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유럽에서 맞는 4일째 아침, 어제처럼 새벽 3시에 눈을 떴으니 이번 여행에서 시차 적응은 물 건너 간듯하다.
5시, 창 밖이 환히 밝다. 유럽의 서머타임은 지는 해도 늦지만, 뜨는 해마저도 일러 최대치의 낮시간을 보장해 준다.
오늘 기온이 19도라는 말을 던지는 남편, 애석하게도 긴소매옷을 하나도 안 챙겨온 분이시다.
우리가 머문 프라하 호텔 위치는 카를교 바로 옆, 걸어서 1분도 안 돼 프라하의 아름다운 상징물에 닿을 수 있다.
7시도 안 된 시각인데, 웨딩촬영을 하는 커플이 블타바강 위 카를교 전망탑 입구를 통과하고 있다.
12세기 초에 목조다리였던 것을 1402년 현재의 돌다리로 완성한 카를교는 길이 516m에 폭 9.5m로, 다리 양쪽 난간을
차지한 30개의 성인상은 17세기 말 이후에 조성된 것이다.
한적한 인도교 위를, 웨딩드레스 자락을 살짝 들고 어깨를 맞춰 걷는 선남선녀를 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하고 즐겁다.
어느 여름 새벽, 프라하에서 우연히 스친 신혼부부의 행복한 뒷모습을 바라보는 일, 얼마나 낭만적인가.
여행지에서 우리의 아침식사는 늘 이르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 맛있게 먹는다.
7시 조금 넘은 고풍스러운 조식당엔 아무도 없고, 다양한 음식들이 보기도 좋고 맛도 아주 좋다.
다만, 두브로브니크 카페에서 그랬던 것처럼 여기도 커피가 정말정말 맛이 없다.
커피 맛에 까다로운 것도 아닌데, 왜 두 도시의 커피는 우리를 이렇게도 밀어내는지.
아침식사 후 8시반이 넘어 구시가광장으로 간다.
오늘 오전의 정해진 일정은 구시가광장 초입의 천문시계탑에 오르기, 딱 하나다.
9시가 되자, 매시 정각 종소리와 함께 나타나는 12사도상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천문시계탑 앞에 모여든다.
예전에도 이 퍼포먼스를 본 기억이 있는데, 시계탑은 아름답지만 요 짧은 이벤트는 일부러 기다려서 볼 만한 건 아닌 듯.
시계탑 옆 입구에서 티켓팅을 하고 시청사 입구로 들어가 짧은 엘리베이터를 타고올라 티켓검사 후 입장을 한다.
물론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거나 경사진 길을 걸어야만 천문시계탑의 꼭대기까지 오를 수 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사람도 많고, 천문시계탑 내부의 프라하 역사를 담은 사진 감상도 괜찮을 듯하여 우리의 선택은 걷기다.
천천히 걸어오르는 경사진 길의 벽면에선 프라하의 역사를 고스란히 펼쳐준다.
나치에 점령 당하고 화재가 나고 복원을 하고, 또 새 건물이 오르는 과정이 아스라히 또는 또렷이 드러난다.
360도 전망을 보여주는 탑의 꼭대기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모여 추억을 만들고 사진을 만들고 있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건 아니지만 고소에 오르는 걸 그다지 즐기지 않은 우리.
그래도 윗선에서 구시가 광장을 내려다보는 기분, 오호, 꽤 괜찮다~
남편은 체코의 전통 간식인 뜨레들로에 지대한 관심을 주며, 만드는 과정의 동영상까지 찍는 열의를 보인다.
이 굴뚝빵은 빵만 먹기도 하고 그 안에 아이스크림이나 생크림 또는 견과 등을 넣어 먹기도 하는데, 역시 아이스크림이 최고다.
우리 열심히 돌아다녔지, 그럼 좀 쉬자구, 호텔이 딱 중심가에 있으니 들락거리고 휴식하기 참 좋다.
이제 이른 점심이나 먹으러 가볼까.
구시가를 천천히 걸으며 화약탑을 지나고 시민회관을 지나 한국인에게도 인기 있는 '첼니체'에 이르렀다.
첼니체는 구시가광장에서 동쪽방향 도보 10분 거리에 자리한 식당으로, 규모 크고 맛나고 또 체코 물가답게 저렴하다.
흐려지는 하늘, 넓은 실내를 마다하고 나뭇가지 아래 야외탁자에 앉았다.
치킨윙과 감자튀김을 주문하고 코젤과 필스너 잔을 들었다. 정오를 살짝 넘긴 시각, 무슨 맥주가 이렇게 맛있담~
특별히 살 것도 없으면서 첼니체 옆 필라디움을 한참 쏘다니고, 빈에도 있는 마트 BILLA에서는 열렬한 쇼핑을 했다.
BILLA에서 그토록 그리워하던 물을 사고 끝내주게 맛나는 체코 맥주, 그리고 견과와 치약도 구입했다.
역시 쇼핑은 마트 털기가 최고라니까. 물론 오랜만의 유럽 대형마트 구경 또한 최고의 재미다.
다시 돌아온 구시가 광장에선 멋진 현악 3중주 공연이 한창이다.
그 연주의 깊이에 끌려 디카 동영상 버튼을 누르는데 어제 완벽 충전한 배터리가 급방전돼 버린다.
재시도에도 재방전되니, 그러면 다른 배터리로 바꾸어 짧은 동영상으로 만족할 수밖에.
기쁘게 관람료를 지불한 후, 촬영불가인 틴성당의 화려한 내부를 들여다본 다음 또 호텔이다.
물론 우린 또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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