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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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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6 : 추억 더하기 런던 도시 하나 바라보는데 4일은 너무나 짧고 아쉽다. 런던에서의 마지막 날, 일찍감치 아침식사를 끝낸 다음 호텔 체크아웃하기 전의 마지막 여정을 챙겨본다. 이거 지하철역 직원에게 물어보면 안 될까, 어제 우리가 날렸다고 생각한 이 티켓, 혹시 구제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런던도 비엔나처럼 버스나 지하철을 모두 시에서 운영하는 듯한데, 그렇다면 무슨 방법이 있을 것도 같았다. 뭐, 적다면 적은 돈(7파운드)이지만, 쓰지도 못하고 날렸으니 많이 아까웠다. 또, 버스 운행 휴무일임에도 불구하고 크리스마스 연휴라 여행객이 많으리라 짐작할 수 있음에도, 버스승차권 판매기에 안내문 하나 붙여놓지 않은 것은 그들에게도 책임이 있으므로 어제 승차권 발권은 전적으로 우리만의 과실은 아닌 것이다. 그래서 직원에게 물어본..
영국 5 : 휴일, 또 휴일 어제 아침엔 찾지 못했던 버스승차권 자동발매기의 위치를 드디어 발견했다. 지하철보다는 버스가 체질에 맞다는 결론을 내린 후라 주저없이 승차권 일일권 2장을 발권하고 있는데, 지나가는 나그네가 흥얼거리며 한 마디. 오늘은 버스가 다니지 않는다네. 엥, 버스 안 다니는 날이 어딨어, 참~ 그런데, 버스승차권 발권에 성공한 순간, 또다시 지나가는 과객의 친절한 말씀. 오늘은 크리스마스라 버스와 지하철이 다니지 않는단다. 갑자기 머리가 후끈후끈해진다. 그러고보니 오늘 아침엔 도로에서 버스를 못 본 것 같다. 버스 도착 시각을 알려주는 정류장 부스의 작은 전광판을 보니 아무 것도 쓰여있지 않다. 그럼 지하철 역으로 가보자구. 1분도 안 되는 거리에 위치한 지하철 역은 출입구가 셔터로 완전히 봉쇄되어 있었다. 그 ..
영국 4 : 템즈강변에서 사진에서 본, 또 멀리서 본 웨스터민스터 사원은 백자 같은 흰색이라 여겼는데, 가까이 보니 세월과 역사가 밴 빛깔이다. 영국 국교회의 대표 웨스터민스터 사원은 8세기에 세워졌으며, 여러 번의 개축을 거쳐 지금의 양식이 되었다고 한다. 같은 고딕 양식이라 그런지 파리 시테섬의 노트르담 성당과 많이 닮은 느낌이다. 11세기 이후로 왕들의 대관식 장소로 쓰이고 있는 이곳도 가는 날이 장날이다. 크리스마스 행사로 출입이 제한되고 있다. 비엔나엔 도나우강이 흐르고 파리엔 센강이 물결 치며, 템즈강은 런던을 가로지른다. 템즈강변에 자리한, 영국 의회 민주주의의 상징인 국회의사당. 런던의 당당함과 웅장함을 자랑한다. 국회의사당의 한쪽은 공사 중. 어수선한 자재들 틈에서도 청교도 혁명의 주역인 올리버 크롬웰의 눈매엔 ..
영국 3 : 헬로, 노팅힐 우리 가족에겐 여행시의 암묵적인 약속이 있다. 아침 일찍부터 여행지 탐험에 힘쓸 것. 그런데, 이 호텔은 도무지 우리의 약속에 협조를 해 주지 않는다. 평소엔 7시 30분부터인 아침식사 시간이 휴일엔 8시부터란다. 뭐, 별 수 없다. 안 먹고 움직일 순 없으니. 게다가 유럽 대륙에 있는 국가보다 호텔비는 훨씬 비싸면서 식사는 왜 그리 부실한지. 오늘도 어제처럼 해 구경은 틀린 것 같은데, 일조량 결핍증인지 길가 승용차 안에선 한 남자가 잠에 취해 있다. 호텔 근처의 하이드파크엔 벌써 사람들의 흔적이 보인다. 우리도 가서 흔적 하나 남겨볼까. 흐리고 을씨년스런 하늘 아래 공원 분수대는 굵은 물줄기를 내뿜는다. 물줄기에서 떨어져나온 물방울 빛깔마저 흐린 아침, 백조와 비둘기 떼의 날개짓마저도 뿌옇다. 역시 ..
영국 2 : 박물관 속 그리스 신화 큰밥돌 말에 따르면, 또 절실히 경험한 바에 의하면, 유럽 최대 명절인 크리스마스 연휴엔 무언가를 '관람하기' 위한 여행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못하다. 런던의 많은 박물관도 이때는 모조리 휴관이고, 뮤지컬 공연도 모두 하지 않았으니까. 진짜 오래도록 보고 싶었던 영국박물관의 그리스로마관을 한 바퀴 휘이 돌고 나올 수밖에 없었던 아쉬움을 어찌 표현할까. 허겁지겁 그리고 잠시 스쳐 지났을 뿐인 영국박물관 속 그리스 신화를 만나야겠다. 뤼키아에 출몰한 괴물 키마이라는 머리는 사자와 산양을 합친 것과 비슷했고 꼬리는 용을 닮았다. 이 괴물은 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었기에 왕은 이를 퇴치할 용사를 구했다. 그러나 키마이라가 뿜어대는 불길 때문에 용사들은 키마이라에게 가까이 다가가기도 전에 타 죽었다. 그때 뤼키..
영국 1 : 런던을 향하여 조금이라도 더 보려는 마음에 너무 욕심을 부렸나보다. 아침 7시 출발 런던 행 비행기. 새벽 3시반에 일어나 여행 준비하는 손길이 바쁜 와중에도 눈꺼풀이 무겁다. 비엔나는 서울만큼 크거나 번잡한 도시가 아니기에 공항도 복잡하지 않은 편이다. 늘 특별한 기다림없이 금세 수속을 할 수 있었기에 이번에도 서두르진 않았다. 그러나, 출발 1시간 전에 도착한 공항은 예상보다 무척 분주했다. 체크인카운터 앞의 긴 줄은 크리스마스가 원인이다. 30분을 기다려 수속을 마친 후 모니터를 보니, 우리가 탑승할 항공기는 탑승 진행 중이다. 게다가 11월부터 강화된 유럽 항공기 내 액체류 물품 소지 제한에 대한 규정 때문에 검색대는 홍역을 치르고 있었다. 어찌됐든 다행히 지각은 면한 채 비행기에 올랐다. 저 사람이 누구더라,..
보내는 마음 너무나 당연한 것이겠지만, 오스트리아에도 한국인들의 모임이 있다. 송년 모임에 참석할 이유가 있는 큰밥돌을 따라 작은밥돌까지 대동하고 송년회가 열리는 호텔로 들어섰다. 혼자선 안 가겠다고 버티는 통에 예정 없이 갑작스레. 아늑한 정문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매직펜으로 쓴 커다란 한글~ ".... 두번째 계단을 이용하여 2층으로 올라오시기 바랍니다." 다른 곳에 들르느라 조금 늦게 입장했더니 애국가가 울리고 있다. 씩씩하게 따라부르는 작은밥돌~ 300석 넘는 홀을 익숙한 빛깔의 얼굴들이 가득 채우고 있다. 간단한 1부 순서를 치르고 저녁식사를 마친 후 공연과 여흥과 이벤트가 있는 길고긴 2부~ 한국인과 결혼한 오스트리아 아저씨가 무대에 올라' 서울서울서울'을 가사 하나 틀리지 않고 애잔하게 부른다. 특별히 좋..
겨울 건너기 우르릉 통통통 피시식. 모임을 마치고 귀가하던 보름쯤 전 토요일 밤. 미묘한 요동과 함께 요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이게 뭔 소리래? 꾸벅꾸벅 졸다 말고 화들짝 놀라 큰밥돌에게 물어보니 차에 탈이 난 듯했다. 차량 통행이 많지 않은 시각과 도로였지만, 마치 오랜만에 만난 연인을 반기듯 갑작스레 달라붙던 옆 차선의 승용차를 피하느라 속력을 줄이지 못한 채 핸들을 틀었던 까닭, 차선 사이에 턱이 있을 것이라 전혀 짐작하지 못한 까닭이었다. 급히 근처에 차를 세우고 차의 상태를 살펴보니, 이런이런, 오른쪽 앞뒤 두 타이어에 모두 커다란 구멍이 나 있었다. 스페어타이어는 분명 하나밖에 없는데 어쩔 수 없이 차를 그곳에 그대로 두고 귀가하는 쪽을 택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집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고 우리를 집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