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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15 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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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3 : 알베르티나에서 빈 국립오페라하우스 뒤편은 알베르티나 미술관과 잇닿아있다. 빈에 살던 예전에 반고흐 특별전 때 내부에 들어갔던 기억이 있긴 한데, 촬영불가였던지라 기억이 가물가물. 알베르티나에서 오페라하우스 쪽을 바라보면 빈을 무대로 한 영화 '비포선라이즈'의 한 장면이 그려진다. 오페라하우스가 보이는 알베르티나 난간에서 오래되지 않은 두 연인은 낭만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사실 내겐 평이한 대사만 오고가는 이 영화가 감동도, 재미도, 혹은 설렘도 없이 지루하기만 했었다. 그래도 이 영화의 좋은 점이라면 빈의 명소가 많이 등장해 준다는 것. 그래서 그 배경만으로도 가치있는 영화.
에필로그 2 : 쉔브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빈의 상징인 쉔브룬을 난 늘 정원만 본다. 궁전 내부는 이미 너덧 차례 관람했고 요새 같은 성 내부가 아니고서야 궁 내부는 별 관심이 없기에 이번에도 쉔브룬은 그저 정원만 본다. 사실 2014년에도, 이번에도 저 언덕 위 글로리에테에 올라 잔디에 앉아 전망도 보고 글로리에테 카페에서 아인슈패너도 마시고 싶었지만, 햇살 뜨거운 여름이라, 오르길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2016년 여름엔 저곳에 오를 수 있을까.
에필로그 1 : 링 트램에서 국내든 다른 나라든 혼자 여행을 한 건 처음이다. 바삐 오가는 여행을 선호하지 않기에, 정해진 때와 장소, 양식에 따라 다니는 걸 좋아하지 않기에 사람 만나기가 쉽지 않았고 그러기에 참 심심했다. 쉬려고, 심심하려고 선택한 여행이었지만, 편안하긴 했어도 참 심심했다. 귀국 후, 여행 후기를 물어본 남편의 한마디, '그러게, 뭘 혼자가, 앞으론 꼭 같이 가자구' 나홀로 여행의 좋은 점 중 하나, 언제 어디서든 자유롭게 영상 찍기~ 구시가 링을 따라가는 트램 71번 안, 7시도 안 된 이른 아침이다. (다음에서 티스토리로 강제 이전 후 오류 : 동영상 삭제함.)
7. 31 (금) : 다시 올 기약 빈을 떠나는 날, 새벽 내내 뒤척였다. LA에 도착한 남편과 톡으로 몇마디 주고 받은 후, 간단히 식사를 한 다음 짐을 쌌다. 근데, 어제 저녁에 짐을 캐리어에 챙겨볼 걸 그랬나보다. 별로 산 것도 없는데 캐리어만으로는 해결 불가다. 넘치는 물건은 일단 스파비닐쇼핑백과 면세품쇼핑백에 이중으로 넣어두고, 그것들을 공수할 백팩을 구입하기로 했다. 아침 일찍, 상점들이 모여있는 그곳으로, 1주일동안 셀 수 없이 오갔던 그곳으로 간다. 어제 보았던 미용실 앞을 지나고, 뱀을 형상화한 간판이 걸린 약국-Apotheke, 약국 로고- 앞을 지난다. 고대의 뱀은 의술과 예지력을 상징했는데, 뱀이 지팡이를 오르는 모습은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다. 맛있는 이탈리아 피자를 선사해 주었던 레스토랑 로마, S-Ba..
7. 30 (목) 후 : 안녕, 벨베데레 7박 동안 머무는 아파트는 벨베데레에서 가깝다. 천천히 걸어서도 20분이면 충분히 당도할 거리니, 빈을 떠나기 전 다시 한번 가보려 한다. 물론 1주일 교통카드-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지하철,트램,버스 모두이용, 16,2유로-가 있으니 걸어갈 일은 없다. 아들녀석과 보이스톡을 하며 우리의 똘이장군을 당부한 후, 5시반 벨베데레로 간다. 18번 트램으로 3-4정거장이면 벨베데레 앞이고 정문을 통해 바로 상궁으로 들어갔다. 6시면 내부 관람이 끝나기 때문에 출입문의 입구 쪽은 굳게 닫혀있고 출구만 열려있다. 상궁 내부에 들어가 본 건 7-8년만이다. 벨베데레에 들렀던 작년에도 내부는 들여다보지 않았고, 가족 모두 여행왔던 2010년엔 벨베데레는 아예 멀리했다. 빈에 살던 2007년쯤에 정식으로 내부관람을 한 ..
7. 30 (목) 전 : 그린칭과 프라터 오늘은 실질적으로 빈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내일은 오후 1시 출발 항공기를 타야하니, 아침시간을 쪼개서 무언가를 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그런데, 지난밤의 꿈이 심상치 않다. 그렇게도 증오하는 제사를 혼자서 준비하는 꿈이었다. 꿈이란 자기가 대본을 쓰고 각색을 하고 출연까지 하는, 자신의 심리를 가장 잘 보여주는 정신상태란다. 무언가 모르게 불안함이 쌓여가고 있는 것인가. 아침 6시, 미국으로 향하기 위해 인천공항에서 대기하고 있는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제 로스앤젤레스로 출발한다고 한다. 남편은 미국과 멕시코를 들렀다가 나보다 며칠 늦게 귀국한다. 마지막 남은 햇반으로 식사를 한 후 나선 바깥바람이 차다. 다시 들어와 긴소매옷을 챙기고 트램에 오른다. 8시다. 빈숲에 위치한 그린칭은 하일리겐슈타..
7. 29 (수) 후 : 다시 구시가로 시립공원의 파크링에서 트램 2번을 타고 캐른트너링에서 하차하면 오페라하우스 옆에 캐른트너 거리가 있다. 이 거리는 서울 명동에 비견할만한 곳으로, 명품샵을 비롯하여 각종 상점들이 즐비한 곳이다. 슈테플백화점에도 살짝 들렀다가 캐른트너 거리를 따라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가장 오래된 빈 거리이자 우리들만의 가장 아름다운 추억이 있는 곳. 캐른트너 거리는 고딕양식의 거대한 슈테판 성당과 만나고 슈테판은 다시 그라벤 거리로 이어진다. 빈 시민도, 여행객도 밝은 시선으로 가장 오래된 빈 거리를 즐긴다. 내가 좋아하는 독일커피 브랜드인 치보 매장이 있는 그라벤 거리의 끝엔 오스트리아커피 브랜드인 율리우스마이늘이 있다. 율리우스마이늘을 눈 앞에 두고 왼편의 길을 택하면 그곳은 콜마크트 거리다. 콜마크트 거리는 온..
7. 29 (수) 전 : 쉼 그리고 시립공원 빗소리에 잠 깬 새벽, 어제 미술사박물관에서 무리한 탓에 허벅지는 물론 휴족시간을 붙인 발도 엄청나게 아프다. 아침 6시부터 내가 사랑하는 쎔멜을 뜯어먹으며 남편과 카톡을 했다. 당연히 이미 알고 있는 일이지만, 남편은 내일 멕시코와 미국으로 출장을 떠난다. 비슷한 날짜에 가족과 함께 빈 여행을 하고 있던 L쌤은 오늘 프라하로 떠난다는 톡을 보내왔다. 김치찌개를 만들어 아침식사를 한 뒤 아픈 다리를 달래며 숙소에서 뒹굴거리다 늦은 아침, 밖으로 나선다. 빌라와 호퍼를 기웃거리고 동네 구경을 하다가 한눈에 봐도 이탈리안이 운영하는 피자가게를 발견했다. 가게 안에 들어가 풍기피자를 주문하고는 10분 넘게 기다리는 동안 약한 빗방울이 거리를 적시고 있다. 포장해서 받아온 피자는 한 덩어리다. 잘라주지 않은-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