이다. 수도원과 지방자치 사무소에는 꽃과 신록과 낙엽이 공존한다. 뫼들링의 하늘도 높푸르다. 수목이 빛깔을 바꾸듯 사람들의 낯빛에도 가을이 그려져 있다. 도로에서 만난 어느 차량의 스포츠음료 광고 대형 캔에도 가을이 실려있고 작은밥돌 학교 앞 주차장의 고독한 1인 승용차도 가을을 앓고 있다. 그제 입금한 은행 계좌 입금증(이 나라는 통장 없이 계좌번호 적힌 카드만 발급)을 우연히 어제 다시 확인한 바, 계좌번호와 금액은 일치하.. 안녕, 버디베어 더할 수 없이 청명한 가을의 주말~ 마음으론 멀리 쏘다니고 싶은데, 바쁜 큰밥돌 일과에 맞추려니 몇 시간도 감지덕지다. 비엔나 1구 칼스교회 광장에서 열리는 버디베어 전시회를 마지막날 오후에야 찾아보는 이 게으름의 극치. 입구엔 전시 안내 입간판 둘이 어여쁘게 나란히 서 있다. 9월 1일에 개장했으니 한 달이 넘었네~ 2002년 베를린에서 시작된 버디베어 전시회는 유엔 회원국 124개국 124명의 예술가들이 조국의 혼을 담아 제작한 곰 조형물을 전시하여 세계 극빈 지역 어린이를 돕기 위한 기금 조성에 그 목적이 있다고 한다. 홍콩, 이스탄불, 동경, 시드니 등에서도 전시를 했으며 서울에선 2005년 올림픽공원에서 버디베어 전시회가 개최되었다고 한다. 전시장 입구의 대표 곰돌이가 들고 있는 건 역시 사랑,.. 샤프베르크에서 잘츠카머구트 볼프강호수의 상트 볼프강. 9월, 샤프베르크로 오르는 산악 기차역~ 경사지고 좁은 기찻길을 30분을 올라올라 마주친 절경, '1743m'와 '360도 파노라마'는 사실이었다 . 산 여기저기를 폴짝거리고 다녀도 사방 어디서나 보이는 호수들과 알프스 산들. 저 먼, 또 가까운 알프스와 그 아래 커다란 호수들과 하얀 물결 같은 구름이 그림처럼 안긴다. 도저히 카메라에는 넣을 수 없는 눈에 처음 담는 그림 아닌 그림. 하늘 빛깔마저 수채 물감을 채색한 날이다. 체코 : 깊은 최면, 체스키크룸로프 마음이 휘날렸던 건 잠시일 뿐이었는데, 아직도 '체스키크룸로프'라는 최면에 빠져있는지. 한인성당 소풍에 끼어 '체스키크룸로프'로 간 9월 초. 체코의 자그마한 마을, 체스키크룸로프는 1992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소박한 곳이다. 크룸로프 성을 비롯하여 대부분의 건축물들이 중세 15-18세기에 지어진 바로크와 르네상스 양식이다. 그들 위를 군림하던, 또 그들의 깃발이기도 했던 영주의 성인 크룸로프 성. 물가엔 그곳의 시간들이 고스란히 남아있고. 초가을답게 높푸른 하늘~ 젊고 절도 있는 귀족이 향 좋은 차를 마시던 성 안 창가에도 연붉은빛 꽃송이는 유유히 피어있다. 성에서 내려보이는 아름다운 중세 마을. 성과 마을을 분리하는 듯하면서도 둘러싸고 흐르는 블타바강~ 운하보다 더 좁은 저 물들을 강이.. 이전 1 ··· 8 9 10 11 12 13 14 ··· 2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