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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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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니 뽑는 날 우리 아들녀석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이 뽑기다. 3년 전, 흔들리는 앞니를 해결하기 위해 치과를 찾았을 때, 입을 앙다문 채 진찰대에 누워있는 걸 본 순간, 난 알아챘다. 녀석의 진짜 최전방 공포를. 인내심 약한 의사는 금세 발치를 포기했고, 난 녀석을 달래고 위협하여 다음날 손목을 잡아 또 치과엘 갔으나 역시 실패. 그보다 더 어렸을 때 받았던 충치 치료엔 의연했었는데 집으로 돌아와 눈물 빠지게 야단을 맞았으나 달라지지 않았다. 그때부터 아들 이 뽑기의 돌격 선봉장은 남편이었다. 우리 어릴 적 쓰던 고전적 방법, 손도 못 대게 엄살 부리는 녀석의 흔들리는 이를 튼튼한 실로 묶은 후 한눈 파는 사이 쑤욱~ 그저께 목요일 아침, 학교엘 가기 위해 지하철로 향하던 중 난데없이 이를 뽑아야 한다는 녀석. 녀..
독일 3 : 로젠하임 속으로 독일 여행 마지막 날, 로젠하임(Rosenheim)으로 향한다.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지명, 로젠하임. 아마도 오래 전,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던 식품 이름이 아니었을지. 오늘도 역시 거리를 방황한 끝에 로젠하임 중심가의 지하 주차장을 찾았다. 알고보니 문화정보센터인데 그 앞의 멋들어진 정원과 청동 작품들이 시선을 조인다. 몇 걸음 더 내딛는 수고를 하며 다다른 곳은 막스요셉 광장이다. 아기자기한 파스텔톤 건물들이 광장을 에워싸고 있고, 카페 유리창엔 모닝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의 향기로운 표정이 비친다. 광장 한쪽엔 1300여년 전까지 로젠하임의 동쪽 관문으로 쓰이던 작은 문이 있다. 광장 또다른 한편엔 1449년에 지어진 너무나 작은 성당이 눈에 띈다. 초에 불을 붙여 기도를 하며 소원을 비는 기호. 맛있는..
독일 2 : 가미쉬 그리고 퓌센 어제, 도도한 뮌헨 흑맥주에 기선을 줬던 시간도 잠시, 유럽 서머타임이 끝난 오늘 여유 있고 가볍다. 산자락에 놓여진 작은 도시인 가미쉬와 아름다운 퓌센의 성들은 우리를 맞을 채비 중이다. 뮌헨에서 120km쯤에 위치한 퓌센으로 가기 전 독일아저씨 프랭키-회사직원-가 손가락 세워 꼽아준 가미쉬엘 가보기로 했다. 늘상 그러하듯 약간의 헤맴 끝에 가미쉬에 도착한 순간, 너무 예쁜 거리 모습에 탄성이 나온다. 알프스 자락에 펼쳐진 가미쉬 거리는 산마을의 옛 모습 그대로다. 건물 외벽마다 그려진 프레스토화, 깨끗하고 정감 있는 거리, 부서질 듯 바스락대는 낙엽까지 어느 하나 눈길을 모으지 않는 모습이 없다. 마을 자체가 아리따운 수채화다. 아쉬운 마음을 가미쉬에 재워둔 채 퓌센으로 간다. 크지도 높지도 않은 산..
독일 1 : 뮌헨의 안개 이른 아침부터 준비를 서둘렀다. 3일 간의 여행에 필요한 옷가지나 식품은 물론 점심 도시락까지 챙겨야 했기에 출근하고 등교하는 여느 아침 못지 않다. 자동차로 독일 남부를 향해 떠난다. 며칠 사이 쌀쌀해진 기온, 그래도 다행히 햇살은 맑다. 잘츠 근처 휴게소에 잠시 들른 후 얼른 뮌헨을 품에 맞고 싶은 마음에 그대로 내달린다. 잘츠를 지난지 오래지 않아 국경이 보인다. 국경이라도 국가명이 적힌 이정표만 보일 뿐 더이상은 아무 것도 없다. 체코나 헝가리 쪽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예약한 숙소를 찾느라 뮌헨 시내를 헤매긴 했지만 무사히 안착. 콘도 형식의 숙소가 깔끔하다. 조금 수다스러운 관리인 아주머니의 안내와 설명을 들은 다음, 밖으로 나왔다. 어느 새 오후 3시가 넘어있다. 트램을 타고 도착한 마리엔..
그들의 귀잠터, 중앙묘지 일요일이 이렇게 좋은 줄 몰랐다, 늦잠에 폭 빠져 해맞이를 안 해도 되니. 요 며칠, 새벽과 밤을 열고 닫는 시각이 아무래도 내 몸엔 무리였나 보다. 오후에야 몸을 편다. 작년 여름, 자국을 날려보냈던 비엔나 중앙 묘지가 오늘의 산책터다. 기호 덕에, 필름 카메라로 열심히 만들었던 흔적을 보낼 수 밖에 없었던 바로 그곳. 집에서 20분, 금세 담장 길게 늘어선, 드넓은 그 앞이다. 여기도 단풍이 곱다. 작년 여름의 싱그러움 대신 원숙한 가을 아름다움이 한창이다. 중앙 묘지는 1894년, 빈 시내에 흩어져 있던 5곳의 묘지를 한데 모아 조성한 곳으로, 묘지라기보다는 평온한 공원 같다. 유명한 음악가와 저명 인사들, 그리고 오래된 빈 시민들이 귀잠에 여념 없다. 지난 번처럼, 함께 모여 잠든 음악가들을 유심..
뵈아터 호수에 빠지다 클라겐푸르트는 이탈리아와 슬로베니아의 국경과 맞닿아 있는, 오스트리아 남쪽 도시이다. 정확한 주5일 근무에, 연간 5주일의 휴가를 제대로 챙겨쓰는 이 나라 사람들과는 달리 우리 큰밥돌의 토요 휴무는 한 달에 한두 번이나 될까. 몇 주를 기다리다 드디어 떠난다, 클라겐푸르트로. 오스트리아 고속도로의 제한 속도는 130km다. 그러나 시속 140-160km로 달려대는 승용차들이 부지기수. 고속 차량 공포증이 있는 나는, 100km 이상의 속도엔 못 견뎌하는데, 햇볕에 쪼여 조는 사이에 얼른 속도 위반을 하는 큰 밥돌. 3시간 후 클라겐푸르트다. 노이에광장엔 마리아테레지아 동상과 이 도시의 트레이드마크인 비룡 분수가 있다. 쌀쌀한 기온 때문인지 분수 물줄기는 완전멈춤 상태이고 광장 노천 카페는 햇볕을 받으며 ..
비엔나의 선물 가을이 깊어가는 비가 매일 내린다. 비엔나 중심가 나들이, 우산을 받쳐들고 늘 걷던 슈테판을 벗어나 비엔나 시청 쪽으로 간다. 1883년에 완성된 그리스 신전 양식의 국회의사당 중앙 부분~ 건물 앞엔 지혜의 여신인 아테네 조각상이 있다. 건물 왼쪽 끝부터 오른쪽 끝까지 대대적인 공사 중. 시청사 광장에 이르니 비가 그친다. 1883년에 세워진 고딕 양식의 비엔나 시청사, 중앙 98m 높이의 탑 위엔 3.4m의 기사상이 서 있다. 시청사 앞엔 널따란 광장과 작고 예쁜 공원이 있다. 시청사 맞은편에 위치한 부르크극장~ 1744년 창설된 궁정 무대로, 1888년에 현 건물로 옮겼다고 한다. 베토벤 파스콸라티하우스로 오르는 길~ 베토벤이 1804년부터 1815년까지 살았던 파스콸라티하우스. 건물 4층엔 베토벤 ..
나슈마크트 2 - 재래시장 맛있는 향기의 진원지는 주차장 끝 벼룩시장 옆의 상설 재래시장~ 시장 안 군데군데 자리한 크고 작은 음식점들. 즐거운 주말을 즐기는 밝은 표정들~ 과일 가게엔 껍질까지 다 먹는 청정 과일들이 많다. 과일이나 야채, 고기 등 식료품 가격은 국민 소득에 비해 매우 저렴한 편. 알맹이 작은 씨없는 청포도 맛이 환상적이다. 과일 가공 식품을 파는 가게. 설탕을 첨가한 식품들이 많아서 벌들의 잔치가 벌어지는 곳이다. 와인과 치즈를 파는 곳. 특히 오스트리아 화이트 와인은 품질이 매우 뛰어나다. 오른쪽에 있는 것은 빵, 크기만 할 뿐 별맛은 없다. 갖가지 치즈들~ 가운데 있는 육면체 치즈는 언뜻 봐도 두부 같고 또 봐도 두부 같다. 정말 신기하다. 커피와 와인, 소스, 향신료 등이 있는 곳. 돌아서는 내 등 뒤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