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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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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1 : 파리의 하늘 밑 입 밖으로 새어나갈세라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면 영화 속 그 거리가 떠오르는 곳. 드디어 프랑스 파리로 여행을 떠나는 날이다. 항공기 출발 시각은 오후. 오늘도 남편은 출근을 했고, 나도 아침부터 분주하다. 아침 일찍, 그저께 VIS 지정병원에서 실시했던 기호의 알레르기 반응검사 결과지를 받으러 가야 했다. 그저께는 병원과 VIS엘 다 들르느라 남편이 동행을 했었지만 오늘은 기호랑 둘이 움직여야 했다. 오스트리아에 온 지 5개월. 그동안 시골에 살아서 지하철을 탈 일이 없었고 빈으로 이사한지 며칠 지난 오늘에야 처음으로 지하철을 탄다. 출입문 손잡이를 수동으로 당겨 열어야 하는 지하철을 한번 갈아타고 병원엘 갔다. 의사소통 문제로 약간 걱정스러운 상황이었으나 무리없이 의사로부터 이상 없다는 소견과 함께 결..
세례 받는 날 기호가 세례를 받았다. 비엔나로 이사한 다음날인 8월 7일, 운터슈팅켄브룬 성당에서 많은 분들의 축복 속에 의식을 치렀다. 세례는 VIS 입학과 이사가 결정되기 전에 받기로 했던 것이라 그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미안함이 멍울지는 상황이지만. 세례 받기 전, 성당에서 신부님의 지도대로 예행 연습을 하고 집에선 성가 연습도 하며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를 했다. 세례 받는 날. 기꺼이 대부를 자청해주신 전(前) 비거마이스터-시장. 시골이니 우리 동장 쯤-는 물론, 학교 교장선생님과 독일어선생님, 마을 어른들, 남편 친구 가족들까지 모여서 성대한 자리가 만들어졌다. 기호 혼자 받는 세례이고 오스트리아가 카톨릭 국가라 처음부터 끝까지 정통 그대로 의식이 이루어졌다. 기호 마음이 두 뼘쯤은 자란 것 같다. 어린 나이..
비엔나에 입성하다 비엔나로 이사를 했다. 기호가 학교를 VIS (비엔나인터내셔널스쿨)로 옮기게 되었기 때문이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오스트리아 시골 초등학교엘 1년 더 다닐 예정이었는데, 기회는 나타났을 때 쥐어야 하는 법. 달랑 남은 한 자리를 꿰어 차기로 했다. 학교를 옮기기로 결정 후 가장 큰 문제는 통학이었다. 운터슈팅켄브룬에서 VIS까지는 70여km. 승용차로 1시간 걸리는 거리다. 방법은 단 하나, 이사다. VIS에서 멀지 않은 곳에 비어있는 집을 급하게 구하고 8월 6일, 여러 사람들의 도움으로 짐을 옮겼다. 지금 사는 곳은 도나우 강변에 자리한, 흔치 않은 31층짜리 아파트- 언뜻 보면 빌딩 같다-다. 맞은편엔 UN(UNO-CITY)이 있고 고속도로와 바로 연결되며 지하철도 코 앞. VIS까지는 지하철로 2정..
체코 : 프라하의 무지개 7월 19일, 프라하에 일이 있어 아침부터 남편과 함께 움직였다. 비는 오락가락하고 프라하 초입부터 교통체증이 엄청나다. 예상시간을 넘겨 일을 마치고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카를교를 건너는데, 여행 성수기라 그런지 지난 봄보다 3배는 더 될 것 같은 인파~ 좁은 거리엔 온 세계 사람들로 북적대고 한국인들도 줄줄이... 오스트리아로 돌아오는 오후~ 차창 밖으로는 비가 쏟아지고, 비 그친 저편에 보이는 쌍무지개. 정말 오랜 만에 보는 무지개다. 왠지 좋은 일들이 생길 것 같은 기분 좋은 예감~*
그리움들 정말 심심한 하루다. 더이상 표현할 수 없을만큼 심심하고 적막하다. 늘 집 안을 시끌벅적 활기있게 만들던 기호가 어제 오후부터 1주일짜리 캠프에 참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제, 일요일 오후. 동양이라고는 한 명도 없는 낯선 캠프장에 기호를 들여보내고 돌리는 걸음이 얼마나 버거웠는지. 그런데, 인솔교사를 따라 수영장에서 헤엄을 치며 기호가 던진 말은 달랑 "토요일 아침에 데리러 오세요."뿐. 기호는 아직 독일어를 잘 알아듣지 못하는 상태라 우린 내내 걱정하며 마음이 어지러운데, 오늘 오후 전화 속 기호 목소리는 마냥 신나고 즐겁고 흥분된 음성이다. 같은 텐트에서 자는 오스트리아 친구들과도 친해진 눈치다. 기호 전화에 이제는 좀 마음이 놓인다. 그래도 이렇게 긴 시간동안 아이를 품에서 놓아둔 적이 없어서인지..
로젠부르크에서 노닐다 이맘 때의 우리나라처럼 오스트리아도 우기인가보다. 하루도 빼지 않고 계속되는 비다. 나들이에 비처럼 미운 불청객은 없다. 그래도 늦게라도 마음을 꾸려 떠나는 일요일 오후~ 지난번 기호 소풍지였던 로젠부르크로 간다. 검은 하늘과 쏟는 비 때문인지 거리에는 차도, 사람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1시간 30분이 지나면서 로젠부르크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높지 않은 산마루에 자리잡은 로젠부르크는 1290년에 건립하여 17세기까지 사용되었던 영주의 성으로, 넓은 대지와 푸르른 정원이 먼저 눈에 와 닿는다. 입장하자마자 마침 하루 두 번 진행되는 매 곡예시간이란다 몸길이가 170-180cm는 될법한 거대한 매 두 마리가 조련사의 손짓에 따라 멋진 날개짓을 한다. 이어지는 성 내부 관람. 지난 번에 보았던 크로이첸슈타인..
우리 낄라낄라 지금 만 9살인 기호가 만 4살 무렵이었던 것 같다. 유치원에서 돌아온 어느 날, 느닷없는 질문을 한다. 엄마! 낄라낄라 알아요?, 뭣이라? 낄라? 괴상한 용어를 모르는 내 얼굴이 재미있었는지 연신 외쳐대었었다. 시껌둥이 낄라낄라~ 얼마 전부터 내가 지어준 기호 별명이 바로 낄라낄라다. 5월 말부터 집 뒤편에 있는 수영장엘 얼마나 들락거렸는지 피부가 구릿빛을 넘어 깜장색이 돼버렸다. 기호는 원래 수영장 가기를 무척 좋아한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약속을 하고는 방과후엔 시간에 늦을세라 재빨리 수영장으로 달려간다. 물론 약속 없이 가도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놀이터 같은 수영장이다. 풀에서 미끄럼틀도 타고 헤엄도 친다. 저렴한 입장료(1.5유로)에 맛있는 셈멜(오스트리아 전통빵, 1유로)까지 먹을 수 있기에..
제그로테 지하 동굴 속으로 7월 3일 일요일, 오늘 행선지는 비엔나 중심에서 17km 거리에 자리한 제그로테다. 제그로테 동굴은 2차 세계대전 때 나치의 비밀 무기고로 사용되었던 지하 동굴로, 친절한 이정표를 따라 쉽게 찾아낸 제그로테의 첫 인상은 그저 평범하다. 입구 앞에 모여 있는 몇몇 관광객이 아니었다면 그냥 지나칠 듯한 모양새이다.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건네주는 직원이 20분 후 입장을 알려준다. 입구엔 동굴 내부 온도가 9도이며 담요를 빌려준다는 짧은 안내문이 걸려있다. 긴 소매옷 가져오길 잘 했네~ 기호는 기념품에 애태우다가 작은 열쇠고리 하나를 쟁취하고는 벙글거린다. 드디어 입장이다. 처음부터 차고 어둡다. 멋진 유니폼을 차려 입은 가이드가 독일어와 영어로 관광객들을 이끈다. 제그로테의 크기는 6,200평방미터이고 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