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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04~08)/빈에서 부친 편지

봄 맞이

슈베덴플라츠 주변

그제부터 서머타임이 시작됐고, 장장 열흘동안 닫혀있던 작은밥돌 학교 교문이 월요일인 어제부터 드디어 열렸다.

게다가 오늘은 그 발음만으로도 상쾌한 4월, 제대로 된 봄이 시작되었다. 날씨도 정말 맑디맑다!

 

예년보다 빠른 부활절 3일 연휴엔 꿈속에서마저 별렀던 독일 자동차 여행을 떠났었는데, 유럽 전역의 이상 기후 덕에

눈이 펑펑 내리는 등 한겨울 날씨가 완벽히 부활하고 말았다. 물론 그런 것쯤 아랑곳하지 않았고 여행은 즐거웠다.

그리고, 여행을 다녀온 후 남겨진 과제는 며칠 안 남은 작은밥돌의 방학동안 유지되어야 할 '모자 간의 평화'였다.

 

쌀쌀한 바깥 바람에도 함께 거리를 쏘다니고, 가끔 당근도 던져주는 피눈물 노력으로 평화는 무사히 지속되었다.

이렇게 오래도록 조용했던 건 정말 오랜만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어제 아침, 등교 전 열심히 아침식사를 하는 작은밥돌 모습이 너무나 이뻐서 고녀석 엉덩이를 톡톡거렸더니,

갑자기 "거기 좀 치지 마세요." 하고 말을 툭 던진다.

 

엉덩이는 좀 그렇지, 반성하며, "그럼, 등 같은데는 두드려도 되지?"했더니, 전혀 예상치 못했던 대답이 또르르 터진다.

"그냥 제 몸을 그렇게 건드리지 마세요."

그리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아무 일도 아니긴 했다, 나만 놀랐다- 식사 마치고 씩씩하게 인사한 뒤 학교로 간다.

 

사흘 전 모임에선 어른들과 꼬마들을 즐겁게 또, 기쁘게 해주기 위해서 온갖 개인기를 다 발휘하더니만.

주말엔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베란다에 놓인 야외 탁자와 의자들도 걸레로 신나게 완전 깨끗이 닦더니만.

또 그 의자에 비스듬히 누워 깔깔거리며 아이스크림을 먹을 땐 어느 누구보다도 천진난만하게 웃더니만.

작은밥돌의 자아도 봄싹처럼 쑥쑥 자라고 있었나보다. 녀석의 인생 바늘은 꽃가지 흐드러진 완연한 봄이다.

 

슈베덴플라츠 주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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