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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25 IST·파리·생말로·루앙

4월 22일 (화) : 구시가에서 신시가까지

숙소 앞 거리 : 탁심 광장 근처

역시나 오늘도 뒤척이면서 새벽을 열었다. 

오늘 일정을 변경하면서 테오도시우스포룸-4세기 로마유적-을 제외했는데, 다른 명소에서 오가기 멀고 불편한 이유다.

 

숙소 앞 : 아침이라 호객꾼이 적음
M2 탁심 지하철역

첫 행선지는 발렌스 수도교, 이스탄불에서 처음으로 지하철을 탄다.

아침이라 식당 호객꾼들이 잠잠한 거리를 지나 지하철 2호선 탁심역에 이르니, 보안검색대가 있고 경찰이 그 앞을 지키고 있다.

유럽사이드 신시가 Taksim역에서 3정거장을 움직여 구시가 Vezneciler역에 도착했다.

 

발렌스 수도교
발렌스 수도교
발렌스 수도교

Vezneciler역에서 375년 로마 발렌스황제가 건립한 수도교까지는 600m 떨어져 있다.

천천히 걸어서 마주한 922m 길이의 발렌스 수도교는 4차선 도로 한가운데 멋스럽지 않게 자리하고 있다.

오래된 수도교 아래 4차선 도로엔 차들만 씽씽 달릴 뿐 오가는 사람도, 조망할 마땅한 장소도 없었다. 

 

쉴레이마니예 모스크
쉴레이마니예 모스크
쉴레이마니예 모스크

수도교 다음 목적지는 16세기에 세워진 쉴레이마니예 모스크.

인적 드문 비탈길을 꽤 올라야 했는데, 이 아이보리빛 모스크에 입장할 때도 스카프를 쓰고 신발을 벗어야 했다.

모스크는 이슬람 종교시설이니 입장할 땐 마땅히 종교 규정을 따르는 것이 원칙이지만, 들어갈 때마다 머리 가리고 신발 벗는 일이

생각보다 상당히 번거로워서 원래 계획과는 달리 모스크-모스크마다 문양과 색채, 분위기가 다름-에 많이 들어가지는 않았다. 

 

모스크의 구조는 카톨릭 성당에 비해 단순한 편이다.

지붕과 천장엔 이슬람 대표상징인 초승달 장식이 있는 돔-꿉바-이 있고 외관의 첨탑-미나렛-에선 모스크 위치와 아잔을 알린다.

정면의 내부 벽감인 미흐랍은 메카를 향하고 오른편엔 계단 설교대-민바르-가 있으며 꾸란의 내용과 아라베스크로 내부를 장식한다.

모스크 내부의 양쪽 측면이나 뒷면 또는 2층엔 커튼이나 칸막이를 쳐서 만든 여성들의 기도 공간이 있다. 

 

쉴레이마니예 모스크
쉴레이마니예 모스크
쉴레이마니예 모스크 앞 전망 : 골든혼, 신시가, 보스포루스해협

언덕에 자리한 쉴레이마니예 모스크. 골든혼과 보스포루스 해협이 보이는 전망이 참으로 환상적이다.

이곳 역시 술탄아흐메트 모스크처럼 과거에 모스크와 영묘, 학교, 병원, 목욕탕, 급식소 등을 갖춘 사회복합단지였다고 하는데,

오스만 시대에는 이 도시의 모스크와 주변시설이 다 유기적인 복합시설로 운영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쉴레이마니예 영묘
쉴레이만 영묘

쉴레이마니예 모스크 옆에 두 개의 작은 건축물이 있고 유난히 사람들로 북적인다.

큰 것은 쉴레이만 대제와 왕실 가족들의 영묘이고, 작은 건축물은 쉴레이만의 아내 휘렘 슐탄의 묘이다.

 

휘렘 술탄 영묘

쉴레이만 대제의 아내 휘렘 술탄은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했던 여장부로, 터키 드라마의 단골 소재였다고 한다.

쉴레이만 영묘는 우주를 묘사한 듯한 천장이 아름다웠고 휘렘의 영묘는 벽면의 푸른 타일 장식이 매우 우아하고 화려했다.

 

므스르 차르슈 Mısır Çarşısı
므스르 차르슈
므스르 차르슈 : 이집션 바자르

쉴레이마니예 모스크를 나와 걷다보니 이집션 바자르라고도 불리는 므스르 차르슈가 등장했다. 

이집션 바자르 입구엔 사진을 찍을 수 없이 인파가 엄청났는데, 예정엔 없었으나 잠시 들러 시장 내부와 상점들을 구경했다.

 

T1 Karaköy 카랴쿄이 트램정류장
Karaköy 고등어케밥식당 : 현금만 사용 가능

유럽사이드 구시가 에미뇌뉘에서 T1을 타고 신시가 Karaköy 카라쿄이 지역으로 이동했다.

카라쿄이의 넓지 않은 골목 안, 부부가 운영하는 구글 평점 좋은 식당의 실내에 앉아 고등어케밥을 주문했다.

생선을 좋아하는 남편은 물론이고 익은 생선을 항상 멀리하는 내 입에도 더할나위없이 아주 맛있다.

 

Karaköy 앞 해협

카라쿄이 선착장 앞 바다에서도 낚시꾼들은 업무로 바쁘다.

이스탄불의 오후, 하늘은 여전히 맑고 푸르다.

 

디저트가게 귤루올루 Güllüoğlu
귤루올루
귤루올루

카라쿄이 선착장에서 1843년에 오픈한 디저트가게 귤루욜루까지는 멀지 않다.

가게 아래층 진열장 앞에서 디저트를 골라 접시에 받고 주문할 음료와 함께 계산한 후 음료 코너로 가서 차이-홍차-를 받았다.

며칠동안 경험한 이스탄불의 다른 식당이나 빵집 등과는 달리 직원들의 몸짓이나 말투가 딱딱하고 사무적이다.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는 야외 자리에서 먹는 바클라바는 얼얼할 정도로 달고도 달고도 또 달았다. 

 

Ortaköy 오르타쾨이광장
Ortaköy 오르타쾨이모스크와 보스포루스대교

귤루올루 근처에서 북쪽으로 30분 넘게 버스로 이동한 곳은 보스포루스대교 앞에 위치한 오르타쾨이 지역이다.

광장과 주변이 예쁘고 분위기가 따스했으며 보스포루스 해협을 바라보기에도 아주 그만이다.

또다시 쓰고 벗고 입장한 오르타쾨이 모스크. 바로크 양식의 외관 못지 않게 쏟아지는 빛을 담은 내부가 멋스럽다.

 

오르타쾨이모스크
오르타쾨이모스크 : 민바르(설교대)

오후 5시반, 다시 버스로 당도한 숙소. 

여러 곳을 돌아다닌 오늘의 저녁 메뉴는 말이 필요없이 맛난 치즈라볶이다.

 

그런데 이런 드라마라니, 대단히 신박한 '천국보다 아름다운'.

어쩌면 우리의 헛헛함을 채울 답이 될 수 있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