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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20 베네치아·피렌체·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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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1 (화) : 로마에서 서울로 로마를 떠나 서울로 가는 날이다. 인천행 항공기의 출발 시각이 오후 6시 40분이니 오전 시간은 충분히 활용 가능하고, 아파트 체크아웃이 11시지만 미리 양해를 구해 오후 1시까지로 연장해 두었으니 마음 편히 마지막 로마를 즐기면 된다. 로마를 떠날 모든 준비를 마친 9시반, 우리는 마지막 자유를 누리러 테르니미역으로 향했다. 먼저 들른 곳은 Sapori, 그제 구입한 트리플오일 마개 쪽이 살짝 새서 수선배, 영후배와 같이 환불하러 갔더니 내가 떨어뜨린 것 아니냐고 환불도, 교환도 안 된다고 화를 낸다. 어이상실, 깨지거나 금간 데가 없는데 뭔소리. 다행히 흑인 청원 직원의 도움으로 다른 직원이 교환을 해 준다. 히, 환불하려 했는데. 알고보니 이탈리아는 환불이 없단다. 250ml 작은 오일병이라 해도 ..
1. 20 (월) 후 : 바티칸 투어 오후, 젊은 가이드는 바티칸투어를 위해 집합 장소로 온 여행객을 이끌고 카페로 향했다. 자신을 H가이드라 소개한 그녀는 카페에서 바티칸의 시스티나 성당에 관해 사진과 화면을 보여주며 1시간 가량 길고 상세한 설명을 했다. 시스티나 예배당은 대화나 소음이 있어서는 안 되는 장소니까. 바티칸 박물관 앞에서 로컬가이드-한국인인 그녀는 이탈리아 공인가이드가 아닐 수도 있음-를 조우했고 박물관에 입장한 후엔 우노트래블의 수신기를 바티칸 수신기로 교체했다. 바티칸 내부에서는 바티칸 박물관 측에서 유료로 제공하는 수신기만 사용할 수 있다. 16세기 초부터 시작된 바티칸 박물관은 방대한 예술품들을 소장하고 있지만 시간 관계상 그리고 투어 특성상 많은 작품을 볼 수는 없다. 대신 주요 작품에 대해선 가이드의 친절한 설명..
1. 20 (월) 전 : 산피에트로 쿠폴라 이른 기상이 필요한 아침. 어제 많이 걷긴 했어도 일찍 잠든 덕에 몸이 가뿐하다. 8시 반, 오늘의 행선지를 향해 지하철 A선에 승차했다. 유적 많은 로마에, 지하철 C선은 공사 중이고 지금은 A와 B 단 두 노선만 운행 중이다. 카톨릭의 총 본산인 바티칸에 이르렀음을 알려주는 산피에트로 광장이 아침이라 한적하다. 로렌초 베르니니가 설계한 산피에트로 광장은 4열로 배치된 284개의 대리석 열주가 산피에트로 대성당을 감싸안는 또는 대성당이 광장을 끌어안는 형상을 하고 있다. 오후에 예정된 바티칸 투어에 앞서, 첫 일정은 미켈란젤로가 설계한 산피에트로 쿠폴라다. 산피에트로 쿠폴라는 피렌체 두오모나 조토의 종탑과는 달리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가 있다. 물론 높이의 절반은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으나 나머지는 3..
1. 19 (일) : 콜로세움 그리고 캄피돌리오 로마 아파트는 베네치아나 피렌체 아파트에 비해 침실이 크고 침대 수가 많다. 침실 하나엔 더블침대가, 다른 두 개의 침실엔 모두 더블침대 하나, 싱글침대 둘이 배치되어 있다. 피렌체에서 소파베드를 썼던 난 독방살이에 당첨되었고 다른 두 침실에 2명 그리고 3명이 묵게 되었다. 청색 물감을 분사한 듯 기분 좋게 맑은 날. 숙소에서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고대 로마의 가장 위대한 건축물이며 로마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 중 하나인 콜로세움으로 간다. 콜로세움은 입장 인원 제한이 있어서 통합입장권-콜로세움, 팔라티노, 포로로마노-을 은후배가 미리 예약했는데, 그 덕에 예약 입장줄에서 오래지 않아 검색대를 통과해 콜로세움 내부로 입장했다. 고대 로마 건축 기술의 집약인 원형경기장 콜로세움은 서기 80..
1. 18 (토) : 피렌체에서 로마로 산타마리아노벨라역으로 향하는 동안 , 아침 내내 내리던 비가 거의 그쳤다. 9시 28분에 승차한 Italo 기차, 그런데 객차 통로가 앞뒤로 꽉 막혀 예약 좌석까지 이동할 수가 없다. 우리처럼 피렌체에서 승차해 통로에 서 있던 이탈리아 남자가 정말 불같이 화를 내며 기차에 승차할 때는 뒤쪽에서부터 승차해야 한다며 소리를 지른다. 승차가 뒤쪽이면 하차는 앞쪽이고 일방통행이어야 한다는 의미다. 우리뿐 아니라 다른 여행자들도 대기 장소에서 가까운 출입문으로 타다보니 의도치 않게 객차 통로를 막아버렸다. 복잡한 와중에 미안함을 전하며 차근차근 해결하여 좌석까지 무사히 이동 완료. 지금껏 유럽 기차를 여러 번 탔지만 이같은 경우는 처음 겪었다. 이제까지는 승객이 적은 기차를 주로 타다 보니 운이 좋았던 것인지. ..
1. 17 (금) : 미켈란젤로 광장과 아르노강 구름도 많고 여유도 많은 아침. 종일 자신의 색깔대로 피렌체를 즐기는 날이다. 난 가장 늦게까지 숙소를 지키고는 10시에 길을 나섰다. 오늘 첫 일정은, 다비드가 있고 피렌체의 전경이 조망되는 미켈란젤로 광장. 숙소 앞 아르노강의 카라이아 다리에서 쉬리선배, 은후배와 만나 버스정류장으로 향한다. 운행 시간을 지키지 않는 12번 버스에 올라 15분쯤 후 도착한 미켈란젤로 광장은 온통 잿빛이다. 사진 찍기 좋고 전망 멋진 장소를 한국 패키지팀이 차지하여 휩쓸고 가면 바로 다른 한국 패키지팀이 채운다. 그들은 버스에서 내려 사진만 찍은 후 버스에 오르고, 다른 팀이 또 버스에서 내려 같은 곳에서 같은 사진을 찍는다. 그렇게 두세 팀을 떠나보내고 나서야 우리에게 피렌체 전망이 허락되었다. 하늘은 잠깐씩만 햇살을..
1. 16 (목) : 한겨울의 아씨시 아직 어둠이 남아있는 맑은 아침, 서둘러 숙소를 나선다. 아르노강의 다리를 건너 기차역까지 걷는 몸과 마음이 아주 가뿐하다. 8시, 아씨시로 가는 Trenitalia에 올랐다. 피렌체에서 아씨시역까지는 걸리는 시간은 기차로 2시간 30여분. 역 앞에서 버스를 타고 아씨시의 상징인 프란체스코 수도원으로 움직인다. 정류장에서 전망 좋은 수도원까지, 인적 없어 고요한 오르막길을 천천히 음미하며 오른다. 수도원의 성프란체스코 성당은 내부 촬영금지. 개성 있는 내부와 독특한 십자가 걸린, 오래 머문 성당엔 정적만이 흐르고 있다. 수도원의 기념품샵에 들러 남편-카톨릭신자-을 위한 몇 가지를 구입했다. 피렌체와 아씨시 담당인 수선배가 준 자료만 슬쩍 쳐다봤을 뿐, 난 이곳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 프란체스코 수도원이..
1. 15 (수) 후 : 피렌체 구시가 난 여행하면서 걷기는 좋아하지만, 계단과 언덕은 내게 치명적이기에 꽤 꺼린다. 그래서 좁은 계단을 오르내려야 하는 두오모 성당의 쿠폴라와 지오토의 종탑은 처음부터 내 계획에 없었다. 다들 지오토의 종탑에 간 사이, 조금 일찍 누리는 자유는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을 한바퀴 둘러보면서 시작되었다. 피렌체는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의 배경이 된 도시다. 두모오 성당에서 주변으로 난 도로 중 'Via del Servi'를 따라 걸으면 산티시마 안눈치아타 광장이 나오는데, 그 초입이 바로 '냉정과 열정 사이'의 포스터에 등장하는 곳이다. 기마상과 두오모 돔과 양편의 붉은 건물이 조화를 이루는 그곳에서 서로를 바라보는 포스터 속 남녀 주인공, 누구든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곳에서 보이는 두오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