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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14 파리·스부·잘츠·빈

8. 1 (금) 후 : 평온한 빈숲

# 치보 캡슐커피와 아펠 슈트루델

 

맛있는 피자를 점심으로 해 치운 후, 빈에 사는 H의 엄마아빠와 내일 만날 약속을 했다.

그리고는 내가 사랑해마지않는 애플파이를 먹으며 치보 캡슐커피를 커피머신에 내려 마신다.

사실 아펠슈트류델 비스무레한 이것은 빈에서 흔히 먹는 애플파이는 아니지만, 근처에 딱히 빵집이 없고 마침 유로스파에서

비슷한 걸 발견했기에 얼른 구입해온 것이다. 꿩 대신 닭이지만 부드럽고 달콤했다.

 

그린칭 38번 트램 종점
그린칭

오후 3시, 하늘빛이 아침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맑고 밝아졌다. 오후 일정은 아들녀석와의 약속대로 빈 숲이다.

숙소 앞에서 38번 트램을 타면 빈숲의 그린칭이 종점이고, 여기서 다시 38A번 버스를 타면 하일리겐슈타트로 갈 수 있다.

 

그런데, 그린칭에서 우리가 탄 38A 버스는 다른 방향이었나봐, 하일리겐슈타트를 돌아나온 칼렌베르크행이었던 거다.

그럼, 칼렌베르크까지 가지 뭐, 예정하지 않았던 칼렌베르크는 빈숲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있어서 빈의 정경을 볼 수 있다.

오전보다 환해지긴 했지만 아주 맑은 날은 아닌가보다. 눈 앞에 펼쳐진 경관이 그다지 또렷하진 않았다.

 

칼렌베르크
칼렌베르크

# 빈숲, 기억을 찾아서

 

이제 다시 38A 버스를 타고, 베토벤이 '하일리겐슈타트의 유서'를 쓴 집을 찾아나선다.

Armbrustergasse에 하차하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이곳의 주소는 Probusgasse6, 물론 19구다. 

이곳을 가리키는 푯말엔 '베토벤하우스'라고 쓰여있다.

 

베토벤을 찾아가는 길이 정겹고도 예쁘다.

거리는 깨끗하게 정비되어 있고 주변 환경도 매우 뛰어나다.

빈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이 19구-물론 우리숙소도 19구 초입-라더니, 한적하고 조용하고 자연친화적인 동네다.

 

하일리겐슈타트 유서의 집

# 베토벤, '하일리겐슈타트의 유서'

 

난청으로 괴로워하던 베토벤은 요양을 위해 빈숲의 하일리겐슈타트에 머물렀지만, 증상은 더 심해졌고 이를 비관한 베토벤은 

1802년 10월, 이 집에서 가족에게 유서를 썼다고 한다.

그러나 베토벤은 절망을 극복하고 작곡활동을 계속하여 이곳에서 교향곡 제2번과 피아노소나타 제16번을 작곡했다.

 

하일리겐슈타트 유서의 집
하일리겐슈타트 유서의 집
하일리겐슈타트 유서의 집

2005년에 이곳을 처음 방문한지 무려 9년만인 2014년에 다시 베토벤의 흔적을 본다.

베토벤 유서의 집이 있는 거리에 함께 있는 아름답고 정성스러운-타일 조각으로 외벽을 장식한- 집도 여전하다.

그때는 베토벤 유서의 집에도 들렀고 베토벤 산책로도 걸었으며, 산책로 끝의 베토벤 조각상도 만났었는데, 오늘은 이 정갈한

거리와 오래 전의 기억만으로도 즐겁고 또 즐겁다.

 

유서의 집 골목에 있는 멋진 집
호이리게
호이리게

# 호이리게, 호이리게

 

호이리게는 주로 그 해에 담은 햇 와인-화이트와인-을 판매하는 선술집 같은 곳이다.

그린칭을 중심으로 하일리겐슈타트에서도 볼 수 있는데, 오후 늦게나 되어야 문을 열고 흥을 띄운다.

난 와인을 즐겨하지 않아서 빈에 살 때도 호이리게에서 식사를 한 적은 한 번밖에 없었다.

 

베토벤이 잠시 살았던 집, 지금은 호이리게
베토벤이 잠시 살았던 집, 지금은 호이리게

베토벤이 잠시 살았다는 집도 지금은 호이리게란다.

슬쩍 내부를 보니 작은 뜰에 야외탁자를 펼쳐놓은 호이리게 특유의 분위기는 다 비슷한 듯하다.

 

유치원
그린칭
19구 어느 멋진 집

귀여운 유치원을 지나, 트램 종점이 있는 그린칭을 다시 거슬러 숙소로 돌아온다.

숙소 근처의 집들이 단아하면서도 고급스럽다. 저 건물들의 안쪽엔 초록의 뜰이 안락하게 자리하고 있겠지.

BILLA와 BIPA에서 필요한 몇 가지를 사들고 올려다본 하늘이 오늘은 더 평온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