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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20 베네치아·피렌체·로마

1. 16 (목) : 한겨울의 아씨시

산타마리아 노벨라 성당

아직 어둠이 남아있는 맑은 아침, 서둘러 숙소를 나선다.

아르노강의 다리를 건너 기차역까지 걷는 몸과 마음이 아주 가뿐하다. 8시, 아씨시로 가는 Trenitalia에 올랐다.

 

피렌체에서 아씨시역까지는 걸리는 시간은 기차로 2시간 30여분.

역 앞에서 버스를 타고 아씨시의 상징인 프란체스코 수도원으로 움직인다.

정류장에서 전망 좋은 수도원까지, 인적 없어 고요한 오르막길을 천천히 음미하며 오른다.

 

수도원의 성프란체스코 성당은 내부 촬영금지. 개성 있는 내부와 독특한 십자가 걸린, 오래 머문 성당엔 정적만이 흐르고 있다.

수도원의 기념품샵에 들러 남편-카톨릭신자-을 위한 몇 가지를 구입했다.

 

피렌체와 아씨시 담당인 수선배가 준 자료만 슬쩍 쳐다봤을 뿐, 난 이곳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

프란체스코 수도원이 카톨릭 성인 성 프란체스코에서 명명되었다는 것 말고는 전혀.

이젠 하나쯤은 알 것 같다. 고즈넉한 평화가 감싸는 마을이라는 것.

 

여긴 작은 음성이나 귀찮은 음향조차 없는 너무나 정적인 소도시다.

두손 모아 '평화를 빕니다'를 읊조려야 할 것 같은, 어찌보면 아주 심심한 곳.

오르막길을 따라 올라 아씨시가 한눈에 보이는 곳에 다다르고, 다시 내리막길을 걸어 광장으로 나왔다.

 

고요하고 사람 적고 문 닫은 레스토랑이 많은 걸 보면 1월의 이곳은 비수기다.

몇 군데를 허탕친 후, 들어간 식당 내부가 아씨시의 분위기와 매우 흡사하다.

 

주문한 메뉴 중 반은 성공, 반은 실패다.

쇠고기와 생선 요리는 괜찮았으나 White Beef가 주재료라는 파스타는 처음 겪는 잡내와 맛을 던져주었다.

음식 맛에 대체로 무던한 우리였기에 살짝 컴플레인하니 수석주방장까지 나와 설명을 하며 사과를 한다.

 

마을의 샵에 들러 미니어처와 기념품을 챙긴 후 4시, 아씨시를 떠날 준비를 했다.

역을 향해 걸어가는, 아씨시를 등진 우리를 위해 사진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너무나 멋진 풍경이 펼쳐진다.

빛나는 햇살과 아름다운 정경은 아씨시가 준 최고의 선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