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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15 빈

7. 29 (수) 전 : 쉼 그리고 시립공원

빗소리에 잠 깬 새벽, 어제 미술사박물관에서 무리한 탓에 허벅지는 물론 휴족시간을 붙인 발도 엄청나게 아프다.

아침 6시부터 내가 사랑하는 쎔멜을 뜯어먹으며 남편과 카톡을 했다.

당연히 이미 알고 있는 일이지만, 남편은 내일 멕시코와 미국으로 출장을 떠난다.

비슷한 날짜에 가족과 함께 빈 여행을 하고 있던 L쌤은 오늘 프라하로 떠난다는 톡을 보내왔다.

 

피자리아
피자리아
피자리아

김치찌개를 만들어 아침식사를 한 뒤 아픈 다리를 달래며 숙소에서 뒹굴거리다 늦은 아침, 밖으로 나선다.

빌라와 호퍼를 기웃거리고 동네 구경을 하다가 한눈에 봐도 이탈리안이 운영하는 피자가게를 발견했다.

가게 안에 들어가 풍기피자를 주문하고는 10분 넘게 기다리는 동안 약한 빗방울이 거리를 적시고 있다.

 

포장해서 받아온 피자는 한 덩어리다.

잘라주지 않은-오스트리아에선 늘 그랬듯- 피자를 자르기 위해 칼을 찾았으나 이 아파트의 치명적인 단점이 보이는 순간이다.

다 갖춰져있는 듯 보이지만, 냄비와 칼 종류는 쓸만한 게 제대로 없다. 작년에 머물렀던 19구의 아파트와 극명하게 대조된다.

 

어쨌든 칼로 보이는 도구를 가져다가 4등분을 해서 피자를 입안에 넣으니, 그옛날 운터슈팅켄브룬에서 먹었던 그 피자맛이다.

오스트리아의 작은 시골마을 운터슈팅켄브룬의 유일한 식당인 피자리아에서 이탈리아 국적의 아저씨가 직접 화덕에 구워주던

이탈리아 피자, 그 맛을 이 피자에서 느끼다니 신기하다.

 

시립공원
시립공원의 쿠어살롱
시립공원의 쿠어살롱

긴소매 옷으로도 춥던 오전 날씨는 오후 들어 활짝 개면서 기온이 꽤 올랐다.

쉬고먹고 쉬고먹다가 숙소 건물 1층에 있는 일반쓰레기와 종이류 버리는 곳에 들렀다가

아파트 옆쪽 도로에 위치한 재활용품 처리하는 곳에 페트병과 캔, 유리병을 넣어두곤 다시 트램에 오른다.

 

시립공원의 요한슈트라우스
시립공원의 요한슈트라우스
시립공원

빈 시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시립공원은 1862년에 문을 열었으니 짧지 않은 역사가 있는 공간이다.

시립공원의 쿠어살롱은 왈츠콘서트를 비롯해 실내악류의 작은 콘서트가 열리는 무대로, 큰 인기가 있는 곳이란다.

나야 클래식음악엔 조예가 깊지 않으니 공원 안 콘서트 티켓 판매소도 무심히 지나쳐버린다.

 

시립공원
시립공원

평일인데도 공원 안엔 많은 시민들이 한가로운 정취를 즐기고 있다.

나 같은 동양인은 거의 보이지 않고, 현지 시민들이 가족과 함께 때론 반려동물과 함께 공원의 평화에 마음껏 취해있다.

작은 연못엔 새들과 오리들이 날고 헤엄치며 빈 시민들의 평온함을 더욱 돋워주고 있으니 더할 나위없이 참 좋다.

 

시립공원
시립공원에서 보이는 슈타이어렉(Steirereck) 레스토랑
시립공원

그저 보고만 있어도, 걷고만 있어도 편안해지는 공원이라는 공간.

빈 시립공원에선 나무와 꽃과 물과 동물이 사람과 함께 격의없이 같은 자리에서 어우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