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간 반 년을 어찌 살았는지 모르겠다.
날마다 영혼이 아팠고, 마음은 시리고 저렸다.
자책감과 슬픔, 상실감과 그리움에 묻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정신을 차려, 이전 여행에 대한 기록을 적어냈으나 다시 심연이 몰려들었다.
이번 여행은 우리 막내가 떠나기 훨씬 전에 준비해둔 것이다.
녀석이 아픈 상태로 우리 곁에 있었다면 마땅히 취소했을 여정이다.
곁에만 있어달라는 내 바람은 녀석의 아픔을 아랑곳하지 않은 과한 욕심이었을까.
녀석은 서둘러 강아지별로 돌아가버렸다.
결국 이 여정은 막내가 마지막으로 준 슬픈 선물이 되었다.
이 슬픈 선물을 잘 다독인 후엔 그리움의 명도를 조금이라도 채워내야겠지.
강아지별에서 노닐고 있는 녀석은 이제는, 정말 이제는 우리가 자아내주는 환한 그리움을 기다리고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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