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 (424) 썸네일형 리스트형 7. 26 (금) 후 : 시간이 놓인 자리 아우가르텐에서 구시가로 가는 이유는 단 하나다.내일 아침이면 빈을 떠나야 하니 아마도 지금이 빈의 심장인 구시가를 들를 마지막 시간인 것이다. 트램을 타고, 왕궁과 마리아테레지아 광장이 있는 Burgring에서 하차했다.예전에 성벽이 있는 자리인 링슈트라쎄의 안쪽과 주변엔 유서 깊은 빈의 명소들이 많이 모여 있다.왕궁 문 건너편엔 마리아테레지아 광장을 사이에 두고 미술사박물관과 자연사박물관이 같은 형상으로 마주보고 있다. 오늘도 발길 가는 대로 빈의 중심가를 밟아 지난다.마리아테레지아 광장에서 도로를 건너 서쪽으로 향하면 레오폴트미술관, 현대미술관, 어린이박물관 등 여러 박물관이함께 자리하고 있는 무제움크바르티어 즉, 박물관 지구가 나타나 준다.작년 여름에 선후배들과 빈에 왔을 때는 이 광장이 보이는 .. 7. 26 (금) 전 : 이 멋진 Augarten 속이 부대껴 잠에서 깼다. 새벽 5시 반. 한참동안 속을 달랜 후 7시, 세탁기를 돌렸다. 23일, 아파트에 도착한 직후 세탁을 한 지 사흘만이다. 그날 미니 빨래건조대엔 직원이 그전날쯤 빨아서 널어둔 대형수건 3개와 발 매트가 건조 완료 중이었다. 한식으로 아침식사를 하면서 시청한, 오스트리아 국영방송 ORF에서 예보하는 오늘 잘츠부르크의 최고 기온은 35도, 빈의 최고 기온은 무려 36도다. 8시 반 기준 빈의 기온은 이미 25도를 넘고 있다. 여름의 이른 아침 기온이 이러하다니. 2000년대 중후반 빈에 살 때의 여름은 선풍기조차 필요없는 기후였다. 인간이 자아낸 지구 온난화에 대한 벌은 모든 생명체에게 혹독한 고통을 던져주고 있다. 열린 창문으로 더운 바람이 밀려 들어오고 있다. 세탁기에서 빨래를.. 7. 25 (목) 후 : Strandcafé의 추억 Am Tabor에 위치한 SPAR에서 장을 본 후, 휴식과 식사를 위해 숙소로 들어가니 오후 1시 반이다. 간단히 식사를 한 후 한참을 쉬다가 오후 3시 반, 혼자 숙소 밖으로 나왔다. 이번엔 HOFER에서 장을 보고자. 이틀 뒤면 서울행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뭐 그리 사야 할 게 많이 남아있는지 아니 가져가고 싶은 것이 많은지 그 질량과 부피는 빈에 대한 아쉬움과 정비례한다. HOFER에서 이것저것 구경하고 쳐다보고 구입하다 보니 1시간이 후딱 흘렀다. 오가는 시간이 길지 않음에도 거리에, 또 내 육신에 습도 낮은 뜨거움이 쏟아진다. 언제 어디서나 잘 자는 남편은, 선풍기를 켜지 않아도 시원한 아파트에서 단잠에 빠져 있다. 숙소를 나서는 오후 6시. 여전히 빈의 대기는 뜨겁다. U1 Donauinse.. 7. 25 (목) 전 : Café Museum과 Zollamssteg 6시반, 알람이 울린다. 오스트리아 국영방송인 ORF2 TV에선 오늘과 내일 낮 기온이 올 여름의 최고에 이를 것이라 한다. 몇 년 사이 급격히 빨라진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중서부 유럽의 여름 기후는 남부 유럽 못지 않게 뜨겁다. 다만 뜨거워진 기온에 비해 냉방 시설이 확충되지 않은 탓에, 낮엔 어딜 가나 덥다. 8시 반, 숙소 앞에서 5번 트램을 타고 바로 다음 정류장인 Am Tabor에 내렸다. 우린 내내 Am Tabor엘 자주 갔는데, Spar가 있고 또 구시가로 한번에 이동할 수 있는 2번 트램 정류장이기 때문이다. 트램의 매력인 느린 이동이 선사하는 거리 풍경 감상과 더불어 Am Tabor에서 슈베덴플라츠까지 8분, 칼스플라츠까지는 16분이면 단번에 가는 2번 트램을 탈 수 있으니 마땅히 매일 .. 7. 24 (수) 후 : Josefsplatz의 국립도서관 Josefsplatz의 건물에 Österreichische Nationalbibliothek라 쓰여있고 화살표를 따라 갔는데도 입구가 보이지 않는다. 하는 수 없이 'Josefsplatz1'이라는 주소를 맵으로 찍고 움직이자 국립도서관 입구가 제대로 나온다. 알고 보니 같은 건물의 한켠에서 빙빙 돌고 있었던 거다.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으나 티켓 판매 창구엔 예상 외로 대기줄이 길다. 우린 국립도서관 중 가장 많이 알려진 State Hall만 입장할 수 있는 티켓-8유로-을 구입했다. 이곳의 정기휴관일은 월요일이고, 여행객이 많은 6월부터 9월까진 휴관없이 매일 문을 연다고 한다. 사진이나 책자에서 이곳의 모습을 본 적이 있지만, 실제 모습은 웅장함과 화려함에 초입부터 압도될 정도였다.. 7. 24 (수) 전 : 구시가 거닐기 인스브루크보다 동쪽에 위치한 빈은 인스브루크보다 30분 가량 일몰이 빠르고 일출 역시 이르다. 여행 기간의 반을 넘겨 이제야 시차 적응이 되는 상황, 3박밖에 안 남은 짧은 여행은 아쉽기만 하다. 그런데, 날파리들은 어제에 이어 벽과 천장 그리고 빈 맥주캔 위에서 엄청난 향연을 벌이고 있다. 도저히 눈 뜨고 봐 줄 수 없으니 머무는 내내 열심히 잡아주겠어~ 9시, 어제 갔던 SPAR보다 더 가까운, 걸어서 5분도 안 걸리는 거리에 있는 HOFER에 들렀다. HOFER는 유명브랜드 제품은 적은 편이지만 중저가의 자체브랜드 상품이 많고 특히 농산물, 유제품 등은 가성비 최고다. 후식으로 먹은 티라미수와 HOFER표 체리는 역시 최고의 맛이다. 우리를 환영하는 푸르디푸른 하늘, 빈의 첫 아침에 가장 먼저 향해.. 7. 23 (화) 후 : 익숙한 그곳, 빈으로 승차한 열차 안은 다행히 시원했다. 그러나 OEBB 기차는 예약할 때 좌석 예약이 자유선택이 아닌 랜덤-이상함-이었고 미리 인지하긴 했지만 우리 좌석은 테이블을 마주보고 있는 4좌석 중 역방향의 2좌석이었다. 기차 출발 직전, 1살과 3살쯤 되는 두 딸을 둔 백인부부가 승차해 엄마와 큰딸은 우리 앞에 앉고 아빠와 바구니에 있는 아기는 통로 건너 옆 좌석에 자리했다. 시간이 흐르자 아빠와 엄마가 좌석을 바꾸었고 우리 앞엔 젊은 아빠와 큰딸이 앉게 되었다. 인사를 나누고 대화를 하다보니 잘츠부르크 출신의 젊은 부부는 현재 스위스에 거주 중이고, 1년 전엔 홍콩에 살았다고 한다. 그림을 그리고 있는 아이에게 내가 쓰고 있던 포스트잇 한 장을 주었더니 로고가 인쇄된 종이가 마음에 들었는지 다 달라 한다. 그래,.. 7. 23 (화) 전 : 마음을 남겨두다 어젯밤에 뒤늦게 검색을 통해 확인한 바, 우리의 크리스탈 월드는 확실히 고장나 있었다. 무더위에 지쳐 가장 핵심이 되는 크리스탈 전시 공간을 관람하지 않았던 것이다. 아니, 우리에겐 그 공간 자체에 대한 생각이나 정보가 아예 처음부터 없었다. 여행할 때 우린 간혹 이러하다. 남들이 중요하다 여기는 것을 하나쯤 빼먹는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 대해 그다지 아쉬워하지도 않는다. '다음에 와서 보면 되지' 또는 '안 봤으면 뭐 어때' 하는 식이다. 오전 7시, 어제와는 달리 조식당이 바글거린다. 어제 혼자 식사하던 일본인 할배는 오늘도 혼자고, 억센 사투리를 내뱉는 열두엇의 한국인들은 남녀로 나눠 식사를 한다. 직원이 포트에 담아주는 커피 맛은 어제보다 못하다. 식사 중 남편이 던지는 말, 어제 크리스탈월드의 .. 이전 1 ··· 19 20 21 22 23 24 25 ··· 5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