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표류/2014 파리·스부·잘츠·빈

8. 2 (토) 전 : 쉔브룬 하늘 아래

# 여름 새벽 

 

새벽 4시다, 눈뜬 시각이. 이건 뭐지, 왜 이 시각에. 아직도 시차부적응인가, 나이듦인가.

7시 반, 빈에서의 세번째 빨래를 세탁기에 돌려놓고는 맛있는 마늘빵으로 아침식사를 했다.

푸르디푸른 하늘, 밝고 유쾌하고 건강한 하늘이다.

 

빈 아파트 0층 (공동출입문 안)

9시 반, 우리들의 아름다운 샘, 쉔브룬 궁전으로 간다.

38번 트램을 타고 그린칭 방향으로  두 정거장을 이동한 후, BIPA 앞에서 10A 버스를 탔다.

U4로 쉔브룬 역에 가는 방법도 있지만, 버스는 쉔브룬 바로 정문 앞에서 하차할 수 있고 또 거리 보기도 그만이다.

 

신형 트램
10A 버스 정류장

# 쉔브룬 하늘 아래

 

버스로 30여분을 움직이니 쉔브룬 정문이고, 쉔브룬 앞엔 늘 그랬듯 오늘도 사람이 많다.

아름다운 샘이란 의미를 가진 쉔부른 궁전은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의 여름 궁전이다.

궁전의 전체 1400여개의 방 중 40개만 공개되고 있는데, 한국어오디오가이드도 구비되어 있다.

 

쉔브룬 궁전
쉔브룬 궁전
쉔브룬 궁전

셀 수 없이 많이 왔던 곳인데도 쉔브룬은 늘 그저 좋기만 한 곳이다.

궁전 내부를 관람한 건 너덧번이고 그외의 경우엔 항상 정원만을 돌아다녔다.

베르사유만큼의 규모와 화려함을 기대한다면 그에 미치지 못하겠지만, 쉔부른이 가진 개성은 베르사유 못지 않다.

 

날씨는 여행의 멋과 분위기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조건이다.

하늘이 맑고 푸르고, 여름임에도 그다지 뜨겁지 않으니 쉔브룬의 분수 줄기에도, 소소한 잔디 포기에도, 정원을 구르는 작은

돌에도 즐거움과 낭만이 흐른다. 멋스럽고 또 멋스럽다.

 

쉔브룬 정원
쉔브룬 정원

# 글로리에테의 기억

 

쉔브룬 궁전 정원 끝의 포세이돈 분수를 지나면 결코 완만하지만은 않은 언덕이 나타난다.

그 언덕을 오르면 언덕 끝 정점엔 쉔브룬의 상징인 글로리에테가 궁전을 내려다보고 있다.

이 글로리에테에서 내려다보는 전망이 참으로 좋은데, 또 전에 야외카페에서 마셨던 아인슈패너도 아주 맛있었는데...

 

쉔브룬 정원
쉔브룬 정원
쉔브룬 정원과 글로리에테

몹시 뜨겁다 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한여름 날씨였다.

나 혼자였다면 당연히 글로리에테까지 걸어올랐겠지만 원하지 않는 자에 대한 배려도 필요했기에 단번에 포기다.

이로써 혼자서 여행해야 할 필요성을 굵직하게 하나 건져 올려본다.

 

쉔브룬 정원

# 길, 길, 길

 

쉔브룬 정문을 돌아나와 지하철역 방향으로 걷기 시작하면 궁전 별채 같은, 아니 궁전 담벼락 같은 건물을 따르게 된다.

왼편의 차도 1차선에 해당하는 주차 공간엔 각지에서 여행객을 싣고온 관광버스들이 진을 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그다지 한적하지도, 그렇다고 복잡하지도 않은 길게 뻗은 이 길이, 특별할 것 없는 이 길이 언제나 참 예쁘다.

양지와 음지가 공존하고, 현지인과 여행객이 함께 있고, 때론 이런 기분 좋은 한글이 있어 즐겁기만 한 것이다.

 

쉔브룬 역

이제 우리는 쉔브룬 역을 출발하여 지금까지 경험하지 않은 곳으로 간다.

어쩌면 아들이 이번 여행에서 가장 관심을 가지게 될 지도 모르는 곳인 새로운 미지의 장소를 향한다.

그곳은 구시가에 있다. 그래서 우린 오늘도 또, 구시가에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