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도 살짝 더웠는데 오늘 빈의 최고 기온이 29도에 이른다고 오스트리아 기상청에서 예보한다.
15년 전 같으면 7월말이나 8월초 한여름에 해당하는 날씨니, 점점 뜨거워지는 지구가 매우 염려스럽다.
날이 더워서인지 이 집이 1층-한국식으론 2층-이라 그런지 집 안에 날파리들이 잡아도 잡아도 날아다닌다.
오늘 오전은 각자 따로 움직이는 일정이다.
남편은 미술사 박물관을 관람-이번이 아마 3번째-하고, 난 그 시각에 숙소 주변 마트를 둘러보기로 했다.
미술사 박물관이야 무궁무진한 예술의 보고이긴 하지만 난 이미 5번 정도 관람했기에 이번엔 제외다.
9시, 남편은 트램을 타러 숙소를 나서고, 난 9시 반에 Penny로 들어섰다.
오픈일이라 예상보다 손님들이 많고, 오픈 기념으로 다양한 상품들을 대대적으로 할인하고 있다.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마트이고 배추-Chinakohl-까지 있으니 다음 번 김치 담글 때 배추는 여기서 사야겠다.
15년 전 빈에 살 땐 일반 슈퍼마켓에 배추 파는 곳이 흔치 않았는데 요즘은 어디서든 쉽게 구입할 수 있으니 편리해졌다.
Penny에서 필요한 것들을 구입해서 숙소에 넣어두곤 Billa로 향한다. 밝지 않은 내부에 사람이 거의 없다.
신선식품은 역시 Hofer, 여긴 Penny의 개점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 듯 손님이 많다.
세 곳에서의 마트 쇼핑을 잘 마치고 구입 물품들을 정리하는 중 남편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벌써 미술관 관람을 마친 걸 보니 점심식사 약속이 간절했나 보다.
우리 숙소는 17구와 맞닿은 16구에 위치해 있다.
16구와 맞닿은 17구에 있는 동네 식당 -찜해놓은 동네맛집- 앞에서 남편을 만나기로 하고, 평온한 거리를 걷는다.
10여년 동안 증가한, 아니 거리를 점령한 미용실 앞을 지나고 사거리 횡단보도를 가로질러, 기다리고 있는 남편을 만났다.
Klischee 야외에 앉았다.
일반적인 오스트리아 식당엔 평일 점심 메뉴를 따로 준비해서 서빙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도 마찬가지다.
매일 메뉴를 바꾸는 식당도 있고, 주별로 메뉴를 바꾸기도 한다. 보통 '수프와 메인 메뉴'로 구성되고 음료는 당연 별도다.
Klischee는 점심 메뉴가 매일 바뀐다. 주문한 수프는 물론 호박과 베이컨을 주재료로 만든 요리가 진짜 맛있다.
미술사 박물관 어땠어...
남편의 답은 당연히, 너무 좋았다고 한다. 카라바조, 벨라스케스, 브뤼겔이 특히 좋고 대단했다고.
그리고 전과는 달리 매표소가 미술사 박물관 앞에 별도로 생겼다고 한다.
Klichee 옆, 피에타가 부조된 성당 외관이 독특하여 들어가보니 내부는 더 특이하다.
하늘이 차츰 흐려지고 있다. 오스트리아 기상청도 오늘 최고 기온-29도 아닌 26도-은 알아맞히지 못했다.
숙소도 돌아온 후, 밖은 비가 쏟기 시작하고 미술관을 계속 걸었던 남편은 다리가 아프다고 한다.
비오다 그치다를 반복하더니 쨍해지는 하늘, 우린 Penny에서 재빨리 오타크링거를 득템했다.
맥주와 까망베르 튀김을 즐기면서 노트북 넷플로 낭만닥터 김사부1-물론 이미 다 본-을 즐긴다.
김사부는 '낭만'을 다른 말로 '개멋 부린다'라고 했지.
은퇴한 중년들이 개멋 부리는 중, 젊은 날의 빈을 함께 즐겼던 B씨-H아빠-로부터 전화가 왔다.
초가을 낭만이 진정 깊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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