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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4 : 스트라스부르 스트라스부르에서 우리는 날마다 같은 길을 걸었지만 신기하게도 그 길 곁으로 매일 다른 거리가 생겨났다. 9년을 뛰어넘어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온 도시, 발걸음마다 생일 선물 같은 풍경을 안겨준 도시, 한참동안 기억될 정취를 건네준 도시.
추억은 3 : 오베르네 알자스마을 오베르네는 여유롭고 차분했다. 여행자들로 부대끼지 않는 전원적인 곳, 마을 자체가 휴식인 곳, 하루이틀 더 머무르면 동화를 지어낼 수 있는 곳.
추억은 2 : 낭시 우연히 고른 여행지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최고의 그림을 만나고 안온한 거리를 만나고 오래도록 남을 추억을 만나다.
추억은 1 : 코헴 2023년 가을, 마을을 내려다보는 코헴성에 꽃혀 인구 6천명밖에 안되는 독일의 작은 마을을 찾아갔다. 꿈결 같은 그곳엔 코헴성과 모젤강의 황홀한 향연이 있었다.
10월 15일 (일) : 집으로 가는 길 어제 저녁 갑자기 날이 추워져서 히터 밸브를 열어두었는데 밤새 히터가 가동되었는지 아주 따끈한 아침이다. 라면을 끓이고 남은 피자와 요거트, 우유, 커피까지 다 몸 속에 들여놓으니 냉장고에 있던 식재료 정리가 끝났다. 오늘은 독일을 떠나는 날이고 한국행 항공기를 타는 날. 아침 8시반, 캐리어를 챙기기 시작했다. 떠나기엔 아쉬울만치 너무나 화창하게 맑은 날이다. 오전 10시, 이곳을 떠나는 날에야 현지인들 사는 동네 구경에 나섰다. 마을 성당 쪽으로 가려다가 경사진 길을 따라 1-2블럭 올라가니 오, 예상치 못한 드넓은 포도밭이 등장했다. 하늘과 맞닿은 이 공간을 가만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시야가 트이고 마음이 트인다. 포도밭 중앙의 두어 곳엔 경작 주체나 위탁 업체로 보이는 작은 인식표가 부착되어 있는데..
10월 14일 (토) : 알테마인교의 하루 어젯밤에 마신 맥주가 과하지 않음에도 웬일인지 속이 부대낀다. 환상적인 대구필렛감자조림과 카푸치노를 다 챙겨먹은 후 하늘을 보니 구름이 오락가락하고 있다. 오전 내내 뒹굴거리다 정오가 되어 길을 나섰다. 우선 EDEKA에 들러 그동안 모아둔 맥주병들을 기계에 넣어 Pfand-보증금-의 환불 영수증을 받았다. 동네 마트 2곳에서 판매하는 맥주는 모조리 다 병맥주였는데, 독일에서 맥주병 보증금은 8센트, 캔과 페트병은 25센트다. 토요일, 우리의 첫 발걸음은 Krankenhaus-종합병원-을 향해 내딛었다. 율리우스프롬나드 정류장에 내려서, 밖에서 봐도 길고 거대한 규모인 율리우스슈피탈-병원-의 바깥쪽 출입문에 들어섰다. 율리우스슈피탈은 1579년 당시 주교인 율리우스 에히터가 지은 대형 자선병원으로부터 시..
10월 13일 (금) : 밤베르크 한가운데 어제 저녁 7시 이전에 찾아온 어둠은 오늘 아침 7시가 넘어서야 사라졌다. 오전 7시반, 잊을만하면 챙겨먹는 비빔밥과 독일표 누들수프가 아침 요깃거리다. 어제와는 달리 맑은 아침 9시, 티켓발매기에서 뷔르츠부르크 1일권플러스 대신 바이에른티켓-2인-을 구입했다. 우린 여행 기간과 기차 종류를 고려하여 49유로티켓을 사용하지 않기에 해당 주의 대중교통-기차는 R만, 트램, 버스, 지하철-을 자유롭게 이용 -평일 9시부터, 주말휴일 새벽부터- 할 수 있는 랜더티켓은 근교 여행시 필수다. 1번 트램을 타고 중앙역에 내려서 11번 플랫폼에 도착하니 9시 39분에 출발하는 RE열차가 이미 대기 중이다. 밤베르크 가는 기차 안, 10시 52분에 검표원이 티켓 검사를 한다. 이번 여행에서 독일 기차는 예외없이 매번 ..
10월 12일 (목) : 비 내리는 뷔르츠부르크 잔뜩 흐린 하늘,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듯한 아침이다. 9시 40분, 일기예보를 믿어 의심치 않는 우리는 우산을 챙겨 트램정류장으로 간다. 오늘도 어제처럼 발매기에서 1일권플러스(2인) 교통카드를 구입했고 트램에 올라 Dom 정류장에서 하차했다. 트램정류장 바로 앞에 있는, 대성당 근처의 붉은 건축물은 노이뮌스터성당으로, 그 역사는 8세기에 시작된다. 주교의 순교 장소에 기념관이 건립되었고 11세기에는 노이뮌스터수도원-19세기 페쇄-이, 14세기에는 노이뮌스터성당이 세워졌다. 오랜 시간이 흐르는 동안 성당은 르네상스 양식으로 개조되고, 1945년에 전쟁의 폭격과 화재로 손상되어 이후 재건되었다. 이곳 내부도 꽤 현대적인 느낌이었는데 2차 대전 후 복구된 건축물이라, 역시 완벽한 복원이란 애당초 불가능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