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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2 (토) 후 : MAK, 너는 자유다 # 오스트리아 응용미술관, MAK U3 Stubentor역엔 오스트리아 응용미슬박물관인 MAK이 있다.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공예품 박물관으로, 다양한 양식의 장식품과 식기 등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맑고 뜨거운 햇살 아래 지하철로 이동한 Stubentor역, 그 앞 새하얀 건물이 퍽 인상적이다. 정갈한 빈 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향기로운 꽃 가게도 MAK 앞을 차지하고 있다. MAK은 예전에 빈에 살 때, 우연히 이곳의 1층 샵에 들렀던 기억이 있다. 신선하고 재미난 디자인의 문구와 기념품이 인상적이었던 기억만 있을 뿐 내부관람은 하지 않았었다. 하긴 그땐 이곳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어딘지조차 그다지 관심이 없었으니까. 오스트리아의 많은 미술관과 전시관이 그러하듯 이곳 MAK 역시 만19세까지의 학..
8. 2 (토) 전 : 쉔브룬 하늘 아래 # 여름 새벽 새벽 4시다, 눈뜬 시각이. 이건 뭐지, 왜 이 시각에. 아직도 시차부적응인가, 나이듦인가. 7시 반, 빈에서의 세번째 빨래를 세탁기에 돌려놓고는 맛있는 마늘빵으로 아침식사를 했다. 푸르디푸른 하늘, 밝고 유쾌하고 건강한 하늘이다. 9시 반, 우리들의 아름다운 샘, 쉔브룬 궁전으로 간다. 38번 트램을 타고 그린칭 방향으로 두 정거장을 이동한 후, BIPA 앞에서 10A 버스를 탔다. U4로 쉔브룬 역에 가는 방법도 있지만, 버스는 쉔브룬 바로 정문 앞에서 하차할 수 있고 또 거리 보기도 그만이다. # 쉔브룬 하늘 아래 버스로 30여분을 움직이니 쉔브룬 정문이고, 쉔브룬 앞엔 늘 그랬듯 오늘도 사람이 많다. ‘아름다운 샘’이란 의미를 가진 쉔부른 궁전은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의 여름 궁..
8. 1 (금) 후 : 평온한 빈숲 # 치보 캡슐커피와 아펠 슈트루델 맛있는 피자를 점심으로 해 치운 후, 빈에 사는 H의 엄마아빠와 내일 만날 약속을 했다. 그리고는 내가 사랑해마지않는 애플파이를 먹으며 치보 캡슐커피를 커피머신에 내려 마신다. 사실 아펠슈트류델 비스무레한 이것은 빈에서 흔히 먹는 애플파이는 아니지만, 근처에 딱히 빵집이 없고 마침 유로스파에서 비슷한 걸 발견했기에 얼른 구입해온 것이다. 꿩 대신 닭이지만 부드럽고 달콤했다. 오후 3시, 하늘빛이 아침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맑고 밝아졌다. 오후 일정은 아들녀석와의 약속대로 빈 숲이다. 숙소 앞에서 38번 트램을 타면 빈숲의 그린칭이 종점이고, 여기서 다시 38A번 버스를 타면 하일리겐슈타트로 갈 수 있다. 그런데, 그린칭에서 우리가 탄 38A 버스는 다른 방향이었나봐, 하..
8. 1 (금) 전 : 위대한 음악가들 # 8월이 되었다 서울을 떠난 날이 7월 22일 밤이었는데, 벌써 8월이 되었다. 신선놀음에 도끼자루는 내팽겨두고 살다보니 시간 흐르는 줄도 모르고 지내고 있다. 완전 내 체질. 오늘도 5시에 기상이다. 시차 부적응도 아닌데, 자꾸 새벽에 눈 떠지는 건 무슨 이유~ 빈은 여름엔 워낙 일찍 해가 뜨는 동네라 서머타임을 적용해도 새벽 5시면 이미 훤하다. 아침식사를 한 후 또다시 EUROSPAR엘 들러 이것저것 사들인다. 빼놓을 수 없는 아침 일과다. 벨베데레 전투 이후 굳이 아들과 동행할 필요성을 버린 나는 쿨하게 물어본다. "중앙묘지 갈래?", "아뇨, 엄마 혼자 다녀오세요." 예상했던 답이다. "그럼 오후에 빈숲 갈래?" 거긴 가겠단다. 숙소 앞에서 37번 트램을 타고 쇼텐토어에 내려 어제는 운행하지 ..
7. 31 (목) 후 : 훈더트바써의 흔적 # 슈베덴 플라츠 도나우젠트룸엔 자주 가던 중국식당은 보이지 않았고 대신 그자리엔 회전초밥집이 새로 자리하고 있었다. 그 가게가 그리웠는데, 하는수없이 회전초밥-맛은 괜찮음-을 먹은 후, U1를 타고 슈베덴플라츠에 하차했다. 근처에 도나우 운하가 자리한 이곳에서 트램 1번을 타면 쿤스트하우스와 훈더트바써하우스로 갈 수 있는 것이다. 트램 1번을 타고 라데츠키플라츠에 내리면, 훈더트바써하우스와 쿤스트하우스 빈을 가리키는 푯말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이를 따라가면 딱 쿤스트하우스 빈을 발견할 수 있다. '쿤스트하우스 빈'은 건축가 훈더트바써가 설계한 미술관으로, 2층과 3층엔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이 있다. # 훈더트바써의 흔적 '쿤스트하우스 빈'은 내부 전시관에 입장해 본 적은 없지만, 이 건축물 역시 수없..
7. 31 (목) 전 : 사라진 71번 트램 # 새벽 4시의 알림 소리 새벽 4시, 반사적으로 눈이 떠졌다. 카톡 알림 소리가 들렸던 것이다. 중요한 메시지였기에 얼른 답장을 주고 받은 후 남편과도 안부 메시지를 교환했다. 잘 지내고 있다고~ 오늘도 맑지 않은 하늘, 내가 사랑하는 치보 카피시모에서 캡슐커피 한 잔을 내려 향긋한 식전 커피를 마셨다. 아침식사 후, 오늘의 일정을 시작하기 전에 또 EUROSPAR엘 들렀다. 너무 자주 가는 거 아닌가. 매일 가더라도 마트 구경은 정말로 즐겁다. 특히 감자와 양파, 채소, 유제품 등은 품질도 뛰어나고 가격도 저렴하다. 맥주와 음료, 모짜렐라, 버섯, 토마토, 샐러드야채 등을 사서 냉장고에 쟁여놓고 트램을 타러 간다. # 71번 트램의 행방 오늘 오전의 행선지는 11구에 위치한 중앙묘지다. EUROSPA..
7. 30 (수) 후 : 슈트란트카페의 빗방울 # 그들만의 대화 오후 3시 30분, 원래 약속시간보다 늦게, 빈의 최중심 슈테판 앞에서 아들녀석과 만났다. 약속시각인 3시10분보다 10분 이른 3시에 이곳에 도착한 아들은 이탈리아에서 여행 온 20대 남자와 의자에 앉아 이야기를 하고 있었단다. 요리사인 그 남자는 전공 선택의 중요성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고 한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또 이야기를 나누고 하는 것이 여행의 또다른 의미와 재미가 아니겠는가. 수십번은 들어가본 고딕양식의 슈테판 성당엔 들어가지도 않은 채 콜마크트 거리를 걸어 왕궁 쪽을 향한다. 콜마크트 거리엔 어마무시한 명품샵들이 즐비하고, 커피와 케이크로 유명한 'Demel'도 자리하고 있다. '데멜'은 빈에서 'Sacher'와 쌍벽을 이루는, 훌륭한 전통과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최고의..
7. 30 (수) 전 : 벨베데레 전투 # 치보 카피시모 오늘은 아침 7시 30분 EUROSPAR에서 1L짜리 물 세 병을 구입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리고는 서울서 준비해온 것들과 어제 장본 것을 모두 모아 한국식 아침식사를 한 후, 치보 카피시모(Tchibo Cafissimo)의 원두커피 캡슐을 내려 커피를 마신다. 아, 이건 새로운 세계야, 원두의 향과 맛을 그대로 간직한 카피시모 캡슐커피에 단번에 반해버렸다. 이 숙소에 체크인 할 당시 카피시모 프리미엄 캡슐커피 6개가 구비되어있었는데, 이 캡슐은 나혼자-아들녀석은 커피를 거의 마시지 않는다-이틀 만에 소진해버린 후, EUROSPAR에 가서 커피캡슐 10개짜리 한 상자를 구입하게 된다. 사실, 치보 카피시모 커피머신에 첫눈에 반해버린 터라, 숙소에 있던 카피시모 듀오(기존제품) 대신 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