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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삶과 사랑 사이

별에 못을 박다

 

 

 

별에 못을 박다

 

류시화

 

어렸을 때 나는
별들이 누군가 못을 박았던
흔적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었다

별들이 못구멍이라면
그건 누군가
아픔을 걸었던
자리겠지

 

< 5월의 빈 시립공원, 요한슈트라우스 >

 

 

세상 변덕을 다 긁어모은 듯한 날들만 이어지더니 ,

오늘은 몸서리쳐지게 화창한 날입니다.

그 햇살 맞고 싶어 테라스에 앉으니.

금빛 줄기가 마치 긴 가시처럼 내 낯을 향합니다.

어떤 일이건 그렇겠지만

부절의 반쪽처럼 완벽히 부합될 수는 없겠지요.

그래도 혹여 내 안에 가시나 못자국이 남아있진 않은지

숨돌릴 겨를이 생긴 이제야 두리번거립니다.

 

빈의 부신 햇살 한 쟁반, 가득 쏟아놓습니다.

 

< 석회를 그득 품은 노이지들러 호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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