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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13 오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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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외 : 오사카 전리품 떠나고 싶어 애타던 마음 앞에 나타나 준 피치 항공 덕에 겨울날 오사카와 교토를 쏘다녔다. 쇼핑엔 둘 다 취미와 재능이 없는 터라 챙겨온 거라고는 인터넷면세점 주문 인도 상품, 오사카 드럭스토어와 마트에서 구입한 것들 간사이공항에서 구입한 먹을거리와 기념품이 전부다. 오사카 여행이 주로 먹으며 다니는 여정이었는데, 들고온 것까지도 입을 즐겁게 할 것들뿐이었다. 뭐, 이 모두가 소소한들 어떠랴. 입이 기뻐야 마음이 행복해지고 마음이 기뻐야 만사형통 아니던가.
1. 14 (월) : 서울 오는 길 # 새벽에 움직이다 알람을 맞추어 놓은 건 새벽 4시. 긴장한 탓인지 알람이 울리기 전에 눈이 떠졌다. 커튼을 열고 확인한 어둠 속 밖은 젖어있다. 4시 30분, 호텔 체크아웃을 하고 나온 바깥은 캐리어 끌고 우산 쓴 채론 걸어갈 수 없을만큼 비가 쏟아진다. 날씨만 좋다면야 난바까진 달랑 도보10-15분 거리. 단 하나의 선택은 택시다. 다행히 승객이 막 하차한 빈 차가 있어 택시에 올랐다. '난카이선 난바역'으로 가는 중, 좁은 도로가 막히자 차 없는 도로로 돌아간다고 제복 차림의 기사가 친절히 설명을 해 준다. 난카이선 난바 역에 도착한 우리는 기계에서 890엔짜리 간사이공항 행 티켓 두 장을 발급 받았다. 표를 끊어 플랫폼으로 가니 이미 간사이공항 행 열차가 대기해 있고, 전광판은 5시 10분 출발..
1. 13 (일) 후 : 우메다, 초파를 찾아서 # 이 사람들의 질서 의식 산넨자카, 이넨자카의 계단길 끝 모퉁이 찻집을 나선 우리는 큰길로 나와 어렵지 않게 버스 정류장을 찾았다. 그곳엔 우리 말고도 계단길에서 내려온 듯한 여행객 몇몇이 우리와 같은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기온과 청수사의 중간쯤 되는 그 정류장에서 교토 가와라마치 역으로 되돌아오는 207번 버스를 탔다. 가와라마치 역까지는 3정거장, 그러고 보니 일본의 택시기사처럼 버스기사도 단정한 유니폼을 입고 있다. 우리가 오사카로 돌아가기 위해 탈 열차는 16시 50분에 출발하는 특급열차다. 열차를 타고온 사람들이 종착역인 가와라마치에서 다 내리고, 청소 후 출입문이 열려있는데도 승객들은 줄 선 채로 대기 상태다. 잠시 후 출입문이 닫혔다가 다시 열리며 안내 방송이 나오자 그제야 질서있게 ..
1. 13 (일) 중 : 인파 속 청수사 # 한큐 교토선 아라시마야 역을 출발한 열차는 다시 가츠라 역으로 거슬러 간다. 가츠라역에서 우린 아침에 오사카 우메다 역에서 탔던, 즉 한큐 교토선 종점인 가와라마치역까지 운행하는 열차로 갈아탄다. 우메다에서 가츠라를 거쳐 가와라마치역까지 운행하는 노선이 한큐 교토선의 본선이라면 가츠라역에서 아라시마야역까지 운행하는 짧은 노선은 한큐 교토선의 지선인 셈이다. 가츠라에서 환승한 가와라마치 행 열차엔 승객이 그득하다. 차창 밖으로는 현대 아닌 과거 어느 시점의 한가하고 고즈넉한 교토가 지나가고 있다. 교토 가와라마치 역에서 내린 우리가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점심식사다. 가와라마치 역에서 멀지 않다고 여겼던 산조거리의 야요이켄을 찾아가기로 했는데, 약도보다 실제 거리는 꽤 멀었다. 야요이켄 가는 도중에 ..
1. 13 (일) 전 : 아라시마야의 향기 # 복작이는 아침 아침 7시, 오늘은 어제보다 훨씬 이른 시각에 조식당으로 향했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식당 안이 아주 붐비는데, 한국어와 중국어만이 왁자지껄 내부에 울려퍼진다. 일본 사람들은 그야말로 고요히 밥만 먹느라 일본어는 절대절대 들리지 않는다. 식사를 하고 돌아온 객실 텔레비전에선 일본 예능 프로그램이 방송되고 있는데, 우리나라 10-20대가 좋아하는 예능 프로그램과 딱 흡사한 모습으로 출연자들이 낄낄거리고 있다. 우리가 나이가 들어가고 있다는 증거인지 10대인 아들녀석이 즐겨 시청하는 예능 프로그램은 정말 적응되지 않는다. 물론 예능 프로그램이라 해서 다 외면하거나 배척하는 건 아니다. 단지 몇몇 종류가 나와는 맞지 않는다는 것. 8시, 적막이 흐르는 도톤보리를, 이곳저곳을 지나며 천천히 걸어..
1. 12 (토) 후 : 신사이바시 헤매기 # 마츠바야의 행방 오후 5시반, 낮잠에서 깬 남편과 함께 객실 밖으로 나선 이유는 단 하나, 저녁을 먹기 위해서다. 우사미테이 마츠바야 식당은 오사카에서 키츠네우동(유부우동)을 처음 시작한 원조격인 우동 맛집이다. 도톤보리에서 마츠바야가 있는 신사이바시까지는 한 걸음에 디딜만큼 가까운 거리. 신사이바시 거리에선 대낮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물결을, 아주 거대한 물결을 만들고 있다. 그런데, 내가 만든 여행안내노트의 약도대로 마츠바야 위치를 찾아갔지만, 도대체 보이지가 않는다. 거긴 저녁 7시까지밖에 영업을 안 한다는데, 어디로 사라진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나중에 알고 보니 헤매던 그 골목이 아닌 다음 골목이었다는.... # 마루가메도 괜찮아 마츠바야 찾기에 실패한 우리는 차선책으로 '마루가메 제..
1. 12 (토) 중 : 우메다의 회전초밥 # 스시 맛집을 찾아 오사카 성을 나온 후 우린, 오사카 성을 관람하기 위해 도착했던 덴마바시욘초메 역을 향해 다시 15분이나 걸어야 했다. 지금까지의 다른 여행에 비해 많이 걸었던 건 아니지만, 이미 다리가 아파오기 시작한 상태~ 오사카는 유럽국가들에 비해 지하철 역과 볼거리들과의 거리가 꽤 멀고, 지하철 환승 거리도 짧지만은 않았기 때문에 도보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미 점심 때가 되었고, 우린 예정대로 우메다로 향했다. 물론 유명한 공중정원에 입장하기로 한 건 아니고, 그저 고픈 배를 제대로 채워줄 스시 맛집을 가기 위한 것이었다. 우리의 목적지는 회전 초밥집인 '사카에 스시'. 지하철을 갈아타고 도착한 우메다 쇼핑가는 역시 소문처럼 무시무시하도록 복잡했다. 결국 길고 번잡한 쇼핑가에서 화..
1. 12 (토) 전 : 오사카 성에서 # 도톤보리의 주말 아침 여느 주말보다 일찍 눈을 뜬 아침, 호텔 창 밖은 서민적인 풍경이다. 이른 아침이라 주변이 상당히 조용한 듯하여 창문을 열었더니, 웬걸, 시끌벅적 소란스럽다. 날씨는 아주 굿이다! 8시, 호텔 15층에 위치한 식당은 적지 않은 투숙객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15층이라 전망도 괜찮고, 생각보다 메뉴도 다양하여 아침식사하는 즐거움이 꽤 괜찮다. 식당은 전체적으로 아주 조용하고 차분했는데, 창가에 앉은 6-7명의 한국사람들만 유독 큰소리로 떠들어대고 있다. 저런 거 좀 제발 안하면 안 되나. # 오사카 성으로 가자 오늘 오전 여행지는 오사카의 대표 볼거리인 오사카 성이다. 주말 아침 도톤보리는 고요 그 자체, 우린 호텔에서 가장 가까운 역인 니폰바시역으로 움직인다. 일본어 문맹인 우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