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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04~08)/오스트리아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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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그문덴 13세기에 세워진 Ort 성. 1876년 소유권을 넘겨받은 토스카나 공작 아들인 살바토르는 사랑하는 여인과 결혼식을 올린 후 홀연히 사라졌다고 한다. 독일 드라마의 배경이 되기도 한 곳, 겨울 숙소를 찾아 우릴 끝도 없이 헤매게 한 곳, 밤을 지낸 기쁨과 보람을 아침 호수와 함께 안겨준 곳.
벨베데레 벨베데레 궁전으로는 해마다 나들이를 했었지만 늘 정원에만 머물렀다. 처음 이곳을 찾았을 땐 내부 공사 중이라 미술관에 입장하지 못했고, 작년에 서울서 날아온 손님들과 방문했을 때엔 푸른 하늘과 정원으로 충분했기에 미술관 내부엔 크게 관심이 없었다. 18세기초 건축된 벨베데레 궁전은 상궁과 하궁으로 나뉘어져 미술관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상궁은 19-20세기 회화관이고 하궁에선 바로크 미술품 전시와 함께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벨베데레의 넓지 않은 앞뜰에는 자그마한 크리스마스 시장이 펼쳐져 있다. 공기 따라 흐르는 글뤼바인 향이 달콤하다. 오늘 벨베데레의 관람 포인트는 상궁에 전시된 '키스'를 비롯한 구스타프 클림트의 그림들과 파격의 극치인 에곤 쉴레의 그림, 그리고 특별전이란 이름으로 하궁에 걸려있는 빈센..
봄날의 푸흐베르크 떠나는 일요일은 늘 즐겁다. 5월 13일, 청명한 봄날, 빈에서 1시간 거리의 푸흐베르크로 걸음을 뻗었다 푸흐베르크. 처음 듣는 지명인데, 사람들이 꽤나 북적인다. 110년 역사의 산악열차를 타고 시속 15km로 1시간을 오르는 내내 불안한 마음이다. 열차 내에 동양인은 50대로 보이는 중국인 부부와 우리 뿐인데, 무모한 반소매 차림은 달랑 우리 셋 뿐이다. 열린 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심상치 않자, 사람들은 하나둘씩 긴소매 옷을 꺼내어 걸친다. 중간 역에 두세 차례 쉬어가며 1,795m 정상에 이르렀다. 불안한 예상 그대로 찬바람 때문에 산 위에 서 있을 수가 없다. 그럼, 조~기~ 식당으로 막 달려가자구~ 300여미터 뛰어가는데도 몸이 하늘까지 날릴 것만 같다. 오래된 성 내부 같은, 영화 '해..
어떤 봄날, 바카우 봄이 한창인 하늘은물감을 분사한 듯 푸르다. 하늘은 푸르기만 한데,버석거리는 내 마음. 이건 그저 물 부족 현상이다. 몸 아닌 마음에서 물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하는 중이다 . 도나우강을 느끼기엔 바카우(유네스코 세계유산)만한 데가 없다. 2년여 전 들렀던 전망 좋은 식당을 찾아 도나우강변 도로를 왔다갔다 하다가 드디어 반가운 상봉~ 이 식당이 왜 이리도 눈물나도록 반가운지. 바카우 첫 나들이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서일까. 도나우강변의 도로들을 오가다 우연히 발견한 성(城)에 작은밥돌의 세찬 반대에도 불구하고 가보기로 했다. 그런데, 우리처럼 공개된 성인 줄 알고 오는 사람들이 꽤 많은가보다. 성으로 드는 출입문에 '사유지'라 쓰여있다. 강변 높지막한 곳, 경관 좋은 곳에 터를 잡은 성. 아마도 이 마을을..
하이든 생가, 로라우 며칠동안의 '흐리고 비' 에서 벗어난 일요일 아침 하늘은 완벽하게 맑은 하늘색이다. 눈 뜨니 아침 6시, 휴일 아침의 이른 기상이 아까워 억울하기만 한데 유럽 일광절약시간제의 시작으로 6시 아닌 7시가 되어버렸다. 빈에서 40km 떨어진 작은마을 로라우. 이곳에 고전주의 음악가인 하이든의 생가가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가 봐야지~ 목수의 아들로 태어난 하이든은 어릴 적부터 음악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지만 가난한 하이든의 부모는 그를 후원할만한 능력이 없었고 최초의 후원자인 사촌을 따라 6세의 어린 나이에 집을 떠난다. 빈 슈테판 성당의 성가대원, 보헤미아 백작 모르친의 음악교사를 거쳐 오스트리아 귀족인 에스타르하지 후작의 악단 감독이 되면서 하이든의 명성은 전 유럽으로 알려지게 된다. 소박한 대문을 열고 ..
자연사 박물관에서 19세기 초, 오스트리아 전성기에 건립된 빈 자연사박물관엔 숨가쁘게 이뤄온 인류와 동식물과 광물의 이력이 담겨있다. 입구에 발을 디디면 웅장한 외관 못지 않은 호화로운 내부 장식은 부푼 기대를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 마음 사로잡는 아름다운 돌들 구경이나 해볼까나. 광물 전시실 초입, 원석 그대로의 자수정들의 투명하고 오묘한 보라빛은 마음을 활력으로 채워주는 기특한 녀석이다. 머어먼 옛날엔 바다였던 소금광산. 그 암염이 입에 넣기 아까울만치 곱다. 69kg짜리 금덩어리를 보는 순간 머릿속에선 무한대의 숫자가 돌아가고 있었다. 한 돈이 3.75g이니 과연 몇 돈이며 화폐로는 도대체 얼마가 되는 건지. 법정스님은 '무엇인가를 채웠을 때보다 비웠을 때의 충만감'을 진실하게 부르짖었으나 내 마음은 아직 그 충만감..
겨울, 상트 길겐 눈 많이 내리는 오스트리아에 올 겨울처럼 눈이 내리지 않은 건 드문 현상이라 한다. 비엔나에는 12월에 두어번 찔끔 내리더니 그뒤론 무소식. 보름 전 주말, 눈이 그립다는 큰밥돌 말을 따라주기 위해 눈 쌓여있는 잘츠카머구트로 예정 없던 짧은 일정을 만들고 말았다. 그러고보니 겨울 잘츠카머구트는 처음이다. 겨울답지 않은 기온 탓에 녹아 질퍽거리던 고사우제의 눈. 그런대로 눈 구경에 눈이 즐겁다. 금세 어두워지는 겨울. 볼프강제를 끼고 있는 마을 중 늘 스치기만 했던 상트 길겐을 하룻밤 몸 누일 곳으로 정했다. 그런데, 제대로 맞춘 즐거운 장날이다. 광장과 성당 앞에선 퍼포먼스가 열리고 있다. 광장은 어둠 속 축일을 즐기는 사람들로 메워져 있다. 흐린 아침이어도 그 공기만은 상쾌하다. 인적 없는 소박한 거리..
안녕, 버디베어 더할 수 없이 청명한 가을의 주말~ 마음으론 멀리 쏘다니고 싶은데, 바쁜 큰밥돌 일과에 맞추려니 몇 시간도 감지덕지다. 비엔나 1구 칼스교회 광장에서 열리는 버디베어 전시회를 마지막날 오후에야 찾아보는 이 게으름의 극치. 입구엔 전시 안내 입간판 둘이 어여쁘게 나란히 서 있다. 9월 1일에 개장했으니 한 달이 넘었네~ 2002년 베를린에서 시작된 버디베어 전시회는 유엔 회원국 124개국 124명의 예술가들이 조국의 혼을 담아 제작한 곰 조형물을 전시하여 세계 극빈 지역 어린이를 돕기 위한 기금 조성에 그 목적이 있다고 한다. 홍콩, 이스탄불, 동경, 시드니 등에서도 전시를 했으며 서울에선 2005년 올림픽공원에서 버디베어 전시회가 개최되었다고 한다. 전시장 입구의 대표 곰돌이가 들고 있는 건 역시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