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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19 뮌헨·인스브루크·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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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2 : 인스브루크 2004년 여름, 오스트리아를 3주간 여행했을 때 찔끔 들른 도시, 이후 빈에서 4년을 살면서도 찾지 않은 인스브루크. 우리 마음속 순위에선 항상 상위권이었으나 추억을 살펴 다시 들르기엔, 못 가본 여행지가 그땐 너무 많았다. 15년 만인데도 15년 전이 생생했다. 빗방울 떨어지던 야외카페에서 쉐이크를 마시던 어린이는 어른이 되고 30대 끝자락을 살아내던 부부는 중년 은퇴자가 되었다. 시간을 날아 봄바람 같이 따스한 기억이 돼주어서 여전히 변치 않은 정경과 보드라운 정취를 건네주어서 아주 오래오래 추억할 인스브루크.
추억은 1 : 빈 젊은 날의 끝자락을 찬란히 마무리하게 해 준 곳. 어제인 듯 17년 전인 듯 같은 숨결로 같은 걸음으로 모든 걸 내어주는 곳. 아프고 고된 내 뒤통수를 예전처럼 달래주고 어루만져줄 그곳. 올 늦여름엔 꼭 다시 가고 싶은, 다시 가야 할 그곳. 설렘과 위안과 환희가 되는 도시, 빈을 추억하고 기다리며.
7. 28 (일) : 다시, 서울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으로 돌아왔고 귀국행 항공기를 타야 하니 출국 수속을 해야 한다. 검색대는 SKYPRIOPITY 비즈니스클래스 탑승자 우선이라 기다리지 않고 바로 통과했으나 출국심사는 해당사항이 없다. 긴 줄에 서서 기다리다가 우리나라가 자동출국심사 해당국임을 알고 남편이 먼저 대열에서 빠져나와 자동출국심사를 시도하니 오호, 된다. 나도 얼른 자동출국심사줄로 가서 대기하지 않고 금세 수속완료. 길지 않은 시간이었으나 더위에 시달린 터라, 절대적으로 휴식이 필요했기에 공항 라운지로 가서 쉬어줘야 했다. 먼저 나혼자 들어선 라운지에서 음식을 챙겨 앉으려는데 저쪽에서 낯익은 얼굴들이 무리지어 나타났다. ㅎㅅㄱ를 포함하여 남자 셋 여자 하나,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국회의원이다. 에이, 완전 눈버렸다. 난 원..
7. 27 (토) 후 : 뜨거운 암스테르담 기록을 정리하다 보니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2004년 여름, 3주 동안 오스트리아를 여행할 때와 2005년 3월, 오스트리아 입국시에 KLM을 탑승했던 것 말이다. 빈 직항 노선이 2007년에야 생겼으니 2007년 이전의 빈 여행은 선택지 없는 경유 비행이었다. 빈에서 출발한 항공기는 4시 조금 넘어 암스테르담 공항에 도착했다. 인천행 항공기의 출발까지는 5시간 이상 시간 여유가 있었고, 예정대로 우린 암스테르담 시내를 둘러보기로 했다. 신용카드와 동전만 사용 가능한 티켓발매기 대신 티켓오피스에서 공항으로부터 중앙역까지 오가는 열차 티켓을 구입했다. 공항에서 중앙역까지 소요시간은 단 14분, 프랑크푸르트 공항처럼 도시 중심가에 인접한 암스테르담 공항이다. 나는 암스테르담 땅을 밟는 것이..
7. 27 (토) 전 : 빈, 잠시 안녕 어젯밤 즐거운 자리에서 과음을 한 남편의 정신은 우주에서 아직 귀환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주 내내 이어지던 더운 아침과는 달리, 떠나는 오늘은 가을이 온 듯 아주 서늘하다. 아침식사를 하면서 해장한 후 8시 50분, 흐린 하늘 아래 홀로 길을 나선다. 이곳에 머무는 내내 구시가로 이동했던 방법 그대로 한가로이 잠시 1구로 향한다. 어제 낮에 구시가로 가면서 여행 마지막으로 들르는 거라더니, 오늘 틈이 나니 아니 틈을 내어 또, 간다. 내게는 늘 그리운 곳, 볼수록 보고 싶은 곳, 오랜만에 봐도 어제 본 듯 친근하고 포근한 곳이 빈의 구시가다. 숙소 앞 Nordbahnstraße에서 5번 트램으로 1정거장, 또 Am Tabor에서 2번 트램으로 15분이면 1구 최중심이다. 비엔나 트램은 아주 천천히 운행..
7. 26 (금) 후 : 시간이 놓인 자리 아우가르텐에서 구시가로 가는 이유는 단 하나다. 내일 아침이면 빈을 떠나야 하니 아마도 지금이 빈의 심장인 구시가를 들를 마지막 시간인 것이다. 트램을 타고, 왕궁과 마리아테레지아 광장이 있는 Burgring에서 하차했다. 예전에 성벽이 있는 자리인 링슈트라쎄의 안쪽과 주변엔 유서 깊은 빈의 명소들이 많이 모여 있다. 왕궁 문 건너편엔 마리아테레지아 광장을 사이에 두고 미술사박물관과 자연사박물관이 같은 형상으로 마주보고 있다. 오늘도 발길 가는 대로 빈의 중심가를 밟아 지난다. 마리아테레지아 광장에서 도로를 건너 서쪽으로 향하면 레오폴트미술관, 현대미술관, 어린이박물관 등 여러 박물관이 함께 자리하고 있는 무제움크바르티어 즉, 박물관 지구가 나타나 준다. 작년 여름에 선후배들과 빈에 왔을 때는 이 광장이..
7. 26 (금) 전 : 이 멋진 Augarten 속이 부대껴 잠에서 깼다. 새벽 5시 반. 한참동안 속을 달랜 후 7시, 세탁기를 돌렸다. 23일, 아파트에 도착한 직후 세탁을 한 지 사흘만이다. 그날 미니 빨래건조대엔 직원이 그전날쯤 빨아서 널어둔 대형수건 3개와 발 매트가 건조 완료 중이었다. 한식으로 아침식사를 하면서 시청한, 오스트리아 국영방송 ORF에서 예보하는 오늘 잘츠부르크의 최고 기온은 35도, 빈의 최고 기온은 무려 36도다. 8시 반 기준 빈의 기온은 이미 25도를 넘고 있다. 여름의 이른 아침 기온이 이러하다니. 2000년대 중후반 빈에 살 때의 여름은 선풍기조차 필요없는 기후였다. 인간이 자아낸 지구 온난화에 대한 벌은 모든 생명체에게 혹독한 고통을 던져주고 있다. 열린 창문으로 더운 바람이 밀려 들어오고 있다. 세탁기에서 빨래를..
7. 25 (목) 후 : Strandcafé의 추억 Am Tabor에 위치한 SPAR에서 장을 본 후, 휴식과 식사를 위해 숙소로 들어가니 오후 1시 반이다. 간단히 식사를 한 후 한참을 쉬다가 오후 3시 반, 혼자 숙소 밖으로 나왔다. 이번엔 HOFER에서 장을 보고자. 이틀 뒤면 서울행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뭐 그리 사야 할 게 많이 남아있는지 아니 가져가고 싶은 것이 많은지 그 질량과 부피는 빈에 대한 아쉬움과 정비례한다. HOFER에서 이것저것 구경하고 쳐다보고 구입하다 보니 1시간이 후딱 흘렀다. 오가는 시간이 길지 않음에도 거리에, 또 내 육신에 습도 낮은 뜨거움이 쏟아진다. 언제 어디서나 잘 자는 남편은, 선풍기를 켜지 않아도 시원한 아파트에서 단잠에 빠져 있다. 숙소를 나서는 오후 6시. 여전히 빈의 대기는 뜨겁다. U1 Donauin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