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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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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츠의 짧은 여정 5월 마지막 주는 잘츠로 간다. 토요일 아침 9시반, 점심 도시락과 아이스커피 그리고 몇 가지 물건만 챙겨 차에 올랐다. 2-3일 전부터 갑작스레 더워진 날씨에 아침 기온이 심상치 않다. 잘츠부르크와 잘츠카머구트는 비엔나에서 승용차로 3시간 거리. 작년 여름, 잘츠카머구트를 보며 설레고 놀랐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끝이 보이지 않던 아터제, 동화 같던 몬트제, 아름다운 볼프강제, 눈부신 고사우제, 그리고 가슴 뛰는 할슈타트. 고속도로를 나와 이정표를 보니, 볼프강제가 가장 가깝다. 우선 마을에 숙소를 잡았다. 별 4개짜리 호텔에 들어갔다가 Zimmer로 발길을 돌렸다. Zimmer가 깔끔하고 더구나 주인 아저씨가 영어를 할 줄 아니 금상첨화~ 상트볼프강 마을의 아주 오래된 성당을 둘러보았다. 부조된 ..
벨베데레 정원에서 벨베데레 궁전으로 발걸음을 놓은 것은 5월 초의 휴일이었다. 늘 그랬듯이 독일어로 쓰인 비엔나 시내 지도를 눈 아프게 훑으면서. 비엔나 남역에 주차를 하고, 5분 거리에 자리한 벨베데레 궁전으로 갔다. 바로크 양식의 벨베데레 궁전은 18세기 초에 지어졌는데, 벨베데레라는 말은 '아름다운 전망'을 뜻하며 지금은 오스트리아 갤러리로 사용되고 있다. 궁전 입구에 들어서니 예쁜 정원이 눈에 띤다. 정원을 사이에 두고 상궁은 19-20세기 회화관, 하궁은 바로크 미술관이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 5월 중순의 행사 관계로 그즈음 며칠간 휴관이었던 것. 기념품점과 그 옆의 고딕 미술관만이 오픈되어 있었다. 관람은 다음으로 미루고, 구스타프 클림트(1862-1918)의 그림세트만을 지니고 돌아오는 수밖에. 정원을..
크렘스에서 멜크까지 일요일, 5월 하늘이 우리나라 가을처럼 시리게 맑다.차창 밖으로 보이는 들판마다 끝없는 포도밭이고,아이스커피를 마시며 바라보는 자연은 풍경화가가 그린 평화로운 그림이다. 예상보다 빨리 도착한, 중세 분위기의 크렘스 거리를 지나고 나니곧 도나우강이고 강을 끼고는 긴긴 도로가 펼쳐지는데,강변 경관으로 유명한 바카우다. 계속되는 강변 드라이브~출렁이는 도나우강엔 사람 가득 실은 유람선이 흐르고강변에는 레스토랑들이 줄지어있다.석회 때문에 물빛이 뿌옇다. 바카우는 돌아가는 길에 다시 보기로 하고 멜크로 차를 달렸다. 금세 도착한 멜크 수도원의 주차장엔 버스와 승용차가 가득하다. 멜크는 비엔나에서 약 80km 떨어져 있고, 바벤베르크 왕조(1076-1106)의 수도였던 곳이다.  이곳에 있는 멜크수도원은 바벤베르크..
운터슈팅켄브룬 스케치 오스트리아 빈의 북쪽에 위치한 운터슈팅켄브룬에서 생활한지 2개월이 넘었다. 3월 날씨는 겨울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어 메마른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정말 봄이다. 하늘도, 들판도 온통 푸르름이다. 우리 마을 인구는 700여명. 전형적인 농촌이다. 게마인데(지방자치사무소) 직원도 시장 포함하여 달랑 셋. 아이들은 게마인데 앞 정류장에서 통학버스를 타고 옆마을 학교로 등교하는데, 게마인데에서 사탕 받는 재미가 괜찮은가 보다. 기호도 기를 쓰고 아침 일찍 정류장으로 간다. 그리고 게마인데 옆엔 멋진 중년신사 혼자 지키는 은행이 있다. 우리 집 바로 옆은 성당이다. 오스트리아 사람들의 85%이상이 카톨릭 신자이고 카톨릭 관련 행사일은 다 공휴일이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울려대는 종소리가 처음엔 귀에 거슬렸지만 이젠..
할슈타트의 추억 작년 여름, 10년 만의 무더위로 온 나라가 폭염에 싸여 있을 때, 운좋게도 우리 가족은 이곳에 있었다.남편은 일 때문에 7월 초순부터, 기호와 난 7월말부터 8월 중순까지 오스트리아에 머물렀다.그때는 지금 살고 있는 운터슈팅켄브룬이 아닌, 비엔나 남쪽에 위치한 작고 예쁜 도시에서 지냈다.3주일을 오스트리아에 머물며 5일간은 잘츠부르크와 잘츠카머구트를, 또다른 5일간은 잘츠와 루체른, 베니스를 여행했다. 스위스 루체른도, 이탈리아 베니스도 빼놓을 수 없는 기억이지만, 잘츠카머구트의 정경은 정말 대단했다. 잘츠카머구트는 2000m의 높은 산들 사이로 수십 개의 호수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자연을 보여주는데, 몬트제와 볼프강제를 비롯해서 특히 고사우제는 표현할 수 없는 비경에 눈이 시렸다. 그리고 잊을 수 없는..
빈 자연사 박물관에 가다 4월 마지막 날이다. 토요일, 날씨까지 기막히게 맑다. 오늘 일정의 후보지는 자연사 박물관과 미술사 박물관, 벨베데레 미술관. 그 중, 동물을 좋아하는 기호 의견에 따라 오늘 행선지는 자연사 박물관이다. 자연사 박물관은 많은 볼거리들이 모여있는 비엔나 중심가인 링도로 안에 위치해 있다. 먼저 왕궁 옆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마리아 테레지아 광장으로 걸어갔다. 광장 중심엔 마리아테레지아 동상이 있고, 자연사박물관과 미술사박물관은 마주보며 자리하고 있다. 안내 표지를 확인한 뒤 자연사 박물관으로 들어갔다. 입구에 티켓 구매 창구가 있는데, 유리 안쪽에 붙어있는 브로슈어에 한글로 '자연사박물관'이라 쓰여있다. 2층엔 공룡 및 맘모스, 시조새 등의 중생대 화석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공룡 화석의 거대함은 엄청나다..
벌레와의 처절한 전투 우리 집에 개미가 출현한 것은 4월 초순이다. 취침 전, 침대 위로 기어오르는 시커먼 개미 모습을 처음 봤을 땐 '그냥 잡으면 돼'하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서울에 살 때도 그 흔한 바퀴벌레나 불개미와 동거해 본 적이 없었기에 개미의 존재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다음날도 개미가 가끔씩 보이긴 했지만, 내가 심심할까봐 개미가 놀러오는건가 생각하며 한 마리씩 저 세상으로 보냈다. 살생이긴 하지만 내가 뭐 불교신자도 아니고 우리 거주지를 침입한 미물 몇 마리 없앴다고 세상이 뒤집어지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 마침 주말이라 빈 놀이공원에 갔다가 한국식당에서 맛있는 저녁과 노래방에 완전히 신나게 놀다온 그날 밤! 우리집에선 개미들이 파티를 열고 있었다. 시커먼 개미들이 자기집인양 온 동네 개미들을 ..
체코 2 : 프라하의 봄 2 아침 7시, 눈이 떠졌다. 창 밖엔 가느다란 봄비가 뿌리고 있다. 아래층 식당에서 한식으로 준비된 식사를 하는 동안 20대 아가씨 하나가 식당으로 들어온다. 혼자서 유럽을 다니는 대단하고 용감한 여인네, 우리에게 오스트리아에 대해 물어본다. 9시, 숙소를 나섰다. 행선지는 프라하 성이다. 흩뿌리던 비가 그치니 광장은 한적하고 맑다. 어제 지났던 카를교를 건너 프라하 성 쪽으로 걸어갔다. 어제는 눈에 들어오지 않던 체코어로 된 표지들이 오늘은 제법 익숙하다. 블타바강 왼쪽 언덕에 위치한 프라하 성은 9세기에 요새로 처음 건립했는데, 현존하는 중세의 성 중 가장 큰 규모다. 성 입구를 지키는 부동자세 근위병의 모습이 동화 속에서 막 걸어나온 듯하다. 비 흩날리는 프라하 성, 웅장한 성비타 성당, 정성스럽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