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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17 런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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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8 (일) : 우리를 위한 자리 인천행 항공기에 탑승하기까지 5시간이란 긴 대기 시간이 남아있었다. 그래서 들어간 헬싱키 핀에어라운지. 그곳의 머쉬룸수프는 아주 훌륭했다. 그러나 휴식을 취하기에 최적화된 우리 자리가 시끄러워지기 시작한 시각은 1시 반즈음부터였나 보다. 옆 테이블의,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한국여인들의 소란함 때문에 우린 자리를 옮겨야 했는데, 그곳까지 하이톤 음성이 또렷이 들렸다. 타국의 공항라운지였다는 걸 기억했으면 좋았을텐데 안타까울 뿐이다. 탑승구가 변경되고 이륙 40여분 전 탑승이 시작되었다. 여행을 마친 많은 한국인들이 게이트 앞을 지키고 있었고 우린 빠른 입구를 통해 먼저 탑승했다. 그런데 이륙을 했는데도 기내 엔터테이먼트가 전혀 작동하지 않는다.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 기내 컴퓨터시스템에 문제로 기내 엔..
10. 7 (토) : 런던이 멀어지다 오늘 헬싱키행 항공기의 출발 시각은 7시 30분이다. 새벽 4시에 알람이 울리도록 맞춰 놓았으나 긴장과 불안의 엄습으로 눈은 이미 4시 이전에 떠졌다. 4시반에 체크아웃을 한 후 캐리어를 끌고 패딩턴 역까지 걸어가는데 걸린 시간은 15분. 왕복으로 예약해 둔 공항 가는 히드로익스프레스는 이미 패딩턴역에 대기 중이다. 첫 히드로익스프레스는 5시 10분에 패딩턴을 출발했는데, 공항 가는 첫 차임에도 승객들이 아주 많다. 15분 후 도착한 히드로공항에서 바로 체크인-물론 36시간 전 웹체크인 완료-을 하고, 비즈니스석 탑승객에게 제공되는 Fast Track 덕에 검색대도 바로 후딱 지난다. 모든 탑승 수속은 눈깜짝할 사이에 끝나버리고 우린 히드로공항 F라운지에 입장했다. 이른 시각인데도 생각보다 많은 좌석을 ..
10. 6 (금) 후 : 그곳이 주는 위안 런던의 마지막 오후는 70번 버스로 시작한다. 11년 전의 성탄절 연휴와는 다르게 자연사 박물관도, 빅토리아앤앨버트 박물관도 모두 문전성시다. 런던 자연사 박물관은 1881년 영국박물관 중 자연사에 관한 것들만 옮겨 개관하였다. 입구에 들어서면 공중에 매달린 거대한 공룡-아마도 익룡인 듯-이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사실 자연사 박물관 관람은 계획에 없었고 이곳을 둘러보려면 다른 일정을 포기해야 했기에 로비만 보고는 바로 근처의 빅토리아&앨버트 박물관으로 발길을 돌렸다. 1909년에 개관한 빅토리아&앨버트 박물관은 세계 최대의 장식미술공예 박물관으로, 중세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유럽 미술을 중심으로 세계의 조각, 건축, 도자기, 공예, 가구, 보석, 의복 등 수많은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우린 유명한 작품..
10. 6 (금) 전 : 노팅힐 걷던 시간 귀국편 항공기를 타는 날이 내일인데 오늘에야 시차적응이 되었나 보다. 느긋하게 일어나 식사를 하고 과일도 먹고 어제 M&S에서 구입한 도넛까지 알차게 후식으로 먹어주었다. 9시 50분, 한적한 런던 거리로 나선다. 역시나 푸르른 날이다. 숙소 근처에서 70번 버스로 10분을 움직이면 노팅힐 포토벨로 마켓이다. 사람들이 몰리기 전이라 가게와 노점들을 구경하며 거니는 거리가 퍽 한적하다. 그 중 우리나라에도 많이 알려진 캐스키드슨샵에 들렀는데 우리나라 사람들 여럿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 버스에서 내려 포토벨로마켓 중간쯤으로 들어서, 그저 발길 닿는 대로 움직였더니 영화 '노팅힐'의 배경이 된 서점은 눈에 띄지 않았다. 왔던 길을 거슬러 걸어가면 그 서점을 만날 수 있겠지만, 2006년에도 그러하였듯 이번에도..
10. 5 (목) 후 : 몬머스 그리고 맘마미아 코벤트가든 역까지 지하철로 움직이려다가 멀지 않은 거리라 걷기로 했다. 청명한 하늘 아래 우연히 만난 하얀 골목길에 낯익은 얼굴이 그려져 있다. 누가 보더라도 한눈에 알아챌 수 있는 고 다이애너 황태자비다. 아이들을 바라보며 얼굴은 활짝 웃고 있는데, 무엇을 가릴 아니 감출 요량인지 짙은 우산을 받치고 있다는 모습이다. 이 여인을 뒤로 하고 뽀얀 골목을 돌아가면 펼쳐지는 어여쁜 색감들의 향연. 걸어서 움직였기에 만난 행운치고는 화사하게 멋진 공간, 닐스야드. 개성적인 건물과 독특한 샵들로 둘러싸인 작은 광장은 보기만 해도 편안해지는 휴식 공간이다. 그러다가 마주한 또하나의 행운은 Monmouth, 커피샵 몬머스다. 약간 과장하면 런던 최고의 커피를 맛볼 수 있는 곳이란다. 가게 입구가 공사 중이라 겨우 ..
10. 5 (목) 전 : 영국박물관의 조각들 정확히 새벽 4시, 눈이 떠졌다. 이 시각에 위층에선 체크아웃 준비를 하는지 발소리가 쿵쿵거린다. 아침식사를 하면서 남편은 어제 런던 근교 뉴몰든에 사는 친구 만난 이야기를 한다. 친구는, 우리가 의문을 가졌던 '런던시민의 빈약한 질서 의식'에 대해 답을 해 주었다고 한다. 영국의 법과 질서는 가난한 자 입장에서 집행되며, 같은 죄를 짓더라도 가난한 유색인종-식민지였던 인도인 등이 많음-보다 백인들에게는 2배 이상의 처벌을 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법규 위반으로 처벌을 받게 되었을 때 당사자의 경제력을 고려하여 벌금 등을 매기게 된다는 것인데, 이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얘기다. 이런 나라가 꽤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신호 위반이나 무단 횡단 등 기본 질서를 지키지 않은 런던 시민들을 며칠동안 너무나도..
10. 4 (수) 후 : Orangery에서 애프터눈티를 12시가 거의 다 되어 런던타워를 벗어나 Piccadilliy Circus에 닿았다. 사랑의 신 에로스는 여전히 그곳에 있고 인파의 규모 역시 여전하다. 피카딜리서커스역을 다시 찾은 이유는 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영국 차의 대명사 Fortnum&Mason 샵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우린 차(茶)와 다기(茶器)에 그다지 관심이 없지만, 홍콩을 통해 유럽의 한 자락에 퍼져 명성을 드높인 차의 정체에 대해 조금은 궁금하기도 했다. 피카딜리서커스 근처 말고도 런던 곳곳에 포트넘앤메이슨 매장이 있지만 규모나 인기면에서 최고의 매장은 이곳이다. 클래식하고 화려하면서도 단아한 찻잔과 우아한 곡선미의 최고조인 티팟을 구입하고 싶은 욕심을 뒤로 하고, 여러 층으로 이뤄진 매장에서 차를 골랐다. 예쁜 캔을 채우고 있는 카..
10. 4 (수) 전 : 런던타워에 어린 비애 오늘도 역시나 새벽에 떠진 눈. 우연히 2for1 카드에 관한 검색을 하다가 내셔널레일카드만으로는 할인이 불가능함을 알게 되었다. 역에 비치된 브로셔의 쿠폰-이걸 챙겼어야 함-이나 홈페이지 예약이 필요했고, 그리하여 남편은 재빨리 홈피를 통해 런던타워 예약을 한 후 리셉션에서 인쇄까지 완료했다. 런던타워 가기 전에 알게 되어 정말 다행. 갑자기 항공권을 구하고 한 달도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준비를 하니 역시 놓치는 게 많을 수밖에 없다. 아침식사 후 8시 조금 넘어 체크아웃을 하고 호텔에서 멀지 않은, 예약한 아파트의 리셉션을 찾았다. 3박의 숙박비-런던은 비싸다-를 먼저 지불하고 오후에 입실하기로 한 후, 캐리어는 리셉션에 맡겼다. 그리고 리셉션과는 다른 건물에 있는 아파트 위치를 미리 확인하니 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