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04~08) (194) 썸네일형 리스트형 그리스 1 : 신화를 찾아서 오늘 아침 하늘도 봄답다. 부활절 방학과 휴가가 한창인 요즘이라, 떠나는 사람들이 많으리란 예상을 하며 공항으로 향했다. 역시나 시내와 외곽 도로 모두 한산하고 공항은 인파로 북적인다. 기내에서 2시간을 보내자 비엔나보다 1시간 빠른 아테네가 보인다. 상형 문자 같은 안내판을 보니 비로소 그리스라는 실감이 든다. 아테네로 날아오면서 3시간(비행2시간, 시차1시간)을 떠나보내고 짐 찾는 데에도 30분이나 날려보냈다. 아테네 공항도 사람들로 북적이기는 만만치 않은데 벌써 오후 2시가 훨씬 넘어있다. 아테네 공항에서 예약 호텔이 있는 오모니아 광장까지는 공항버스로 신타그마까지 움직인 후 그곳에서 버스를 갈아타야 한다. 어느 정도 각오한 일이지만, 'E95'라고 쓰여진 공항버스 맨 뒷자리에서 바라보는 아테네 시.. 하이든 생가, 로라우 며칠동안의 '흐리고 비' 에서 벗어난 일요일 아침 하늘은 완벽하게 맑은 하늘색이다. 눈 뜨니 아침 6시, 휴일 아침의 이른 기상이 아까워 억울하기만 한데 유럽 일광절약시간제의 시작으로 6시 아닌 7시가 되어버렸다. 빈에서 40km 떨어진 작은마을 로라우. 이곳에 고전주의 음악가인 하이든의 생가가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가 봐야지~ 목수의 아들로 태어난 하이든은 어릴 적부터 음악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지만 가난한 하이든의 부모는 그를 후원할만한 능력이 없었고 최초의 후원자인 사촌을 따라 6세의 어린 나이에 집을 떠난다. 빈 슈테판 성당의 성가대원, 보헤미아 백작 모르친의 음악교사를 거쳐 오스트리아 귀족인 에스타르하지 후작의 악단 감독이 되면서 하이든의 명성은 전 유럽으로 알려지게 된다. 소박한 대문을 열고 .. 봄날은 온다 3월 첫 금요일, 작은 축하연에 갔다가 무르익은 분위기 탓에 기름 몇 방울을 뒤집어쓰고 말았다. 어른들의 자리가 재미없었는지 들락거리기만 하던 작은밥돌도 놀라고. 그뒤 별다른 일도 없었건만 주니어스위트룸 숙박권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3월 첫 주말, 큰밥돌 회사가 법인회원으로 있는 골프장엔 사람들의 움직임이 드물지 않다. 어느 중년부부의 매무새엔 정다운 포근함이 흐르고 주변 포도밭에는 비 젖은 봄이 움튼다. 골프장이 살짝 내려보이는 곳에 자리한 예쁜 호텔~ 아, 그 어디에도 비할 수 없는 이 상쾌함. 그러나 낯선 하룻밤이 겸연쩍었는지 작은밥돌의 몸뚱아리는 나른해지고 있었다. 며칠을 앓고난 녀석에게 찾아온 나른함의 다른 정체는 바로 봄이었다. 녀석에게도 봄날은 오고 있다. 감기에 걸려 학교에 가지 못한.. 그녀들의 속마음 이번 주초, 종영을 코 앞에 둔 드라마 '주몽'의 한 장면. 고구려 황후인 소서노는 십수년 만에 나타난 주몽의 첫 아내인 예소야에게, 예소야가 마땅히 황후 자리에 앉아야 한다 말하자 예소야도 이에 질세라 자신은 아들에게 아버지를 찾아주고 싶었을 뿐, 몸을 추슬렀으니 곧 궁을 떠날 것이라는 뜻을 전한다. "흠, 고구려 황제의 두 아내가 다 황후 자리를 마다한단 말이지? 그럼, 내가 가야겠군." 우스개로 던진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얼른 큰밥돌이 답변을 한다. "가라, 가, 가라고~" "그럼 지금 즉시 타임머신 대령하렸다. 1분 내로 타임머신을 준비 못하면 네 목을 칠 것이다!" 드라마 속 이 두 여인네가 나눈 대화는 진심일까. 길고도 험난한 여정에서 지대한 역할을 하며 이제는 귀하디귀한 자리에서 근심없이 .. 자연사 박물관에서 19세기 초, 오스트리아 전성기에 건립된 빈 자연사박물관엔 숨가쁘게 이뤄온 인류와 동식물과 광물의 이력이 담겨있다. 입구에 발을 디디면 웅장한 외관 못지 않은 호화로운 내부 장식은 부푼 기대를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 마음 사로잡는 아름다운 돌들 구경이나 해볼까나. 광물 전시실 초입, 원석 그대로의 자수정들의 투명하고 오묘한 보라빛은 마음을 활력으로 채워주는 기특한 녀석이다. 머어먼 옛날엔 바다였던 소금광산. 그 암염이 입에 넣기 아까울만치 곱다. 69kg짜리 금덩어리를 보는 순간 머릿속에선 무한대의 숫자가 돌아가고 있었다. 한 돈이 3.75g이니 과연 몇 돈이며 화폐로는 도대체 얼마가 되는 건지. 법정스님은 '무엇인가를 채웠을 때보다 비웠을 때의 충만감'을 진실하게 부르짖었으나 내 마음은 아직 그 충만감.. 체코 : 체코의 겨울 선물 흐린 휴일, 체코 국경 넘어 또 1시간. 완만한 언덕 길에 눈이 날린다. 522m 언덕의 '텔츠' 광장엔 16세기에 지은 색색의 건물들이 오도카니 서 있다. 광장에 아무렇게나 뭉쳐 몰아놓은 눈덩이와 세찬 눈발 쏟아지는 잿빛 하늘은 감출 수 없는 텔츠의 겨울을 선연히 드러낸다. 논과 밭과 세상에 난 길이란 길들이 마을에 들어서며 조용히 끝나고 내가 걸어온 길도 뒤돌아볼 것 없다. 하얗게 눕는다. - 김용택, '눈 오는 마을' 중에서 - 뿌연 눈발 속으로 호수 너머 텔츠 성과 성당이 아득하다. 오스트리아 들어오기 직전의 국경 마을 '슬라보니체'에서도 겨울 중턱을 구르는 눈뭉치들이 앞을 막는다. 흰빛 사그라들어 잿빛 도는 눈뭉치엔 어린 날 옆집 녀석의 선한 웃음이 맺혀있다. 남의 국경을 넘나들며 회상의 긴 실.. 쉼표 아닌 쉼표 '아까 서울로 전화를 했더니.'하면서 시작되는 큰밥돌의 말. '왜, 무슨 일 있대?' ' OO가 힘든가 봐, 농담처럼 비엔나로 좀 불러달라네.' '우와, 그럼 잘 됐다. 내가 서울로 가고, OO가 비엔나로 와서 밥 하면 되겠네~' 다시 요상한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여행 다녀온 지 시간이 좀 흘렀거나 해가 지나치게 일찍 떨어지거나 몇날 며칠 날씨가 비실거리거나 많아진 집 안 일 때문에 버틸 수 없을 때 어김없이 나타나는 증세다. 귀찮고 짜증스럽고 삶이 싫어진다. 해 짧은 요즘 같은 때에 새벽 5시 반에 일어나는 것은 분명 힘에 부친다. 새벽부터 밥상 차리고 도시락과 간식 챙겨주는 것도 힘겹다. 아이 등하교 시키는 것도, 공부 봐주는 것도 쉽지 않다. 서울 살 때는 결혼 후에도 12년이나 직장생활을 지.. 겨울, 상트 길겐 눈 많이 내리는 오스트리아에 올 겨울처럼 눈이 내리지 않은 건 드문 현상이라 한다. 비엔나에는 12월에 두어번 찔끔 내리더니 그뒤론 무소식. 보름 전 주말, 눈이 그립다는 큰밥돌 말을 따라주기 위해 눈 쌓여있는 잘츠카머구트로 예정 없던 짧은 일정을 만들고 말았다. 그러고보니 겨울 잘츠카머구트는 처음이다. 겨울답지 않은 기온 탓에 녹아 질퍽거리던 고사우제의 눈. 그런대로 눈 구경에 눈이 즐겁다. 금세 어두워지는 겨울. 볼프강제를 끼고 있는 마을 중 늘 스치기만 했던 상트 길겐을 하룻밤 몸 누일 곳으로 정했다. 그런데, 제대로 맞춘 즐거운 장날이다. 광장과 성당 앞에선 퍼포먼스가 열리고 있다. 광장은 어둠 속 축일을 즐기는 사람들로 메워져 있다. 흐린 아침이어도 그 공기만은 상쾌하다. 인적 없는 소박한 거리.. 이전 1 ··· 6 7 8 9 10 11 12 ··· 2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