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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04~08)/2004 여름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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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8. 11. 수 (내 나라로) 잠깐 눈을 붙였다. 자리가 좁고 불편해서 잠을 오래 이룰 수가 없다. 기호는 영화를 보며 싱글거린다. 2번째 영화란다. 기내는 여전히 어둡고 인천까지는 몇 시간 더 가야 한다. 20여일 전, 서울을 떠날 때가 떠오른다. 기호랑만의 긴 비행, 갈아타는 부담감, 새로운 세상에 대한 기대. 오스트리아에서의 기쁘고 즐거운 날들을 모두 추억에 담고, 이제 우리나라로 가고 있다. 남편은 계속 꿈 속이고, 나도 다시 잠을 청했지만 금세 눈이 떠진다. 그러기를 여러 차례. 세 번째 영화까지 다 시청한 기호가 잠이 들었다. 참 평화롭고 착한 얼굴이다. 곧 도착한다는 기내 방송이 들린다. 안전 벨트를 매고 좌석을 바로 한 다음, 저쪽 좌석 너머 창을 보았다. 짐을 챙겨서 항공기에서 빠져나오는 탑승교가 후끈하다. 우리나라를..
2004. 8. 10. 화 (아름다운 추억) 오늘은 서울로 돌아가는 날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미처 못 챙긴 짐들을 꾸린 다음, 남편과 근처 BILLA에 갔다. 공항 일정이 바빠서 거기서 커피를 사기는 힘들 것 같아서다. 그런데 아직 미오픈. 화요일은 8시 오픈이란다. 다시 집으로 들어와 간단히 식사를 한 뒤, 이번에는 차를 가지고 5분 거리에 있는 좀더 큰 BILLA에 갔다. 재빨리 커피와 초콜렛 등을 카트에 실었고 집으로 와서는 산 물건들을 짐 속에 눌러넣었다. 8시 30분, 핀카펠트 가족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기호는 모모와의 이별이 가장 아쉬운가 보다. K씨, 큰조카와 함께 차를 타고 1시간이 조금 더 걸려 공항에 도착했다. 마지막 인사를 나눈 다음, 탑승 수속을 했다. 10시 40분, 첫 탑승을 했고 12시 40분, 암스텔담에 도착했다...
2004. 8. 9. 월 (마지막 밤) 어제 맥주가 과했는지 9시가 다 돼서야 기상을 했다. 치우지 않고 벌여 놓았던 탁자 위가 깨끗하다. 차려진 식사를 하고 치운 후, 커피를 사무실로 가져갔다. 오늘 다시 가보려 했던 비엔나에는 가기 어렵게 됐고 판도르프 아웃렛에 가보기로 했다. 차를 몰고 가는 도중, 조금씩 내리던 비는 폭우가 된다. 돌아가려 하니 남편이 그냥 천천히 가보자고 한다. 아웃렛까지는 생각보다 멀었다. 2시간 가까운 거리였고 도착했을 땐 5시가 다 돼있었다. 넓은 대지에 자리한 판도르프 디자이너아울렛은 단층으로, 공원처럼 조성되어 있었다. 많이 보던 브랜드들이다. 발리와 아이그너에서 가방 몇 개를 사고 면세카드까지 발급받은 다음, 기호에게 장난감을 안겨줬다. 아이스티와 아이스크림을 사들고 돌아오는 차 안, 저녁을 나가서 먹자는 ..
2004. 8. 8. 일 (클라겐푸르트의 미니문두스) 버스 여행의 마지막 날이다. 베니스 근교 호텔에서 8시에 출발하여 오스트리아 클라겐푸르트의 미니문두스로 향했다. 미니문두스는 세계 유명건축물들을 축소하여 꾸며 놓은 공원으로 원래 여행 계획에는 없던 코스였다. 가는 도중 들른 이탈리아 휴게소는 유럽 다른 나라 휴게소와는 달리 굉장히 어수선하고 시끌벅적하다. 확실히 반도인들이라 요란하고 다혈질인가보다. 우리랑 비슷~ 일요일인데도 국도변의 꽤 큰 슈퍼마켓이 영업 중이다. 운전 기사가 가끔 들르는 곳이라는데, 쇼핑 시간을 준다. 물과 과자를 사면서 이것저것 살펴보니 오스트리아나 스위스보다는 물가가 저렴하다. 12시가 되어 클라겐푸르트에 자리잡은 미니문두스에 도착했다. 입구에서 인솔자는, 버스 안에서 미리 걷어놓은 입장료를 돌려준다. 입장료 계산법이 다양해서 골..
2004. 8. 7. 토 (밀라노 그리고 베니스) 또 하루가 시작되었다. 루체른 호텔에서의 부실한 아침을 먹고 7시 40분, 오늘은 더 일찍 움직인다. 스위스에서 이탈리아 밀라노로 가는 도중 등장한 굉장히 긴 터널. 사각형 형태를 지닌 아고타 터널은 그 길이가 17km로, 통과하는 데만 10여분이나 걸렸는데, 스위스는 국토 대부분이 산악지대라서 산을 관통하는 터널을 뚫거나 산중턱에 교각을 놓아 도로를 건설한다고 한다. 10시 40분, 이탈리아다. 지금까지 계속 봐왔던 산은 보이지 않고 끝없는 평원만이 이어진다. 이탈리아는 관광의 나라이지만 벗을 수 없는 오명이 있다. 극심한 소매치기. 정신차려서 가방과 지갑을 사수해야겠다. 11시 10분, 밀라노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현대적인 고층 아파트였고 거리도 깨끗해 보이지는 않았다. 집집마다 베란다에는 햇..
2004. 8. 6. 금 (루체른, 그 아쉬움) 아침 6시, 모닝콜이 울린다. 어제보다 몸이 가벼운 걸 보니 버스여행에도 적응이 되었나 보다. 빵과 샐러드로 아침 식사를 하고 8시 출발, 오늘은 스위스로 향한다. 스위스는 국토도 좁고 인구도 적지만, 국민1인당 GNP 44,000$인 세계 1위 부자나라다. 인구 수는 오스트리아와 비슷한데 국토 면적이 훨씬 좁다보니, 집들이 오스트리아보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느낌이다. 스위스의 주산업은 시계와 초콜렛, 관광 및 은행업이고, 특히 중립국인 국가 상황을 최대한 이용한 은행업의 수익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한다. 경치가 빼어난 산길 고속도로를 달려 11시경 스위스 국경을 통과했다. 미리 걷어둔 여권의 심사-스위스는 EU 미가입국이라서 국경통과시 여권검사를 필수적으로 함-를 무사히 마친 뒤, 국경을 넘어 아직도 영주..
2004. 8. 5. 목 (인스브루크 거리에는) 오전 8시 30분, 벌써 이동이다. 아침을 빵과 커피로 들고 짐을 챙겨 버스에 올랐다. 오늘은 잘츠부르크와 인스브루크엘 간다. 잘츠부르크에서는 젊은 여자가이드가 우리를 안내한다. 제일 먼저 간 곳은 잘츠부르크 외곽에 자리한 '사운드 오브 뮤직'에 등장하는 대령의 집이다. 이곳은 예전에 잘츠부르크 황제의 여름 궁전으로 사용되었던 건물인데, 지금은 미국 하버드대에 기증된 상태라 내부관람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아쉬움을 그 앞의 호수에 떠있는 오리를 보며 달래는 중, 갑자기 기호 같은 외모를 가진 사람이 자신의 이상형이라고 고백하는 가이드. 무척 즐거워하는 기호~ 잘츠부르크는 오스트리아에서 다섯 번째로 큰 도시로, 상주 인구는 15만명인데 이곳은 찾는 관광객은 연간 800만 명이나 된다. 특히 여름 음악제가 열..
2004. 8. 4. 수 (또, 잘츠카머구트) 아침 6시 반이다. 전날 늦게 잔 탓에, 일어나기가 힘겹다. 미처 꾸리지 못했던 여행 보따리를 챙긴 후 기호를 깨우는데, 갑자기 아가의 울음 소리가 자지러진다. 이마를 부딪혀 큰 상처가 난 것이다. 걱정을 하며 차를 가지고 비엔나를 향해 집을 나섰다. 1시간을 달려 비엔나에 도착. J아빠를 만나 여행팀이 출발하는 곳으로 갔다. J아빠는 여행 떠나는 우리를 도와주기 위해 일부러 움직여주었다. 버스엔 이미 여러 사람이 앉아있었다. 우리도 캐리어를 버스 짐칸에 싣고 작은 쌕만 든 채 버스에 올랐다. 잠시 후, 거구의 중년 여인이 버스에 타더니 운전기사와 얘기를 한다. 여행사 사장 아내로 이번 여행 인솔자다. K씨와 남편의 고등학교 동창 이모이며 K씨와는 오랜 친분이 있었다고 한다. 인솔자가 마이크를 잡고는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