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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22 빈

9월 19일 (월) : 비엔나 서쪽 동네

새벽 3시반, 휴대폰 벨이 울려서 확인하니 전 직장 후배-빈 여행 중인 걸 모름-다.

비몽사몽이라 톡만 남기고 벨소리는 무음 처리, 1시간 넘게 깨어있다 다시 잠이 들었다.

 

아침 식사 후 혼자 Penny-쇼핑은 혼자가 편함- 에 들러 식료품과 서울 들고갈 것들을 챙겼다.

이른 점심은 치즈빵과 치아바타와 요거트를 먹었는데, 이곳 빵은 많이 먹어도 속이 부대끼지 않으니 매일 먹어도 좋다.

 

서역 IKEA
서역 IKEA

아침 비가 좀 내리더니 쨍하게 갠 정오, Westbahnhof로 간다.

빈 변두리에 있는 광활한 IKEA 아닌, 도심형 IKEA가 몇 년 전 서역에 생겼다고 해서 가보려 한다.

 

서역 IKEA
서역 IKEA
서역 IKEA

평일 낮이라 붐비지 않는 실내가 조용하다.

빈 외곽에 있는 일반적인 IKEA보다 쇼룸 규모도 훨씬 아담하고, 판매하는 가구 종류도 많지 않다.

넓지 않은 도심형 매장이라 소형 가구, 침구, 조명, 생활용품 등이 주요 판매품목인 듯하다.

 

서역 IKEA

Mariahilfer Strasse는 서역으로부터 뮤지엄구역까지 이르는 긴 거리다.

샵과 레스토랑 등이 중심이 된 젊은이들의 핫플레이스인 마리아힐퍼 쪽으로 좀 가다가 이내 돌아선 우리.

빈에 살 때도 한두 번밖에 안 가본 곳이니 쇼핑을 즐기지 않는 우리와는 맞지 않은 곳인 거다.

 

Brunnenmarkt
Brunnenmarkt
Brunnenmarkt

대신 숙소 가는 쪽에 있는 브루넨마크트로 간다.

15-16년 전에 일반 마트에서 판매하지 않는 풋고추를 사려고 이 재래시장에 온 적이 여러 번 있었다.

그 때 우리 집은 빈의 동쪽이었고 시장은 서쪽에 있어서 버스와 지하철, 트램을 타고 풋고추를 찾아 이곳을 찾아왔었다.

상인들은 주로 터키인, 아랍인들이었는데, 그땐 지금처럼 여러 블록에 걸쳐 늘어선 큰 규모의 시장이 아니었다.

 

Brunnenmarkt
Brunnenmarkt

비가 오다가 그치고 또 비가 오다 그치기를 여러 번. 둘러본 시장에서 특별히 구입할 건 없었다.

의류, 생활용품, 채소, 과일, 육류, 생선 등 다양한 판매 물품이 있었으나 우리가 찾는 오징어나 새우는 없었으니까.

시장 근처 Spar에서 냉동 미니오징어와 냉동새우를 구입한 후 2번 트램을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흰구름과 먹장구름과 태양이 하루종일 세력 다툼 중인 하루.

한국에서 들려오는 탐욕스러운 모지리들의 소식은 종일 변덕인 빈 날씨보다 백만 배나 더 허탈하고 일억 배나 더 분노를 일으킨다.

 

숙소 앞

1주일 넘게 활짝 열려있던 앞 건물 3층 창문이, 오늘 새벽엔 닫혀있더니 밤엔 드디어 점등 중이다.

집 비우고 어디 다녀왔나 봐, 바람 찬 가을에 집 안 창문은 몽땅 열어놓고 말이지. 

 

춘권과 깔라마리와 새우 그리고 마늘바게트와 고다치즈가 밝혀주는 저녁.

빈에서의 일상이 1주일 남은 지금, 다시 세찬 빗소리가 들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