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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8일 (일) : 구시가, 흐리고 한때 비 자정 넘어 잠이 들었는데, 새벽 4시에 눈이 떠졌다. 빈이 서울보다 7시간 느리니 시차 부적응은 당연지사. 어제 마무리짓지 못한 핸드폰의 핫스팟 문제를 해결하고 나니 하늘 흐린 아침 6시. 인천공항으로부터 공수해온 도넛을 커피와 함께 먹으며, 그립고 그리웠던 빈에서의 첫 아침을 열었다. 오늘은 일요일. 일반 마트가 오픈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물, 우유 등을 사야 하는데, 다행히 휴일에도 문을 여는 체인형 마트가 있다. 여행객이 많이 오가는 중앙역, 서역, 프라터슈턴역, 구시가 1-2곳에 영업하는 곳이 있다. 숙소에서 가까운 서역의 크지 않은 BILLA에 들어서니 계산원도 보안요원도 딱딱한 얼굴이다. 빈의 기차역 중에서 취약한 지역이라 경계 태세인 건지. 암튼 몇 가지만 구입하고는 그곳을 후딱 빠져나왔다...
8월 27일 (토) : 빈으로 가는 시간 떠나는 새벽, 예정대로라면 첫 공항버스를 타야 했다. 그러나 어젯밤 11시경 LOT폴란드 항공사로부터 지연 출발을 통보 받았고, 그보다 앞서 flightaware를 통해 인지한 바르샤바발 인천행 항공기의 늦은 출발이, 인천에서도 지연 출발로 이어질 것은 당연했기에 우리가 꼭두새벽을 가장 먼저 열 필요는 없었다. 간밤에 숙면을 취하지 못한 탓에 졸면서 도착한 2터미널. 3년 반 전에 탑승했던 LOT는 지각생이 아니었으나 오늘은 명성(?)대로 3시간 20분이나 지연 출발 예정이란다. 공항은 생각보다 꽤 북적였지만 셀프체크인을 이미 마치고 다다른 LOT 체크인카운터는 한산했다. 이번엔 큰 캐리어 2개는 수화물로 보내고 작은 캐리어 1개는 기내로 들고 들어가기로 했다. 어제 저녁 flightaware에서 비행 ..
프롤로그 : 우리의 염원 2022년 늦여름, 2020년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의 팬데믹은 조금씩 꼬리를 드러내고 있었다. 2년 반 넘는 팬데믹 기간동안 처음 반 년은 휴직을 했고 그로부터 1년 반은 다시 출퇴근을 했으며, 그 이후엔 그토록 염원하던 무위도식의 세계로 진입했다. 퇴직이 확정된 후, 애타게 간절했던 그곳으로 향하고자 항공마일리지로 항공권을 예약했다. 유럽 대부분의 나라들이, 닫아두었던 문을 봄부터 활짝 열었기에 가능했던 일. 그러나 우리가 출발하던 즈음, 남의 나라에서도 두 팔로 감싸 환영하는 우리를, -심지어 그곳에서는 발병하더라도 격리조차 폐지된 상황- 아직까지 고국에선 선별 아니 감별해서 국민을 받아들이고 있었으니 타국에서의 발병은 절대 있어서는 안될 일이었다. 마스크 150개, 안티젠 테스트기 14개와 코 ..
추억은 2 : 인스브루크 2004년 여름, 오스트리아를 3주간 여행했을 때 찔끔 들른 도시, 이후 빈에서 4년을 살면서도 찾지 않은 인스브루크. 우리 마음속 순위에선 항상 상위권이었으나 추억을 살펴 다시 들르기엔, 못 가본 여행지가 그땐 너무 많았다. 15년 만인데도 15년 전이 생생했다. 빗방울 떨어지던 야외카페에서 쉐이크를 마시던 어린이는 어른이 되고 30대 끝자락을 살아내던 부부는 중년 은퇴자가 되었다. 시간을 날아 봄바람 같이 따스한 기억이 돼주어서 여전히 변치 않은 정경과 보드라운 정취를 건네주어서 아주 오래오래 추억할 인스브루크.
추억은 1 : 빈 젊은 날의 끝자락을 찬란히 마무리하게 해 준 곳. 어제인 듯 17년 전인 듯 같은 숨결로 같은 걸음으로 모든 걸 내어주는 곳. 아프고 고된 내 뒤통수를 예전처럼 달래주고 어루만져줄 그곳. 올 늦여름엔 꼭 다시 가고 싶은, 다시 가야 할 그곳. 설렘과 위안과 환희가 되는 도시, 빈을 추억하고 기다리며.
7. 28 (일) : 다시, 서울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으로 돌아왔고 귀국행 항공기를 타야 하니 출국 수속을 해야 한다. 검색대는 SKYPRIOPITY 비즈니스클래스 탑승자 우선이라 기다리지 않고 바로 통과했으나 출국심사는 해당사항이 없다. 긴 줄에 서서 기다리다가 우리나라가 자동출국심사 해당국임을 알고 남편이 먼저 대열에서 빠져나와 자동출국심사를 시도하니 오호, 된다. 나도 얼른 자동출국심사줄로 가서 대기하지 않고 금세 수속완료. 길지 않은 시간이었으나 더위에 시달린 터라, 절대적으로 휴식이 필요했기에 공항 라운지로 가서 쉬어줘야 했다. 먼저 나혼자 들어선 라운지에서 음식을 챙겨 앉으려는데 저쪽에서 낯익은 얼굴들이 무리지어 나타났다. ㅎㅅㄱ를 포함하여 남자 셋 여자 하나,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국회의원이다. 에이, 완전 눈버렸다. 난 원..
7. 27 (토) 후 : 뜨거운 암스테르담 기록을 정리하다 보니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2004년 여름, 3주 동안 오스트리아를 여행할 때와 2005년 3월, 오스트리아 입국시에 KLM을 탑승했던 것 말이다. 빈 직항 노선이 2007년에야 생겼으니 2007년 이전의 빈 여행은 선택지 없는 경유 비행이었다. 빈에서 출발한 항공기는 4시 조금 넘어 암스테르담 공항에 도착했다. 인천행 항공기의 출발까지는 5시간 이상 시간 여유가 있었고, 예정대로 우린 암스테르담 시내를 둘러보기로 했다. 신용카드와 동전만 사용 가능한 티켓발매기 대신 티켓오피스에서 공항으로부터 중앙역까지 오가는 열차 티켓을 구입했다. 공항에서 중앙역까지 소요시간은 단 14분, 프랑크푸르트 공항처럼 도시 중심가에 인접한 암스테르담 공항이다. 나는 암스테르담 땅을 밟는 것이..
7. 27 (토) 전 : 빈, 잠시 안녕 어젯밤 즐거운 자리에서 과음을 한 남편의 정신은 우주에서 아직 귀환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주 내내 이어지던 더운 아침과는 달리, 떠나는 오늘은 가을이 온 듯 아주 서늘하다. 아침식사를 하면서 해장한 후 8시 50분, 흐린 하늘 아래 홀로 길을 나선다. 이곳에 머무는 내내 구시가로 이동했던 방법 그대로 한가로이 잠시 1구로 향한다. 어제 낮에 구시가로 가면서 여행 마지막으로 들르는 거라더니, 오늘 틈이 나니 아니 틈을 내어 또, 간다. 내게는 늘 그리운 곳, 볼수록 보고 싶은 곳, 오랜만에 봐도 어제 본 듯 친근하고 포근한 곳이 빈의 구시가다. 숙소 앞 Nordbahnstraße에서 5번 트램으로 1정거장, 또 Am Tabor에서 2번 트램으로 15분이면 1구 최중심이다. 비엔나 트램은 아주 천천히 운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