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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4 (수) 전 : 런던타워에 어린 비애 오늘도 역시나 새벽에 떠진 눈. 우연히 2for1 카드에 관한 검색을 하다가 내셔널레일카드만으로는 할인이 불가능함을 알게 되었다. 역에 비치된 브로셔의 쿠폰-이걸 챙겼어야 함-이나 홈페이지 예약이 필요했고, 그리하여 남편은 재빨리 홈피를 통해 런던타워 예약을 한 후 리셉션에서 인쇄까지 완료했다. 런던타워 가기 전에 알게 되어 정말 다행. 갑자기 항공권을 구하고 한 달도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준비를 하니 역시 놓치는 게 많을 수밖에 없다. 아침식사 후 8시 조금 넘어 체크아웃을 하고 호텔에서 멀지 않은, 예약한 아파트의 리셉션을 찾았다. 3박의 숙박비-런던은 비싸다-를 먼저 지불하고 오후에 입실하기로 한 후, 캐리어는 리셉션에 맡겼다. 그리고 리셉션과는 다른 건물에 있는 아파트 위치를 미리 확인하니 세..
10. 3 (화) 후 : 즐거운 셜록홈즈 테이트모던을 벗어난 시각이 오후 1시였고, 밀레니엄교를 건너 세인트폴 성당 앞까지 이르는 데도 시간이 꽤 흘렀을 거다. 이미 점심 때가 슬슬 지나고 있는 시각, 세인트폴 앞에서 11번 버스에 올랐다. 버스 2층에서 내다보는 거리는 정취가 다르다. 보행자와 차들은 내려다 보이고 건물이나 문화와는 같은 눈높이에서 그것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2006년 성탄 연휴 여행시엔 시종일관 버스의 2층 맨 앞좌석만 즐겼었다. 그런데, 이번엔 연휴였던 그때와는 교통 상황이 많이 달랐다. 넓지 않은 도로에 교통 체증이 너무나 심해서, 트라팔가 근처에서 환승한 6번 버스에서도 우린 다시 내려야 했다. 버스를 내려 Charing Cross역에서 튜브로 갈아탈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THE GOLDEN HIND의 점심..
10. 3 (화) 전 : 테이트모던과의 동행 그제와 어제, 그리도 고단한 일들의 연속이었건만 나의 눈은 어김없이 새벽 4시에 떠진다. 서울에서 유럽으로 날아오면 계절 관계없이 최소한 3-4일은 시차 때문에 이른 기상이 시달린다(?), 적어도 나는. 그런데, 나와는 달리 시차 적응의 최강자인 남편이, 오늘은 어찌된 연유인지 일찍 일어났다. 이번 여행의 시작이 강하디강했다는 증거일 터. 6시반, 바깥 하늘이 밝아오고 7시반에 아침식사를 하러 조식당으로 발길을 옮겼다. 어젠 정신없어 먹지 않았던, 아니 먹을 수 없었던 영국식 식사를, 오늘은 추가금을 지불하기로 하고 요청했다. 영국식 메뉴는 기본 메뉴 옆에 뷔페식으로 세팅되어 있는데, 에그스크램블, 해시포테이토, 양송이, 소시지, 토마토 등이 있다. 소시지는 향이 강했고 나머지 음식은 다 맛있었으나 기본..
10. 2 (월) 후 : 코벤트가든 거닐기 내셔널 갤러리가 있는 Charing Cross역에서 Oxford Circus역까진 Bakerloo라인으로 두 정거장만 가면 된다. 우리가 Oxford Circus역으로 향하는 이유는 한식으로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서다. 이 지하철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우리에게 익숙한 그 이름, '비비고' 한식당이 있다. Oxford Circus역에서 살짝 헤매긴 했지만-구글맵 없이 발길 닿는 대로 다니는 아날로그- 2시 즈음, 비비고에 안착했다. 식당 내부는 피크를 비껴간 시각이라 붐비진 않았고, 우리를 비롯한 몇몇만 한국인일 뿐 대부분은 현지인들이 자리하고 있다. 유럽 많은 도시의 식당들이 낮시간 동안 '점심 메뉴' 또는 '오늘의 메뉴'를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는데, 비비고 역시 3코스 런치의 가격이 착하게도 £9였다. ..
10. 2 (월) 전 : 내셔널 갤러리에서 어제 밤 늦게 객실로 들어왔지만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숙면은 취하지 못한 채 두세 시간 동안 뒤척이기만 하다 새벽 3시경-서울은 아침- ㅁㄷ투어 고객센터에 다시 전화를 했으나 공휴일이라 근무시간이 아니라는 자동응답기만 돌아간다. 이 상황에서 더이상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홈페이지 고객의 소리에 글이라도 남겼고, 별 소용없어 보이긴 했지만, 전에 내게 호텔 확약 문자를 보내준 직원의 핸드폰으로 어제에 이어 다시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 여행사에게 고객은 어떤 의미일까. ㅇㄹㅇ투어의 경우 추석연휴 긴급연락처가 홈페이지 메인에 제대로 떠 있는데, 여긴 없다. 휴일엔 연락불가다. 런던여행을 마치고 귀국한 후 여행사에 컴플레인을 했지만 그들은 호텔 책임이라며 진심 없는 유감만을 전할 뿐이었다. 아침 7시..
10. 1 (일) : 런던이 쏟아지다 10월 1일 일요일 새벽 4시 40분, 휴대폰에서 'Our last summer'가 울려퍼진다. 9월 30일부터 10월 9일까지의 황금연휴 중 둘쨋날에 굳이 꼭두새벽을 깨운 이유는 런던여행을 떠나는 날이라서다. 여름 여행을 다녀오고 긴 휴가가 끝나, 일터로 복귀한 8월 하순의 어느 날. 하필이면 그날 무슨 초가을바람이 불어댔는지 항공권 예약 사이트들을 유람하고 있었다. 아니 사실 그날뿐 아니라 가끔 시행하는 항공권 검색은 나의 실없는 취미이기도 하다. 와이페이**, 온**투어를 비롯하여 가끔 싼 항공권이 등장하는 모*투어까지, 어마무시한 추석연휴 항공권 가격을 알고 있었기에 결코 여행을 떠날 계획이 아니었지만, 난 그저 취미처럼 추석 항공권을 뒤적였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람, 내가 알고 있던 추석 ..
8. 12 (토) : Au revoir, 파리 비 내리는 아침, 서울로 톡을 하고 짐을 꾸렸다. 숙소를 떠나 공항으로 출발하는 10시 20분, 다행히 비는 그쳤다. 숙소에서 공항까지 가는 가장 편한 방법은 Chatelet Les Halles역에서 RER B를 타는 것이다. 환승 없이 35분이면 공항에 후딱 다다를 수 있다. 그런데 도착한 Chatelet Les Halles역이 매우 어수선하다. 파리 교통국 조끼를 착용한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승객들에게 교통 안내를 하고 있다. 공항 가는 방법이 프랑스어로 적힌 작은 쪽지를 건네며 현재 공항 가는 RER선의 몇 개 역이 폐쇄되어 Chatelet Les Halles역에 RER B가 운행하지 않으니 RER D를 타고 생드니역까지 가서 정차해있는 버스를 타라고 한다. 그리고 Parc de Expositions..
8. 11 (금) 후 : 파리의 오후 오랑주리에서 개선문까진 지하철 1번선으로 움직인다. 파리는 서울의 1/6에 불과해서 걷는 걸 좋아하고 체력만 따라준다면 몽마르트르를 제외한 대부분의 명소를 걸어서 이동할 수 있다. 우린 짧은 거리 도보도 무리인 나이가 되었기에 몇 년 전부터 도보는 꼭 필요할 때만 애용한다. Charles de Gaulle – Étoile역은 개선문 바로 아래에 있다. 역을 빠져나오면 관광객과 자동차들로 둘러싸인 개선문이 거짓말처럼 바로 눈 앞에 출현한다. 개선문이 위치한 샤를드골에투알 광장은 샹젤리제 거리의 시작점이자 종착점이다. 이곳에서부터 콩코드 광장까지의 긴 대로가 바로 샹젤리제인데, 2km에 이르는 이 거리엔 5개의 지하철역이 있다. 체력만 허락한다면 콩코드 옆 오랑주리에서부터 샹젤리제를 걸으며 천천히 개선문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