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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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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3 다시는 묻지 말자 내 마음을 지나 손짓하며 사라진 그것들을 저 세월들을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을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는 법이 없다 고개를 꺾고 뒤돌아보는 새는 이미 죽은 새다 -류시화,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중- 산 너머 산. 삶의 계절마다 거대한 산이 버티었다. 늪 속을 걸어야만 했던 날들. 위안은 스스로만 줄 수 있었다. 그 후 찾아온 깊디깊은 골짜기. 사면이 산이었다, 오래도록. 모르는 게 약이듯 시간이 약이다. 그렇게 산은 들이 된 듯했다. 그리고 지금. 그저 緣이고 命이라 측은지심으로 欲을 지우면 될 터인데. 생의 늦가을, 어느 것도 물리지 못하는 이 심사. 다시는 묻지 말자. 사라지지 않고 문득 붙들리는 그순간, 상처만 있을 뿐 답안은 없으니.
벽 벽이 사라졌다 어제까지 나를 둘러싼 벽 바스라질 듯 녹슨 지붕만 부러질 듯 휘청이는 기둥만 남아 그러나 처음부터 없던 벽 내 눈만 본 환시의 벽 벽은 가는 모래알이 되어 가늘게 부는 바람에 묻어 나를 덮고 있다
우울한 오늘 2020년 3월 30일. 원래 계획대로라면 지금 이 시각, 난 LOT폴란드항공의 부다페스트행 기내에 앉아 있어야 한다. 너무도 힘겨운 2019년을 지내면서 꼭 2020년 상반기엔 휴직을 하여 지친 마음에 치유를 주리라 결심했다. 올해 업무가 시작되기 전 휴직원을 제출했고, 이미 발권해 둔 항공권을 떠올리며 숙소를 예약했다. 부다페스트 직항인 폴란드항공의 항공권은 프로모션 기간에 예약한 터라 상상도 못할 만큼 착한 가격이었다. 여행을 가리라 마음 먹었을 때 가장 먼저 할 일은 항공 예약이다. 항공사 정보를 자주 확인하는 편이라서 여행 가능 시기에 여행지의 특가항공권이 나오면 바로 예약한다. 그 다음엔 여행지의 호텔이나 아파트를 예약하는데, 항상 무료취소가 가능한 조건을 선택한다. 같은 숙소라도 무료취소 조..
이 또한 지나갈까 삶은 파도다. 간격과 세기의 차이가 있을 뿐 늘 파도였다. 잔잔함이 꽤 오래간다 싶으면 신기하리만치 기다렸다는듯 덮쳐누르는 큰 파도가 쏟아진다. 난 원인 제공을 하지 않았고 어느 것도 알지 못했는데 삶이 내게 선전포고를 했다. 난 전투를 징글징글하게 싫어하는데 삶은 교묘히 통렬히 난리를 즐긴다. 이미 삶이 내 뒤통수를 쳤는데 어쩌겠어. 최선, 아니 차선이라도 건져야 하지 않겠어. 그러나 하릴없는 다짐은 빠진 얼을 제자리에 놓진 못한다. 긴 시간이 필요할 터. 이 또한 지나갈까. 근데, 삶은 이미 여러 번 내게 활을 쏘고 창도 날렸었는데, 또다시 어느 날 심연에서 더 큰 파도를 자아내면 그땐 정말 어찌해야 할까.
정의로운 세상 6월과 8월, 바르고 정의로운 세상을 만났다. 서럽게 울었고, 한없이 분노했다. 사람들은 여전히 세뇌의 감옥에 갇힌 줄도 모른 채 부정한 신념을 진리처럼 신봉하기도 한다. 그들의 잘못된 믿음은 이생에선 풀어내지 못할 악. 그럼에도 세상은 맑은 물처럼 바르게 흐를 것이다. 사회는 보다 정의롭고 가치있게 진보할 것이다. 세뇌의 감옥에서 사회를 바라보는 이들보다 그 밖에서 세상을 올곧게 꿰뚫는 이들이 그래도 훨씬 많기 때문이다.
인정하고 수긍하기 인정하고 수긍하기, 포기하고 내려놓기, 현실 그대로 바라보기 한없이 그리운 시간들, http://blog.daum.net/stelala/2364585 그순간의 기억은 그대로인데, 일렁이는 바람은 차갑기만 하다.
돌이키다 그리운 시간들은 돌이킬 수 없어서 아프고 돌이키고 싶지 않은 시간들은 잊혀지지가 않아서 아프다. -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 중 - 드라마를 보다가 이 대사를 듣는 순간 단번에 알아버렸다. 그래서였구나. 그래서 이렇듯 삶이 아픈 거였구나. 돌아갈 수 없어서 잊을 수 없어서 사람들은 늘 가슴 밑바닥을 긁으며 과거를 한탄하고 현재를 아파한다. 해답 어려운 시공 속에서 우리가 애타게 잡고 싶은 건 과연 무얼까. 그리움일까, 망각일까.
침묵이 긍정은 아니다 말하지 않았다. 누구도 들을 준비를 하지 않았기에 누구에게도 말할 이유가 없었다. 인간 저마다의 이기심들에, 위선으로 장막 친 탐욕에, 나의 에너지와 진실은 필요조건도, 충분조건도 아니었다. 그들의 잔치에, 악령 쓴 껍데기들에 난 입 열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결코 긍정은 아니다. 당연히 이의 없음도, 수용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