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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15 빈

7. 30 (목) 전 : 그린칭과 프라터

오늘은 실질적으로 빈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내일은 오후 1시 출발 항공기를 타야하니, 아침시간을 쪼개서 무언가를 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그런데, 지난밤의 꿈이 심상치 않다. 그렇게도 증오하는 제사를 혼자서 준비하는 꿈이었다.

꿈이란 자기가 대본을 쓰고 각색을 하고 출연까지 하는, 자신의 심리를 가장 잘 보여주는 정신상태란다.

무언가 모르게 불안함이 쌓여가고 있는 것인가.

 

트램에서
구형 트램

아침 6시, 미국으로 향하기 위해 인천공항에서 대기하고 있는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제 로스앤젤레스로 출발한다고 한다. 남편은 미국과 멕시코를 들렀다가 나보다 며칠 늦게 귀국한다.

마지막 남은 햇반으로 식사를 한 후 나선 바깥바람이 차다. 다시 들어와 긴소매옷을 챙기고 트램에 오른다. 8시다.

 

그린칭의 호이리게
그린칭의 호이리게
그린칭의 호이리게
그린칭의 호이리게

빈숲에 위치한 그린칭은 하일리겐슈타트와 함께 이 지역에서 가장 주목 받는 곳이다.

작년 여름, 빈에 왔을 땐 그린칭은 물론 베토벤 유서의 집과 베토벤 하우스가 있는 하일리겐슈타트, 빈의 전망을 볼 수 있는

칼렌베르크에도 들렀었다. 그땐 숙소가 19구 초입이라, 같은 19구인 빈숲으로 움직이기가 참 편리했다.

 

호이리게 외벽에 부착된 메뉴판
호이리게 외벽에 부착된 메뉴판

그린칭의 상징이자 그해에 담근 햇포도주를 파는 호이리게는 이젠 여행객들에게 있어 필수코스다.

그린칭의 분위기는 좋아하지만 와인을 즐겨하지 않는 우리는 저녁시간에 호이리게를 방문한 건 빈에 살던 때 단 한번이다.

아침 그린칭은 한없이 고요하고 호이리게마다 출입문이 굳게 닫혀 있다. 와인 향이 필요한 오후가 되어야 문이 열릴 터.

 

쓰레기 및 재활용품 배출 장소
38번 트램 종점

38번 트램의 종점은 그린칭이다.

38번 트램을 탄 후, 1번 트램으로 갈아타기 위해 슈베덴플라츠에 내렸다.

화장실-물론 유료, 50센트-도 들를 겸 트램 정류장 바로 앞에 있는 맥도날드에 들어갔다. 

갑자기 커피가 당겨 그곳에서 구입하게 된 카푸치노, 참 맛없다.

 

슈베덴플라츠의 맥도날드
1번 트램 안

슈베덴에서 프라터 가는 1번 트램의 종점-슈베덴에서 멀지 않다-은 Praterhauptalle, 즉 프라터중앙도로다.

그런데, 종점에 도착하고 보니 그곳이 프라터의 놀이공원 앞 어디쯤일거라는 내 추측은 엄청나게 빗나가버렸다.

트램이 멈춘 곳은 놀이공원 쪽이 아닌 일반공원, 그러니까 나무와 잔디와 길이 있는, 휴식과 자전거를 위한 곳이었다.

 

프라터
프라터
프라터

프라터놀이공원이 있는 프라까지3km라는 이정표가 나타났다.

자전거 같은 이동수단이 있다면야 시도해 볼만하겠지만-자전거를 잘 타지도 못하면서- 다른 방법이 없었다.

다시 1번 트램 종점으로 가는수밖에.

 

프라터 공원
프라터 공원
프라터 공원

1번 트램을 타고 라데츠키플라츠에서 트램 O로 갈아타니 딱 프라터 공원 앞에 멈춘다.

오늘 프라터에 온 건 뭐 특별히 할 게 있어선 아니고 그저 대관람차를 한번은 봐야 할 것 같아서다.

지난 번 프라터슈턴역에 왔을 때 공원 쪽엔 눈길 한번 주지 않고, 밥만 먹고 돌아선지라 약간 허전한 마음이 있었던 거다.

그러고보니 점심 때네, 또 회전스시부페나 가볼까. 이곳에서의 혼밥엔 자신감이 좀 붙었다.

 

도나우젠트룸(DZ)
도나우젠트룸(DZ)
슈트뢱의 아펠슈트루델

프라터에서 U1을 타고 Kagran역의 복합쇼핑몰인 도나우젠트룸에 도착했다.

빈에 살던 10년 전쯤, 이곳 극장에선 우리 영화 '태극기휘날리며'를 상영했었다.

원어 음향에 독일어자막이었으면 관람-물론 이전에 본 영화-하려 했으나, 독일어더빙이라기에 관람을 포기했었다.

며칠 전에 이어 또 들른 도나우젠트룸에서 초콜릿을 구입하고 또 작은 화장품 몇 개를 골랐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 빈에 살 때 거의 매일 가던 카그란역의 슈트뢱에 들러 아펠슈트루델을 포장해왔다.

 

숙소에 도착한 건 오후 4시, 오늘 정말 많이 걸었다.

달콤하고 아삭한 아펠슈트루델로 고단함을 날려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