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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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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3 : 로마의 휴일 어제 다리를 너무 혹사시켰나 보다.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지리라 여겼던 몸이 여전히 천근만근이다. 겨우 하루 돌아다니고 이러니 남은 며칠을 어찌 한담. 오늘은 예정대로 바티칸이다. 전 세계 카톨릭의 총본산인 산 피에트로 성당과 이탈리아 미술의 핵심인 바티칸 박물관이 있는 곳. 비가 내린다는 예보도 있어서 덥지 않고 다행히 바람 서늘한 아침이다. 테르미니역으로 나가 바티칸 행 버스에 올랐다. 어제 걸어다녔던 거리들이 눈에 들어온다. 버스에서 내려 로마 안의 작은 나라 바티칸에 들어서자, 드넓은 광장과 함께 검색대가 사람들을 삼킨다. 그리고 여기저기 눈에 띄는 경찰들. 박물관 입장 첫 관문인가 했는데, 그곳은 박물관이 아닌 산 피에트로 성당이었다. 일정이 뒤바뀌었지만 들어왔으니 성당 먼저 살펴보기로 했다. 그..
이탈리아 2 : 콜로세움 속에서 생각보다 일찍 눈이 떠졌다. 성능 괜찮은 에어컨 덕에 밤엔 더위와 싸우지 않아서인지 몸이 제법 가볍다. 호텔에서의 간단한 아침 식사를 마치고 선크림과 선글라스, 모자로 중무장을 한 후 테르미니역으로 향했다. 8시 조금 넘은 시각인데도, 쏟아지는 햇살이 꽤 부담스럽다. 역에 설치된 자동 발급기에서 모레 아침에 떠날 나폴리행 승차권을 발권한 후, 지도 따라 열심히 걷는다. 디오클레치아노 욕장 앞을 지나 공화국 광장으로 가려는데, 횡단보도를 찾을 길이 없다. 다른 사람들의 행태를 보니 와, 무단횡단이 대세다~ 경주하듯 쌩쌩거리며 달려드는 자동차들을 피해서 길을 건너고 복잡한 거리를 걸어 이른 곳은 퀴리날레 언덕이다. 오벨리스크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쌍둥이 조각상이 있는 이곳엔 대통령 관저도 자리해 있다. ..
이탈리아 1 : 로마 가는 길 로마 행 항공기의 출발 시각은 늦은 오후인 6시. 오랜만의 긴 여행이라 아침부터 마음이 들썩거린다. 큰밥돌이 출근한 사이, 집에 남은 우리 둘은 6일 간의 이탈리아 여행에 필요한 짐을 챙기고 저녁으로 먹을 유부초밥과 과일, 음료까지 가방 한 구석에 채워 넣으니 준비 완료. 집에서 비엔나 공항까지는 승용차로 30분 거리. 5시가 거의 다 되어 도착한 공항은 늘 그렇듯 한가하다. 금세 수속을 마치고 우리가 탑승한 항공기는 유럽 저비용 항공. 4개월 전에 재빨리 예약했기에 상상할 수 없이 저렴하다. 게다가 버스나 지하철처럼 지정 좌석 없이 아무데나 앉아가는, 이 항공기만의 재미있는 황당함~ 남서쪽으로 1시간 반을 날아 다다른 고대 유적 도시 로마. 첫 인상은 재작년의 베니스처럼 후끈하고 소란스럽다. 공항에서 ..
사랑은 택시다 사랑은 택시다. 버스는 기다리면 오지만, 택시는 반드시 자기가 잡아야 하고 비가 오거나 날씨가 궂은 날엔 더 기다려진다. 또, 내릴 때는 반드시 탄 만큼 대가를 지불해야 하고 타고 온 시간이 길면 길수록 더 많은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그리고, 합승은 불법이다. - 가져온 글 - (합승은 불법, 맞네요.) 어제 오후, 저녁을 먹기 위해 베란다에 전기그릴을 펴는 순간, 난데없이 경찰 둘이 집 대문을 밀고 들어왔다. 여행 떠난 아래층 집에 용무가 있나 하는 막연한 생각으로 고개를 내밀었더니, 2층 우리집을 향해 무어라 내뱉는다. 마당으로 내려간 큰밥돌에게 던진 경찰의 첫 질문. "당신 총 있쓰?" 사연인즉, 어른 둘이 베란다에 있을 때 작은밥돌이 거실 창문으로 뒷집 마당 나무를 겨냥해서 장난감 권총을 발사했..
잘츠 거닐기 가깝지만은 않기에 늘 그립기만 한 곳, 지난 주말을 채웠던 곳, 잘츠.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무대인 잘츠부르크의 미라벨 정원이다. 매년 수만송이의 꽃들이 심어지고 매년 수백만 관광객이 스쳐간다. 저멀리 높이, 요새 구실을 했던 호헨잘츠부르크성의 위용도 미라벨을 빛내준다. 오래되어 더욱 아름다운 게트라이데 거리. 거리가 생길 당시의 많은 문맹자들을 위해 간판엔 각 상점의 특징이 그대로 그려지고 새겨 있다. 게트라이데 거리를 비껴 걷다보면 만나는, 세계에서 두세번째로 작은 건물이다. 낮은 2층까지 합쳐도 서너평이나 될까. 모차르트가 세례를 받았던 잘츠부르크 대성당은 공사가 한창이다. 뿌연 잘자크 강변에 자리한 모차르트 초콜릿 가게~ 길 가던 할머니 셋이 무언가에 홀려있다. 잘츠부르크 근처의 거대한 호수..
체코 : 프라하의 악사 지난 주말, 어른들 모시고 프라하엘 다녀왔습니다. 봄 축제 행사로 마라톤 대회를 개최하고 있었죠. 구시가 진입도로를 차단하는 바람에 시내를 몇 바퀴나 뱅뱅 돌았는지요. 제일 먼저 간 곳은 프라하 성입니다. 16세기까지 보헤미아 왕가의 궁전이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일부가 대통령 관저로 쓰이고 있는데, 인형 같은 근위병이 눈도 깜빡이지 않고 지키고 있지요. 성 안 한쪽에서 펼쳐지는 거리 악사들의 연주 또한 환상이었습니다. 프라하 성에서 바라본 시내가 무척 아름답습니다. 10세기부터 건축되어 100여년 전에 완성되었다는 성 비타 성당도 그윽하기 그지없습니다. 온통 축제 무대가 된 구시가 광장입니다. 빗줄기가 오락가락하는 중 마라톤의 출발 지점도 이곳입니다. 구시가 광장을 빠져나오면서 바라본 광장이지요. 왼편엔..
아, 마우타우젠 빗줄기 서성이는 일요일 늦은 아침. 떠날 곳을 몇 군데 펼쳐놓고는 마지막에 고른 곳이 빈에서 200km 거리의 린츠다. 린츠에 가까워질수록 강해져만 가던 빗발이 린츠에 이르러서는 사라지는 기이함. 도나우강변에 자리잡은 넓고넓은 중앙 광장엔 전쟁과 페스트의 종식을 감사하기 위해 1723년에 세운 삼위일체 기념비가 먼저 띈다. 광장 곁엔 브루크너가 1856년부터 12년간 오르간 연주자로 있었던 대성당도 보이고, 조금 더 걸음을 옮기면 1783년 베토벤이 제8번 교향곡인 '린츠'를 작곡한 집도 드러난다. 이제 가야 할 곳은 마우타우젠. 린츠에서 15분 거리의 낯익지 않은 지명이다. 역사의 아픈 흔적이 그대로 있는 곳, 마우타우젠 유태인 강제수용소다. 이곳은 오스트리아가 독일에 합병되던 1938년에 만들어진 수..
듀언슈타인으로 푸르름 넘치는 일요일이다. 지도를 요리조리 쳐다보던 큰밥돌이 외친다.자, 가자. 근데, 어디로~ 바카우는 빈 서쪽의 크렘스에서 멜크까지 35km에 이르는 도나우 강변 지역으로 작년에 이미 발자국을 찍었던 곳이다. 995년에 조성되기 시작한 오래된 도시, 크렘스로 먼저 간다. 구시가로 드는 문을 통과하니, 넓지 않은 거리가 매우 한산하다. 500년 넘는 유구한 역사를 가진 성당이 세 개나 있는 이곳에선 16세기에 오픈한 식당과 중세의 건축물들이 흐뭇한 표정으로 사람들을 반긴다 . 크렘스를 살짝 벗어나면 펼쳐지는 도나우강. 바카우의 여러 마을 중 우리의 선택은 듀언슈타인이다. 작년엔 그저 스쳐 지나야 했던 곳. 중세 영국왕이었던 사자왕 리처드가 감금되었던 성이 있는 곳이다. 마을 입구 주변에 포도밭이 끝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