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표류/2022 빈

9월 20일 (화) : 낮이나 밤이나

구형 S-Bahn

종일 비가 온다는 예보가 들리는 오늘, 우리의 선택은 카페 돔마이어다.

쫀득한 수제비 반죽을 넣은 오징어짬뽕-아시아마트에서 구입한-으로 아침식사를 마치고 9시 20분, 숙소를 나섰다. 

이번 여행에서 처음 만난 구형 S-Bahn, 저상형이 아니라 승하차시 계단을 오르내려야 하는 불편함이 있으나 트램도 S반도

역시 옛것이 더 운치 있고 낭만적이다. 

 

Cafe Dommayer
Cafe Dommayer

돔마이어까지는 U4 Braunschweiggasse에서 걸어갈 수도 있고, U4 Hietzing에서 걷거나 트램으로 이동할 수도 있다.

지난 번 돔마이어에 갈 땐 후자의 방법으로, 이번엔 U4 Braunschweiggasse역에서 돔마이어까지 도보로 가는 전자를 택했다.

 

Cafe Dommayer
Cafe Dommayer

흐리긴 하나 다행히 비가 쏟지 않는 소박한 동네를 산책하듯 걸어 도착한 카페 돔마이어 Dommayer.

비는 그쳤으나 이미 비가 꽤 내린 후라, 두번째 방문 때는 꼭 카페 건물 뒤편 넓은 정원에 앉으리라던 다짐은 실행되지 않았다.

건물 뒤 정원 좌석은 물론 지난 번에 앉았던 앞쪽 야외 좌석까지 젖어있었기에 모두 입장 불가.

우린 샹들리에가 어여쁜 실내의 호젓한 좌석에 앉아 멜랑쉬와 토르테를 주문했다. 

 

Cafe Dommayer
Cafe Dommayer

곱게 차리고 홀로 카페에 들어선 어느 할머니는 중후한 서버와 인사를 나누고는 물과 토르테만 후딱 먹고 일어선다.

비치된 묶음 신문지긋이 응시하는 할아버지, 커피를 음미하는 젊은 여인들, 대화에 빠진 중년 남자들, 모두 흔한 빈 시민들이다. 

여행자들이나 관광객이 가득한 구시가 카페보다 현지인들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이곳이 더 좋다.

 

Cafe Dommayer는 빈에 10곳 넘는 체인점을 가진 카페 OBERLAA에서 운영한다.

이곳은 요한슈트라우스 2세와 관련된 역사적 장소이기에 그 이름을 남겨둔 것이고, 제공되는 음식은 OBERLAA 메뉴다.

 

Cafe Dommayer
Cafe Dommayer

흐린 날, 돔마이어 앞에는 여전히 요한슈트라우스 2세의 부조와 명패가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볼수록 더 아리따운 곳, 현지인의 사랑을 듬뿍 받는 이곳이 이젠 빈에서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카페다.

 

Votivkirche 보티프성당
Votivkirche
Votivkirche

오락가락하는 비, 거짓말처럼 하늘이 활짝 갰다.

오다가다 수도 없이 보았던 성당이지만 입장은 처음인, 빈 시청사와 빈 대학 근처에 있는 포티브 성당에 도착했다. 

가느다란 첨탑과 스테인드글라스가 돋보이는 고딕 양식의 성당은 외관은 물론 내부도 온통 공사 중이다.

 

Votivkirche
Votivkirche

화사한 외관에 비해 내부는 장엄하다 할까.

수많은 첨두 아치 속에 배열된 중앙 제대와 작은 kapelle-예배당-들이 크지 않은 규모에도 성대한 느낌이다.

예배당에 쓰인 스토리 있는 독일어를 번역기에 붙여 해석해 가며 오래된 성당이 전해주는 이야기를 한참동안 들었다.

 

숙소 앞 트램 정류장에 도착하자 또다시 비가 쏟아진다.

오후 1시, 치아바타와 크루아상과 파인애플 주스만으로도 맛있는 점심이 차려졌다. 

지구 저편 한국에서 진행되는 야구 경기를 보고, 변덕스러운 날씨 속에 혼자 Hofer엘 다녀오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오후가 흘러간다.

 

Palais Ferstel
Am Hof

저녁 7시, 구시가로 향하는 2번 트램이 기점까지 가지 않고 갑자기 Volkstheater에서 회차한다. 

또 이벤트가 생겼나봐. 그럴 수도 있지 뭐, 하며 아무렇지도 않게 U3로 갈아타고 Herrengasse역에 내렸다.

카페 첸트랄이 있는 Palais Ferstel 앞을 지나 불빛 희미한 Am Hof를 건너 슈테판플라츠에 이르렀다.

 

Bognergasse
Stephansplatz

여기저기 구시가의 가을 밤을 즐기는 많은 사람들.

트렌치코트 안에 처음으로 패딩조끼-남편은 며칠 전부터 착장-를 입은 저녁, 눈빛 닿는 대로 서늘함과 포근함을 즐겼다.

낮에도 밤에도 이 시간들은 온전히 우리 것이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