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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2일 (월) : 빈은 사랑이다 구름이 적당히 흩날리는 맑은 날이다. 빈에 살 때 한번씩 들렀던 가구점 Kika가 숙소 근처에 있어서 신나는 기분 안고 그곳으로 가고 있다. 숙소로부터 800m, 트램이나 버스를 타기 애매한 거리라 천천히 걸어서 오가기로 했다. 역시 평일 오전이라, 깔끔하고 우아한 내부엔 손님이 별로 없다. Kika에서 판매하는 품목은 가구가 가장 많지만, Lutz나 IKEA가 그러하듯 주방용품이나 장식용품도 많다. 여긴 독립된 건물 전체가 Kika 매장이라서 전에 자주 가던 도나우첸트룸 Kika보다 규모가 훨씬 크다. 오, 식당도 있다. 11.9유로의 저렴한 금액으로, 평일 11시부터 14시까지 수프와 샐러드, 메인, 디저트까지 모두 먹을 수 있다. 다양하고 맛있어 보여서 다음에 꼭 와서 점심식사를 하기로 했으나 아쉽..
9월 11일 (일) : 그리움은 빗물처럼 우리 숙소가 있는 건물은 상점 없이 전체가 거주 공간이고, 거실에서 보이는 맞은편 4층 건물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3층 어느 집의 창문이 밤낮없이 항상 열려 있다. 한여름도 아니고, 더구나 며칠 전부터는 밤엔 꽤 쌀쌀해졌기에 밤새 창문을 열어놓고 잔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 밤늦게도, 새벽에도, 아침에도 그 집 창문은 늘 열려 있었다. 오늘 오전에도 어제처럼 구시가로 간다. 물론 어제와 지난 번에 갔던 곳이 아닌 구시가의 다른 지역으로 간다. 빈 구시가는 생각보다 좁지 않다. 트램을 타고 먼저 도착한 곳은 U-bahn 칼스플라츠역 앞이다. 칼스플라츠역 동쪽으로 걸어가본다. 빈에 살 때도 여행왔을 때도 이쪽으로 온 기억은 많지 않다. Albertina Modern은 오페라하우스 뒤편에 있..
9월 10일 (토) : 방랑하는 토요일 생선을 즐기지 않는 내가 빈에 살 때 즐겨 구입한 식재료가 대구 필렛이다. 납작한 직육면체인 이것을 썰어 대구전을 만들어도 좋고, 필렛 통째로 만든 대구 조림은 더 맛있었다. 아침 반찬으로 식탁에 올린 대구 조림은 단연 최고. 완벽한 밥도둑이다. 토요일 아침, 10A 버스로 한 정거장 거리인 Manner 공장의 샵으로 움직인다. 상점 안엔 다양한 Manner 제품이 있었으나 예상보다 내부는 작았으며, 우린 코코넛이 든 초코과자를 골랐다. 마너 공장에서 2번 트램으로 이동한 Burgring. 빈에 살 때 그앞 주차장을 주말마다 애용했던 호프부르크-왕궁 또는 황궁-를 슬쩍 쳐다보고는 미술사 박물관 쪽으로 향했다. 어젠 그제보다 서늘했고, 오늘은 어제보다 기온이 낮은 듯하니 초가을 더위는 차츰 물러가고 있나 ..
9월 9일 (금) : 빈숲 포도밭 사이로 맑지만 살짝 서늘한 아침, 비빔밥과 즉석된장국으로 아침식사-지나치게 잘 먹고사는 중-를 든든히 챙긴 후 카푸치노까지 마셨다. 10시, S-Bahn역인 Hernals로 향한다. 고풍스러운 Hernals역에서 S45-지하철만큼 자주 운행-에 올라 10분 만에 하일리겐슈타트에 도착했다. S-Bahn은 빈 시내와 빈 근교를 운행하는 열차로, OEBB-오스트리아 철도청- 소속이다. 운영 주체는 OEBB지만 빈 교통권을 소지하고 있으면 빈 시내에 한해 추가 요금없이 승차할 수 있다. 빈 지하철인 U-Bahn은 트램, 버스와 함께 Wiener Linien-빈 교통국-에서 운영한다. 하일리겐슈타트역 앞엔 사회 주택의 선구자인 Karl Marx-Hof가 자리하고 있다. 1930년에 완공된 이 건축물은 집 내부를 방, 주..
9월 8일 (목) : 따로 또 같이 어제도 살짝 더웠는데 오늘 빈의 최고 기온이 29도에 이른다고 오스트리아 기상청에서 예보한다. 15년 전 같으면 7월말이나 8월초 한여름에 해당하는 날씨니, 점점 뜨거워지는 지구가 매우 염려스럽다. 날이 더워서인지 이 집이 1층-한국식으론 2층-이라 그런지 집 안에 날파리들이 잡아도 잡아도 날아다닌다. 오늘 오전은 각자 따로 움직이는 일정이다. 남편은 미술사 박물관을 관람-이번이 아마 3번째-하고, 난 그 시각에 숙소 주변 마트를 둘러보기로 했다. 미술사 박물관이야 무궁무진한 예술의 보고이긴 하지만 난 이미 5번 정도 관람했기에 이번엔 제외다. 9시, 남편은 트램을 타러 숙소를 나서고, 난 9시 반에 Penny로 들어섰다. 오픈일이라 예상보다 손님들이 많고, 오픈 기념으로 다양한 상품들을 대대적으로 할인..
9월 7일 (수) : 일상 같은 여행 오늘 아침식사의 주 목적은 해장이라, 얼큰한 육개장칼국수를 끓였고 감자샐러드를 곁들였다. 이어 어제 구입한 거품 가득 카푸치노를 마시고, 단맛 넘치는 방울토마토와 청포도까지 먹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처음 오스트리아를 여행한 2004년, 빈에 살았던 2005년부터 2009년 초까지, 그리고 이후 여러 번 방문했을 때와 현재까지, 변하지 않는 사실은 1인당 국민소득-2021년 기준 약 $오만이삼천-에 비해 착한 오스트리아의 식료품 물가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물가가 오르긴 했지만 마트 식료품은 여전히 저렴하고 품질이 좋으며 시기에 따른 가격 등락이 거의 없다. 마트에 따라 가격이 조금씩 차이가 있으나 품질은 가격만큼의 차이는 없는 편이다. Billa와 Spar-Eurospar, Interspa..
9월 6일 (화) : 숙소 옮기는 날 한반도를 관통한다고 예보된 역대급 태풍이 내심 걱정스러웠는지 잠에서 깬 새벽. 서울은 아무 일 없이, 아니 강풍조차 없이 조용히 지나갔단다. 태풍은 극히 일부 지역에서만 힘을 발휘했을 뿐. 신뢰 지수 최하위의 썩어빠진 언론과 무능한 기상청, 부정으로부터 시선 돌리기에 혈안된 정부 여당의 합작품이다. 이름하여 역대급 허풍. 아들과 톡을 하고 나니 울강아지녀석이 너무나 보고 싶다. 종일 잠만 잔다는데... 또 다른 톡엔 전 직장 후배가 훈포장 관련하여 연락을 해 왔고 귀국 후 전달 받기로 한 다음, 잠을 청했다. 7시 반, 이른 아침부터 밖에선 공사 소음과 구급차 사이렌 소리가 계속 들려온다. 치즈쎔멜과 사과파이, 주스 등으로 아침식사를 한 후 캐리어에 모든 짐을 챙겨 넣었다. 오후엔 숙소를 옮겨야 하니까...
9월 5일 (월) : 마음이 머무는 대로 아침 일찍, 단톡에 부고가 올라와 있다. 친한 후배의 부친상인데, 코로나19가 원인이라니 직접 갈 수 없어 더 안타깝다. 또한 이틀 전 요청했던 Late 체크아웃에 대해 호스트의 답장도 왔다. 당일 체크인하는 객이 없어 흔쾌히 OK다. 서울 관통 예정이라는 태풍에 대비하여 아들에게 창문 단속을 요청하는 톡을 보낸 후 구시가로 향한다. 그제 구입한 남편의 시계 부속품에 문제가 있어서 시계샵을 재방문했고 시계를 아예 다른 제품으로 교환했다.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 평일 아침인데도 사람들이 많다. 가이드투어를 하는 여행객도 많이 보인다. 반갑게도 이제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전으로 일상이 회복되는 모양새다. 슈테판 성당의 정면 파사드 앞에서 Rotenturmstraße를 따라 걸어보기로 했다. 아침 구시가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