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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0일 (화) : 낮이나 밤이나 종일 비가 온다는 예보가 들리는 오늘, 우리의 선택은 카페 돔마이어다. 쫀득한 수제비 반죽을 넣은 오징어짬뽕-아시아마트에서 구입한-으로 아침식사를 마치고 9시 20분, 숙소를 나섰다. 이번 여행에서 처음 만난 구형 S-Bahn, 저상형이 아니라 승하차시 계단을 오르내려야 하는 불편함이 있으나 트램도 S반도 역시 옛것이 더 운치 있고 낭만적이다. 돔마이어까지는 U4 Braunschweiggasse에서 걸어갈 수도 있고, U4 Hietzing에서 걷거나 트램으로 이동할 수도 있다. 지난 번 돔마이어에 갈 땐 후자의 방법으로, 이번엔 U4 Braunschweiggasse역에서 돔마이어까지 도보로 가는 전자를 택했다. 흐리긴 하나 다행히 비가 쏟지 않는 소박한 동네를 산책하듯 걸어 도착한 카페 돔마이어 Domm..
9월 19일 (월) : 비엔나 서쪽 동네 새벽 3시반, 휴대폰 벨이 울려서 확인하니 전 직장 후배-빈 여행 중인 걸 모름-다. 비몽사몽이라 톡만 남기고 벨소리는 무음 처리, 1시간 넘게 깨어있다 다시 잠이 들었다. 아침 식사 후 혼자 Penny-쇼핑은 혼자가 편함- 에 들러 식료품과 서울 들고갈 것들을 챙겼다. 이른 점심은 치즈빵과 치아바타와 요거트를 먹었는데, 이곳 빵은 많이 먹어도 속이 부대끼지 않으니 매일 먹어도 좋다. 아침 비가 좀 내리더니 쨍하게 갠 정오, Westbahnhof로 간다. 빈 변두리에 있는 광활한 IKEA 아닌, 도심형 IKEA가 몇 년 전 서역에 생겼다고 해서 가보려 한다. 평일 낮이라 붐비지 않는 실내가 조용하다. 빈 외곽에 있는 일반적인 IKEA보다 쇼룸 규모도 훨씬 아담하고, 판매하는 가구 종류도 많지 않다. 넓지..
9월 18일 (일 ) : 기억 속 오토 바그너 따뜻하게 푹 자고 일어난 아침. 조식 메뉴는 어제 나슈막 근처 아시아식품점에서 구입한 진라면이다. 서울에서 출발할 때 한국 음식을 꽤 많이 챙겨왔으나 여행 일자가 열흘 남은 지금, 어찌된 일인지 남은 게 거의 없다. 10시 20분, 향하는 곳은 사흘 전 가려다 실패한 오토바그너 성당. 우린 그리로 가는 최적의 루트를 알아냈다. S45로 오타크링까지 이동한 후, 버스 46B를 타고 10여분 뒤 정류장에 내리면 친절하게도 Otto Wagner Kirche라 쓰인 표지판이 있다. 그 작은 표지판을 따라가니, 상상도 하지 못한 드넓은 자연이 갑작스레 활짝 펼쳐졌다. 이 멋진 자연 위에서 어른들과 아이들은 세차게 부는 바람에 맞춰 꼬리가 긴 연을 높이 날리고 있었다. 넓은 초원에 이어 나타난 숲길을 따라 걸으면,..
9월 17일 (토) : 빈의 가을 바람 새벽 3시가 넘어 잠들어, 아침 기상이 힘겹다. 완전히 확 추워진 날. 사흘 전엔 최고 기온이 27도였는데, 오늘 예보된 최고 기온은 16도다. 그래서 오늘에야 드디어(?) 긴소매 옷 위에 트렌치코트를 덧입는 진짜 가을 옷을 착장했다. 오늘 목적지는 훈더트바써의 쓰레기 소각시설과 칼스플라츠 근처의 나슈마크트다. 트램과 지하철로 가는 방법도 있으나, S45로 2정거장인 Krottenbachstrasse역에서 35A버스로 이동할 예정이다. 그런데 Krottenbachstrasse에 내려 버스정류장으로 가는 중 뜻하지 않게 벼룩시장을 발견했다. 신선놀음에 도끼 썩는 줄 모르고 사는 요즘, 오늘이 토요일인 줄도 제대로 몰랐다. 와, 세상에, 벼룩시장이 이렇게나 크다고. 여러 블록에 걸쳐 펼쳐진 벼룩시장에서 여행..
9월 16일 (금) : 도나우강변에서 시간 참 빠르다. 여행 기간의 딱 2/3가 지났다. 오늘도 흐린 날, 역시 중서부유럽 여행은 5-6월이 최고다. 한여름은 이제 너무 더워 여행하기 적절하지 않고, 9월은 이미 낮이 짧고 맑은 날이 적다. 계란볶음밥으로 식사를 한 후 치즈베이컨빵, 사과, 포도, 카푸치노를 줄줄이 먹었다. 한 끼 아닌 점심까지 먹은 듯하지만 나중에 먹은 건 분명 디저트다. 거리는 가을, 아니 부쩍 추워졌다. 지하철을 타고 U6 Neue Donau역에서 하차했는데, 내리는 사람들이 거의 다 아랍인들이다. 알아보니 근처에 빈에서 가장 큰 이슬람사원이 있다고 한다. 역 앞 정류장에서 20A 버스를 기다리는 중에도 모스크를 향하는 무슬림들의 행렬은 끝이 없다. 22구에 위치한 도나우파크는 빈에 살 땐 집에서 가까워 여러 번 왔었으..
9월 15일 (목) : 오토 바그너의 그림자 어제 안드로메다를 짊어진 채 귀가한 남편은 아직 지구로 귀환하지 못하고 있다. 혼자 카푸치노와 곡물빵-Schwarz Brot-으로 기품 있는 조식을 먹는 기분이 아주 괜찮다. 사실 검은 곡물빵은 즐겨하지 않았는데, 크렘스의 호프브로이하우스에서 이 빵을 먹은 후부턴 아주 좋아졌다. 뒤늦게 기상한 우주인에겐 지구로 돌아올 양식이 필요했다. 서울서 가져온 한국식재료가 거의 남아있지 않은 터라 오스트리아 밀가루로 쫀득한 얼큰수제비를 만들었다. Universal 밀가루-이 나라의 가장 흔한 밀가루 3종 중 하나-의 찰기가 엄청나다. 하늘은 흐리고 정오 무렵엔 비까지 쏟아지니 우산을 받치고 Penny와 Billa엘 다녀왔다. 마트 가려고 빈에 왔나 할 정도로 특히 매일 들르는 Penny, 귀국할 때 가져갈 것들을 ..
9월 14일 (수) : 고결한 Volksgarten 10시간이나 숙면하고 기상한 아침 6시, 비가 내린다. 서울서 들고온 즉석밥은 어제 다 소진했기에, 며칠 전 구입한 쌀로 냄비밥을 짓는다. 전기밥솥도, 압력솥도 아닌 일반 냄비에 짓는 밥은 해본 적이 거의 없어, 쉽지 않다. 비가 그친 사이, 구시가로 간다. 알베르티나 미술관 입구 부근에서 보는 구시가 전망은 아주 멋지다. 오페라하우스, 사허 호텔, 카페 모차르트, 여행 인포메이션 센터 그리고 광장과 거리를 메우고 있는 여행객까지. 백인 단체 여행객은 항상 많고, 중국 여행객들도 며칠 새 부쩍 많아졌다. 오랜 만에 구시가에서 쇼핑을 했다. 캐른트너의 Klimt 샵에서 우산을, Tchibo에서 커피 원두를 구입하고 콜마크트 Heindl에선 어여쁜 초콜릿을 골랐다. 왕궁이 끝나는 미하엘러 광장엔 늘 그랬듯 ..
9월 13일 (화) : Wachau 가는 길 화요일 아침, 밖에선 출근하는 발걸음과 승용차 소리가 연이어 들려오고 있다. 마지막 남은 즉석밥에 짜장을 비벼먹고 납작복숭아와 커피까지 먹고 나면 멀리 갈 준비 완료다. 9시 15분, Hernals역에서 S45를 타고 하일리겐슈타트에 내렸다. 오늘 행선지인 크렘스와 뒤른슈타인에 가려면 빈 시내 교통카드 아닌 별도의 기차 티켓이 필요하다. 탑승할 때마다 티켓을 발권하는 방법도 있지만, 2명 이상 움직이는 경우엔 Einfach-Raus-Ticket을 구입하면 경제적이다. 이 기차 티켓은 평일 9시부터, 주말과 휴일은 새벽부터 종일 OEBB의 S, R, Rex 기차를 무제한 이용 가능하며 2인 기준 €35, 인원이 늘어날수록 금액도 몇 유로씩 추가된다. 우린 티켓을 창구에서 구입했는데, 나이 지긋한 직원이 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