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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8 (수) 전 : 비 내리는 콜마르 서울서 날아온 전화벨 소리에 5시, 잠에서 깼다. 하늘은 어제와는 달리 흐린 빛을 보이고, 호텔 규모에 비해 넓은 주차장엔 단체여행객을 위한 버스가 주차해 있다. 구시가와 이렇게 인접한 호텔에 단체여행이 묵다니. 우리나라 여행사도 패키지여행객에게 이 호텔을 제공할 수 있을까. 공원으로 둘러싸여 있고, 구시가까지 도보 3분, 콜마르 역까지 도보 5분이면 충분하니 최적의 위치다. 아침 식사를 하는 식당엔 다양하진 않지만 깔끔한 먹거리들이 아늑한 분위기 속에 펼쳐져 있다. 일본인도 보이고, 중국인들도 자리하고 있는 내부가 아주 조용하고 차분하다. 오호, 커피 맛도 괜찮은데. 식사를 마친 다음, 공원이 병풍이 되어주고 있는 호텔 주변을 산책한 후 서울을 지키는 아들녀석과 톡을 했다. 9시, 조금 전부터 시작된 ..
기억 2 : 또, 프라하의 연인 2016년 여름 항공권을 예약할 때, 처음 계획했던 일정은 '베니스, 잘츠부르크, 빈'이었다. 그러다가 베니스의 고온다습은 견디기 힘들 거라 예상하며 베니스 대신 두브로브니크-여기도 아주 덥다-로 변경했고, 오랜만에 프라하엘 가고 싶다는 남편 의견에 따라 최종 코스는 '두브로브니크, 프라하, 빈'으로 바뀌었다. 프라하에서 우리가 찾은 흔적은 10년 전에 우리가 뿌려놓은 추억도 있었지만,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 속 기억도 함께였다. 프라하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1회와 2회는 여러 번 시청했기에 가는 곳마다 드라마 속 장면이 저절로 떠올랐다. 윤재희와 최상현이 처음 만난 구시가 광장 초입, 카를교에서 재희를 따라가며 던진 상현의 대사, 숨어버린 연인을 찾아 프라하의 구석구석을 함께 찾아다니는 재희와 상현,..
기억 1 : 최고의 지상 낙원 3박으론 한없이 부족했던 지상 낙원. 뜨거운 7월의 햇살도 두브로브니크에 대한 탐닉을 사그러뜨리진 못했다. 어느 봄날에 다시 찾아 1주일쯤 널브러져 한없이 바라보고 싶은 곳, 우리가 꼽은 최고의 여행지다.
8. 7 (월) 후 : 콜마르의 움직이는 성 콜마르의 작은 운하인 프티트 베니스에서 시작된 구시가는 그 주변을 둘러둘러 어여쁘고 고풍스러운 정경을 펼쳐준다. 등을 돌리고 고개를 돌리면 500년 전 역사 속 거리가 현재로 이어지는 마법을 보여주는 곳이다. 어느 골목 끝에서 만난 자연사 박물관, 인구가 7만명도 안 되는 소도시에 자연사박물관이라니 신기하고 놀랍다. 예쁘다는 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거리를 정처없이 가볍게 걷는다. 여행 전, 콜마르에선 뭘하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을 때, 우리의 답변은 단출했다. 그냥 발길 닿는 대로 무계획으로 다니기, 그리고 여건 되면 리크위르 마을 가기. 일부러 색을 만들어 칠해놓은 듯한 파란 하늘, 그 하늘 아래서 그야말로 발 가는 대로 눈에 보이는 대로 천천히 쏘다닌다. 오가다 계속 만나는 작은 물길인 프티트..
8. 7 (월) 전 : 너를 만나기 위해 7시, 하늘은 오늘도 매우 맑고 해는 이미 중천이다. 오늘 하이델베르크를 떠나면 이틀 동안은 한식과는 안녕이니 밥에 미역국과 카레, 김, 샐러드를 곁들인 조식을 차린다. 조식 후, 리셉션에서 매일 푸짐히 제공되는 크루아상을 가지러 간 남편이 크루아상 아닌 샌드위치를 들고 왔다. 우와, 이거 후식으로 먹기엔 너무 제대로 된 샌드위친데, 콜마르 가는 버스 안에서 먹어야겠어. 8시 반, 서울에서 뜻밖의 문자메시지가 날아와 잠시 정신을 쏙 빼놓는다. 우리 작품인 자유로운 영혼이여~ 문자메시지를 해결하고 나니 남편은 갑자기 여행책자를 들고는 벼락치기로 콜마르 공부를 시작한다. 뭘 벌써 하신대, 콜마르 가는 버스 안에서 해도 충분한 거 아닌가아. 10시 반, 이제 하이델베르크를 떠나야 할 시각, 체크아웃을 하고 5..
8. 6 (일) 후 : 내 안의 하이델베르크 철학자의 길을 오르내리는데 할애한 시간은 30여분, 숙고하여 명상하기엔 부족한 시간이었나 보다. 통속적이게도, 산길(?)을 내려오자마자 대낮부터 시원한 맥주가 당겼으니 말이다. 아니지, 우린 산책을 하며 맥주에 대한 확고하고도 훌륭한 영감을 떠올린 거다. 여행 전, 하이델베르크에서 어디 가서 뭘 먹을까를 고민하다 3곳의 식당을 골랐다. 먼저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Roten Ochsen. Hauptstrasse 217번지,영업은 11시 30분부터 14시까지 및 17시부터, 근데 일요일은 휴무다. 오늘이 일요일이니 점심 후보에선 어쩔 수 없이 탈락이다. 이곳을 꼭 가고자 했다면 토요일인 어제 저녁에 가야 했다. 영화 '황태자의 첫사랑'의 배경으로도 잘 알려진 곳이다. 그리고 Vetter. 카를테오도르 다리로..
8. 6 (일) 전 : 학생감옥 속 한글 마땅히 새벽에 떠진 눈. 햇반과 계란, 된장찌개에, 도이치식 감자샐러드와 야채샐러드까지 곁들어 7시에 아침식사를 한다. 감자샐러드는 2~3mm 두께의 익은 감자를 새콤한 소스로 버무린 것인데, 일반 마트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비엔나에선 보통 병조림 형태로 판매되지만, 이곳 하이델베르크 REWE에선 불투명한 플라스틱통에 넣어 판매하고 있다. 우린 요 카르토펠살라트를 엄청 좋아해서 독일이나 오스트리아를 여행할 때마다 늘 반찬으로, 또 안주로 즐긴다. 근데, 남편 왈. 요 감자샐러드가 맛이 없단다. 비엔나에서 먹은 게 훨씬 더 맛있단다. 그런가, 난 얘도 맛있는데. 식사 후엔 리셉션에서 무료로 제공되는 커피와 빵을 즐기며 잠시 뒹굴거린다. 크루아상류의 빵은 꽤 맛있는데, 커피는 별 맛이 없다. 9시, 숙..
핀에어 비즈니스클래스 핀에어는 서울과 유럽 사이의 최단노선을 가진 항공사로,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핀란드 국적기다. 핀에어가 첫 운항을 한 2008년, 우린 빈에서 서울까지 파격가에 첫 탑승을 했고, 귀국 후엔 2010년과 2016년에도 유럽을 오가며 탑승을 했다. 물론 핀에어에 대한 애착 때문은 아니었고 출발 시각이나 가격, 운항시간 등을 고려한 선택이었다. 2016년, 그러니까 작년 여름엔 운항 기종이 변경되면서 미리 예약해둔 프리미엄이코노미좌석-귀국편-이 강제로 변경되어 고객센터에 컴플레인하는 일도 있었고 출발 당일에는 출국편 41열의 좌석 예약요금이 지불되지 않았다며 카운터 직원이 요금을 내라고 요구하는 황당한 일도 겪었다. 금세 확인이 되었지만 그야말로 빈정 상해버려 '핀에어는 이제 안녕'이라고 외쳤었다.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