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04~08) (194) 썸네일형 리스트형 비 오는 날의 미술사 박물관 전날 잠을 설쳤기 때문일까. 몸을 일으키기 힘든 일요일 아침이다.하늘을 보니 맑은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다. 늦은 아침을 먹으며 오늘 스케줄을 얘기하는데, 하나는 도나우 축제이고 다른 하나는 미술사 박물관이다. 날씨와 주차난을 핑계 삼아 도나우를 제외시키려니 기호가 약한(?) 반발을 한다. 비엔나 가는 길. 구불거리는 시골 도로에 세찬 비가 쏟아지는데, 자동 세차장에 들어온 것 같다며 재미있어하는 기호. 역시 아이들의 정서와 사고는 어른과는 다르다. 시골을 벗어나 더 가다보니 비엔나쪽 고속도로에는 비가 떨어지지 않는다. 역시 좋은 곳에 살아야 한다니까. 왕궁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우산 둘을 집어들었다. 100m도 못 가서 다시 비가 내린다. 빈 미술사 박물관은 700여년간 유럽에 군림했.. UN에서 서성이다 6월 21일 화요일~ IAEA 본부가 있는 비엔나의 UN에 방문하는 날. UN에 근무하는 지인의 반가운 초대다. 신분 확인을 거쳐 입구에 들었다. 중심을 향해 쏟아지는 분수와 세계 여러 나라 국기가 눈 앞에 펼쳐진다. 원기둥형의 건물을 중심으로 좌우에 20층이 훨씬 넘는 고층 빌딩이 서 있다. 이곳에 근무하는 인원은 8,000여 명. 한국인은 40여명이고, 그 중 10여명은 국내에서 파견된 공무원들이라 한다. 식당에서 맛있는 점심식사를 마친 후, 한바퀴 휘 둘러본다. 정원의 조각상 명칭은 WOMAN FREE~ 알을 깨고 나온 여성은 더이상 알로 되돌아가지 않는다. 이미 존재의 이름과 가치가 달라졌기에. 2층 정면에서 바라본 국기들. 태극기도 보인다. 2층 복도에 걸린 유명 행위예술가과 화가의 작품. 그리.. 크로이첸슈타인에 기대어 하늘 맑은 일요일. 늦은 아침을 들고 바람 든 강아지처럼 오늘도 집을 나선다. 빈숲으로 가자구~ 널따란 평원을 달려 비엔나로 가는 길에갑자기 남편이 제안을 한다. 비엔나 진입 고속도로 전인 트레스도르프에서 보이는 성에 가 보자는 것. 흔쾌히 동의를 하고 성을 향해 차를 올렸다. 생각보다 주차장에 차들이 그득하다. 나즈막한 숲 산책로를 따라 걸으니 영화 속 정경 같은 성이 보인다. 입장권을 받고나니 1시 입장, 기다려야 할 시간이 길다. 잠시 산책을 하며 성을 바라본다. 마음 기대고 싶은 푸근함이 느껴진다. 입장 시각이다. 삐걱거리는 다리를 밟고 들어간다. 들어올리면 외부와 차단되는, 영화에 가끔 등장하는 모양새를 가진 다리다. 중년의 멋진 가이드가 입구에서부터 관람객을 인솔하며 친절하고 재미있게 독일어로.. 노이지들러에 부는 바람 오스트리아 호수는 잘츠 카머구트에만 있는 줄 알았다. 토요일, 아침부터 바람 소리가 센 파도 같다. 비엔나에서 멀지 않는 곳, 헝가리 국경 근처에도 큰 호수가 있다 한다. 내륙인 오스트리아에 오면서부터 물기에 많이 목말라했다. 석회 가득한 도나우강빛은 한강 물빛과 달라서 기대를 걷었고, 잘츠 호수는 거리가 멀어 가까이 하기 쉽지 않았다. 그런데 멀지 않은 곳에 호수가 있다니. 역사적인 발견을 한 듯한 심정으로 이른 오후 길을 나섰다. 노이지들러 호수. 지도 따라 이정표 따라 집에서 1시간반 만에 찾아 차를 세웠다. 햇살이 따가워도 바람은 여전하다. 멀리 호수가 보인다. 그 끝을 알아볼 수 없는 걸 보니 상상할 수 없는 크기인가보다. 그런데 빛을 받아 반짝이는 물 색깔이 조금 이상하다. 다다가 보니 물이 .. 2004. 8. 11. 수 (내 나라로) 잠깐 눈을 붙였다. 자리가 좁고 불편해서 잠을 오래 이룰 수가 없다. 기호는 영화를 보며 싱글거린다. 2번째 영화란다. 기내는 여전히 어둡고 인천까지는 몇 시간 더 가야 한다. 20여일 전, 서울을 떠날 때가 떠오른다. 기호랑만의 긴 비행, 갈아타는 부담감, 새로운 세상에 대한 기대. 오스트리아에서의 기쁘고 즐거운 날들을 모두 추억에 담고, 이제 우리나라로 가고 있다. 남편은 계속 꿈 속이고, 나도 다시 잠을 청했지만 금세 눈이 떠진다. 그러기를 여러 차례. 세 번째 영화까지 다 시청한 기호가 잠이 들었다. 참 평화롭고 착한 얼굴이다. 곧 도착한다는 기내 방송이 들린다. 안전 벨트를 매고 좌석을 바로 한 다음, 저쪽 좌석 너머 창을 보았다. 짐을 챙겨서 항공기에서 빠져나오는 탑승교가 후끈하다. 우리나라를.. 2004. 8. 10. 화 (아름다운 추억) 오늘은 서울로 돌아가는 날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미처 못 챙긴 짐들을 꾸린 다음, 남편과 근처 BILLA에 갔다. 공항 일정이 바빠서 거기서 커피를 사기는 힘들 것 같아서다. 그런데 아직 미오픈. 화요일은 8시 오픈이란다. 다시 집으로 들어와 간단히 식사를 한 뒤, 이번에는 차를 가지고 5분 거리에 있는 좀더 큰 BILLA에 갔다. 재빨리 커피와 초콜렛 등을 카트에 실었고 집으로 와서는 산 물건들을 짐 속에 눌러넣었다. 8시 30분, 핀카펠트 가족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기호는 모모와의 이별이 가장 아쉬운가 보다. K씨, 큰조카와 함께 차를 타고 1시간이 조금 더 걸려 공항에 도착했다. 마지막 인사를 나눈 다음, 탑승 수속을 했다. 10시 40분, 첫 탑승을 했고 12시 40분, 암스텔담에 도착했다... 2004. 8. 9. 월 (마지막 밤) 어제 맥주가 과했는지 9시가 다 돼서야 기상을 했다. 치우지 않고 벌여 놓았던 탁자 위가 깨끗하다. 차려진 식사를 하고 치운 후, 커피를 사무실로 가져갔다. 오늘 다시 가보려 했던 비엔나에는 가기 어렵게 됐고 판도르프 아웃렛에 가보기로 했다. 차를 몰고 가는 도중, 조금씩 내리던 비는 폭우가 된다. 돌아가려 하니 남편이 그냥 천천히 가보자고 한다. 아웃렛까지는 생각보다 멀었다. 2시간 가까운 거리였고 도착했을 땐 5시가 다 돼있었다. 넓은 대지에 자리한 판도르프 디자이너아울렛은 단층으로, 공원처럼 조성되어 있었다. 많이 보던 브랜드들이다. 발리와 아이그너에서 가방 몇 개를 사고 면세카드까지 발급받은 다음, 기호에게 장난감을 안겨줬다. 아이스티와 아이스크림을 사들고 돌아오는 차 안, 저녁을 나가서 먹자는 .. 2004. 8. 8. 일 (클라겐푸르트의 미니문두스) 버스 여행의 마지막 날이다. 베니스 근교 호텔에서 8시에 출발하여 오스트리아 클라겐푸르트의 미니문두스로 향했다. 미니문두스는 세계 유명건축물들을 축소하여 꾸며 놓은 공원으로 원래 여행 계획에는 없던 코스였다. 가는 도중 들른 이탈리아 휴게소는 유럽 다른 나라 휴게소와는 달리 굉장히 어수선하고 시끌벅적하다. 확실히 반도인들이라 요란하고 다혈질인가보다. 우리랑 비슷~ 일요일인데도 국도변의 꽤 큰 슈퍼마켓이 영업 중이다. 운전 기사가 가끔 들르는 곳이라는데, 쇼핑 시간을 준다. 물과 과자를 사면서 이것저것 살펴보니 오스트리아나 스위스보다는 물가가 저렴하다. 12시가 되어 클라겐푸르트에 자리잡은 미니문두스에 도착했다. 입구에서 인솔자는, 버스 안에서 미리 걷어놓은 입장료를 돌려준다. 입장료 계산법이 다양해서 골.. 이전 1 ··· 17 18 19 20 21 22 23 ··· 2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