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 (424) 썸네일형 리스트형 9월 4일 (일) : 헤르메스빌라에서 빈의 아침, 한국 시각으로 일요일 오후 2시에 시작한 야구 경기를 보면서 치즈빵과 우유와 주스로 식사를 한다.이제야 서울보다 7시간 천천히 움직이는 빈의 시간에 제대로 맞춰진다. 오늘은 9월의 첫째 일요일.매월 첫 일요일엔 비엔나시에서 운영하는 빈 뮤지엄의 입장이 대부분 무료다. https://www.wienmuseum.at/locations 우린 13구에 있는 오토바그너의 파빌리온과 시시 황후의 별장인 헤르메스빌라, 구시가의 파스콸라티하우스를 입장할 예정이다.9시 45분에 도착한 U4 히칭역 부근 Hofpavillion은 오픈 전이다. 15분을 기다리는 것보다 헤르메스빌라를 먼저 가는 편을 택했다. U4 히칭역에서 56B버스를 타고 20분 후 Lainzer Tor(문)에 내리면 거대한 Lainzer .. 9월 3일 (토) : 벨베데레 정원처럼 새벽 5시, 출입문 쪽에서 연기 냄새가 나서 문을 열고 나가보니 2층 복도에 연기가 자욱하다. 상황 확인을 하고자 계단을 따라 0층으로 내려갔는데, 헉, 공동출입문 앞 공간에서 종이 전단지들이 타고 있다. 남편은 얼른 공동 수도에서 페트병으로 물을 옮겨 연기를 잡았다. 이게 무슨 일이야. 우리 여행 와서 화재 진압까지 하고 있는 거야... 많은 양의 종이는 아니었고 화염이 타오르진 않았으나 새벽이었기에 자칫했으면 위험했을지도 모른다. 시원한 북어국으로 해장을 하고 8시 반, 빈의 아침을 열었다. 오늘은 버스를 타 볼까. 57A 버스가 우릴 구시가 Burgring까지 데려다 주었고 그곳에서 트램 D를 타면 금세 벨베데레다. 벨베데레 미술관은 프랑스에서 오스트리아로 망명(?)한 오이겐 장군의 궁전이었고 현재.. 9월 2일 (금) : 훈더트바써가 지은 세계 우리가 머물렀던 2005년~2009년은 물론 가장 최근에 여행했던 3년 전과 비교해 봐도 빈은 정말 달라졌다. 전보다 거리에 울리는 사이렌 소리가 빈번해졌고 횡단보도에서 일단정지하지 않는 운전자들도 꽤 생겨났다. 또 곳곳에 새로운 건물과 새 집이,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아주 빠른 속도로 지어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기존 질서와 체계에 큰 변화가 생긴 것을 의미한다. 젊은이들의 의식이 기존 세대와 많이 달라졌고 특히 다른 EU국가로부터 인구 유입이 많아진 이유라 한다. 우리가 사랑해마지 않았던, 그토록 안온하고 평화로운 빈은 이젠 다시 볼 수 없을 듯하다. 아침 기온 14도, 조금 쌀쌀해진 아침이다. 빈에 살던 15년 전의 9월은 서늘한 가을이었는데, 지금은 늦여름. 낮 기온은 계속 25-26도 이상,.. 9월 1일 (목) 후 : 안녕, 잘츠부르크 2시, 상트길겐을 떠나 다시 잘츠부르크로 간다. 150번 버스에서 하차한 정류장은 린저 가쎄 근처에 있는 Hofwirt 호텔 앞이다. 종점인 기차역에서 내려서 역과 구시가를 오가는 것보다 이곳에서부터 구시가를 들른 후 역으로 가는 편이 낫다. 게다가 Hofwirt 호텔은 2014년 아들과 둘이 여행할 때 묵었던 곳이니 오, 제법 반갑다. 하늘 푸른 린저 가쎄엔 레스토랑 Alter Fuchs(늙은 여우)도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8년 전 아들과 저녁식사를 한 곳. 지친 몸을 잠시 쉬러 잘자크강이 멀지 않은, 린저 가쎄 끄트머리에 위치한 야외 레스토랑에 앉았다. 우린 멜랑쉬와 미네랄워터만 마셨지만 가게를 시작한 지 600년이나 된 곳이란다. 린저가쎄 끄트머리는 잘자크강과 이어지고 다리를 건너 골목길을 따.. 9월 1일 (목) 전 : 가을 첫날, 상트길겐 대한민국에, 더구나 서울에 역대급 태풍이 예보되었다. 20년도 더 전, 서울을 관통한 엄청난 태풍에 집 베란다 샷시의 유리창이 깨져 거실을 덮는 참사를 겪은 후로, 태풍과 유리는 내게 두려운 대상이 되었다. 아들과 톡을 하며 강아지 안위를 부탁하고, 또 태풍 상황을 확인하여 대처하기로 했다. 오늘은 이번 여행에서 유일하게 일정을 계획한 날로, 잘츠부르크와 상트길겐에 간다. 홈피에서 예약한 잘츠부르크행 기차 출발시각은 7시 10분. Westbahn열차는 이름대로 Westbahnhof(서역)에서 출발한다. 무려 새벽 5시에 식사와 과일과 커피까지 다 챙기고 6시 20분, 서역으로 향한다. 중앙역이 남역으로 불리던 시절엔 서역이 빈의 중심역이었으나 중앙역 중심인 지금은 상당히 초라해진 느낌이랄까. 열차 2층에.. 8월 31일 (수) : 쉔브룬에서 노닐다 드디어 한국 입국시 코로나19 음성확인서-PCR 또는 Antigen 검사를 통한- 제출 의무가 폐지되었다. 여행 시작 무렵인 며칠 전에도 그런 여론이 감지되어서 9월 중순이면 폐지되지 않을까 예상은 했으나, 이게 웬일, 오늘 발표하고 당장 3일 후인 9월 3일부터 양성확인서 제출 의무가 폐지된다. 2022년 8월 기준 코로나19 음성확인서 제출 국가는 달랑 한국, 일본, 중국 뿐이다. 제로코로나(?)를 지향하는 중국을 제외하곤 한국과 일본만 남은 상황인데, 일본이 정책 폐지를 발표하자 외로이 남은 한국이 따라서 -정부 수준하고는 ㅉㅉ- 음성확인서 제출 폐지를 결정한 것이다. 그것도 일본보다 더 빨리 시행하는 것으로 말이다. 감기가 그렇듯 코로나19가 전적으로 개인의 책임으로 감염된다고 볼 수는 없다. 우.. 8월 30일 (화) : 진혼곡과 페스티벌 어젯밤의 얕은 과음은 시차 적응의 공신이다. 9시에 컵라면으로 해장을 하고, 최고 당도를 자랑하는 청포도와 납작복숭아를 후식으로 먹어준다. 아, 근데 라바짜 분쇄원두로 내린 커피는 왜 이리 맛이 없담. 역시 원두콩을 직접 갈아야 제대로 된 커피 맛을 낼 수 있나 보다. 바깥과는 달리 집 안은 아주 서늘하고, 오랜만의 오스트리아 맥주로 인해 몸은 매우 노곤하다. 비엔나표 마늘바게트를 오븐에 구워서 요거트, 생오렌지주스와 함께 먹는 점심은 우리가 빈에 있음을 새삼 깨닫게 한다. 오후, 실외 공기 좀 쐬어볼까. 행선지는 중앙묘지 음악가 묘역. 여긴 수없이 방문했기에 익숙하고 친숙한 곳이다. U3 Simmering역까지 이동한 후 트램을 탔다. 지하철 내부든 트램 안이든 승객들이 참 많다. 승객 상당수가 여행자.. 8월 29일 (월) : Café Dommayer 이야기 새벽 3시반에 눈을 뜨고 6시에 아침식사-메뉴는 무려 쇠고기장터국, 김치볶음, 멸치볶음-를 한다.시차 적응이 안 되니 강제로 새벽형 인간, 아침형 인간이 돼 버렸다. 물론 평소에도 우린 저녁형 인간은 아니다. 평일 아침 7시반 전후면 영업을 시작하고 저녁 8시 이전에 문을 닫는 빈의 마트는 아침형 인간에게 절대적으로 편리하다.8시도 되기 전, 내가 가장 좋아하는 SPAR엘 다녀오고 또 HOFER에서도 장보기를 마치니 이제 '빈 살이'가 실감이 난다. 빈에서 머무는 첫번째 아파트는 1년 이상 외관 공사 -와보니 빈 곳곳이 온통 공사- 중이다.예약을 한 5개월 전엔 공사 중인 사실을 몰랐고, 여행 1-2개월 전에 알게 되었지만 취소하지는 않았다.빈에 도착하는 시각이 한밤이라, 이동이 편하고 단번에 쉽게 찾을.. 이전 1 ··· 17 18 19 20 21 22 23 ··· 5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