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04~08) (194) 썸네일형 리스트형 나슈마크트 1 - 벼룩시장 토요일마다 오페라극장 근처 나슈막 주차장에서 벼룩시장이 열린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생활할 때눈 시간 없고 피곤하다는 핑계로 바자회니 알뜰시장이니 하는 행사들을 외면해 버리기 일쑤였는데, 먼 남의 땅에 와서야 제대로 바라보게 되다니. 승용차 대신 지하철이 오늘 우리의 발이다. 지하철 출구부터 바로 장이 늘어서 있다. 의류, 신발, 가방에서 장식품, 작은 가구, 전자 제품, 골동품까지 갖가지 물건들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역시 음악의 나라. 오래된 레코드판과 낡은 바이올린이 제일 먼저 눈에 든다. 중세 귀족의 성을 장식했을 듯한 크리스탈 샹들리에와 투구도 있다. 예술혼과 장인 정신이 그대로 전해지는 그림과 수공예 자동차, 아기자기한 장식품도 있고~ 세월의 무게과 깊이가 느껴지는 커피분쇄기와 다리미. 엄청.. 빈숲에서 아침마다 늘 걸쳐 있던 안개가 오늘은 살짝 자취를 감춰 버렸다. 일요일에 바깥 길을 헤매는 것도 퍽 오래간만이다. 오늘은 운터슈팅켄브룬에 살던 지난 초여름, 길을 잃고 가지 못했던 빈 숲으로 향한다. 지난 번의 실패를 거울 삼아 철저하고 완벽하게 준비를 했는데 유비무환의 보람이 제대로 있으려나. 빈숲은 빈의 북서에서 남쪽으로 펼쳐져 있는 광대한 녹지공간이다. 북부엔 하일리겐슈타트와 그린칭이 있다. 우리 목적지는 베토벤의 흔적이 살아있는 하일리겐슈타트다. 지도의 친절하고 상세한 안내대로, 하일리겐슈타트 근처 주차공간에 차를 멈췄다. 나무가 많은 평화로운 동네다. 조금 걷다보면 한적한 공원이 나타나고, 곧 트램 종점과 베토벤이 1808년에 머물렀던 자그마한 집이 눈에 띈다. 큰 길가 안쪽으로 난 길을 따라 .. 비엔나의 가을 기호가 오늘 아침 또 캠프를 떠났다. 지난 여름의 캠프와는 다르지만. 기호는 3박4일 동안 학교 선생님, 친구들과 지낼 일을 즐거워만 하며 학교로 향했다. 언어-이번엔 영어- 안 통하는 것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낙천적인 성격이라 이번엔 특별한 염려는 안하기로 했다. 그런데, 캠프 준비 기간 동안 기호가 다니는 VIS에서 보여준 자기 방어 체계는 정말 철저했다. 가정통신문에는 캠프 기간에 아이가 문제를 일으킬 경우에 대한 물질적인 책임 소재를 명백하게 지적하고 있었다. 보험을 들거나 부모가 전액배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틀린 얘기는 아니었지만 아직은 우리나라 정서 기준으로는 지나친 사전 방어는 왠지 비인간적인 느낌이 들었다. 자기 자식이 사고 치면 안 물어낼 부모가 있나. 어쨌든 보험을 들었고.. 프랑스 6 : 라파예트 아침 식사 시간이 되자 눈이 떠진다. 먹기 위해 사는 사람들처럼 재빨리 호텔 식당으로 내려가니, 식사 준비만 되어 있을 뿐 손님은 아무도 없다. 환상적인 크루아상과 카페오레를 든든히 먹고는 패션의 도시 파리를 느끼기 위해 라파예트 백화점으로 향했다. 라파예트까진 걷기엔 꽤 멀었지만, 관광지 파리가 아닌 사람 사는 파리를 겪고픈 마음에 골목골목을 걸어보기로 했다. 좁은 거리에 늘어선 과일가게, 옷가게, 정육점, 미용실, 사람 사는 모습은 어디나 별반 다르지 않다. 건물마다 길다란 창 하단엔 철제로 만든 검은 난간이 보인다. 파리의 대표 백화점인 라파예트의 내부 장식은 유적을 방불케 했다. 벽의 부조나 천장 장식은 궁전을 연상하게 한다. 열심히 눈요기를 하다보니 호텔 체크아웃 시간이 가깝다. 지하철을 타고 .. 프랑스 5 : 베르사유 가는 기차 아침식사 후 민박집 주인아주머니가 조심스럽게 숙소 이동을 제안한다. 자기네 사정을 말하며 아래층 다른 한인 민박의 가족실을 추천하는데 흔쾌히 옮기기로 했다. 물론 그곳 아닌 중심가 호텔이다. 파리에서의 하루 이틀 쯤은 호텔을 원했었는데 오히려 잘됐다 싶은 마음이다. 짐을 챙겨 숙소 밖으로 나왔다. 간식을 사러 기호와 슈퍼마켓에 간 사이, 남편은 책자에 나와 있는 호텔에 전화를 걸어 예약하는 민첩성을 발휘한다. 쓸만하다. 산장 분위기 나는 호텔에 짐을 넣어두고 곧장 베르사유로 간다. 1685년에 완공된 베르사유 궁전은 누구나 다 들르는 명소로, 파리 근교인 일드프랑스에 위치해 있다. 벌써 11시다. 멀리 교외 전철인 RER C선이 보이는데, 재미있게도 2층짜리 열차다. 얼른 2층으로 올라가 전망 좋은 자리.. 프랑스 4 : 몽마르트르의 구름 파리 여행 4일째. 시간은 냉큼냉큼 잘도 흘러간다. 오늘 행선지는 몽마르트르다. 지하철에서 내려 몽마르트르 언덕 위 사크레쾨르 성당으로 오르는데, 돌계단의 오물과 악취가 오감을 어지럽힌다. 널려 있는 쓰레기를 흔히 볼 수 있는 파리 시내지만, 몽마르트르의 더러움이 단연 최악이다. 중앙에 거대한 돔이 있는 사크레쾨르는 1919년에 세워진 로만비잔틴 양식 성당으로, 서유럽에선 접하기 쉽지 않은 양식이다. 희디흰 빛깔이 고고하고 단아하다. 마침 성당에선 성모 몽소승천일-공휴일-을 맞아 미사가 한창이다. 뒤쪽에 자리를 잡고, 사람들을 따라 일어서고 앉기를 몇 번 반복하자 이어 뭉클한 파이프오르간 연주가 가슴에 미끄러진다. 안내도에 표시된 몽마르트르 묘지는 사크레쾨르 성당의 동편이다. 산책하듯 한적한 거리를 걸어.. 프랑스 3 : 루브르의 향기 우리나라에서 발행된 여행 안내서에 의하면 일요일의 루브르는 할인가로 입장이 가능해야 했다. 찌푸린 하늘, 기나긴 줄을 따라 루브르의 유리 피라미드 입구로 들어서니 공항에서나 보던 검색대가 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가 자동판매기에서 입장권을 구입하는데, 뒤에 서 있던 중국 여자가 심하게 참견을 한다. 파리에 가장 많은 이방인들, 예의 없고 시끄럽다. 어쨌든 앵발리드에 이어 기호는 무료-18세 미만-고 어른은 정상 입장료. 루브르는 30여만점의 작품을 자랑하는 세계 최대의 미술관으로, 1793년에 개관-이전엔 궁전-하였다고 한다. 이미 입장하기 전에 감히 범하지 못할 미술관 규모와 인파를 보았고, 또 우리 모두 미술 작품에 뜨거운 애정은 없기에 루브르에서의 우리 목표는 소박했다. 안내서를 보며 .. 프랑스 2 : 샹젤리제를 거닐다 토요일이다. 특별할 것 없는 아침을 들고 주말이라 붐빌 예상과 걱정을 하며 에펠탑으로 향했다. 지하철 출구를 빠져나오자 철골을 그대로 드러낸 에펠탑 기단이 보이고, 에펠탑 전망대의 탑승 차례를 기다리는 긴 줄로 늘어선 어마어마하게 많은 사람들이 눈에 들어온다. 저길 올라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전망대에 오르기로 하긴 했었는데. 그런데 실제 본 에펠탑은 몇 시간을 기다려 오르고 싶을 만큼 특별히 근사하지도, 감동적이지도 않았다. 물론 전망대에 오르는 것은 파리 시내 조망을 기대하는 것이기에 탑이 주는 감동과는 무관할 수 있지만. 아무튼 탑을 걸어 오르는 방법조차 외면한 채 기념품만 챙긴 뒤 제네랄 광장과 상드마르스 공원을 지났다. 상드마르스 공원 중앙의 투명 건축물 하단에 한글로 쓴 ‘평화’라는 글자가 반.. 이전 1 ··· 15 16 17 18 19 20 21 ··· 2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