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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04~08)/오스트리아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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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프베르크에서 잘츠카머구트 볼프강호수의 상트 볼프강. 9월, 샤프베르크로 오르는 산악 기차역~ 경사지고 좁은 기찻길을 30분을 올라올라 마주친 절경, '1743m'와 '360도 파노라마'는 사실이었다 . 산 여기저기를 폴짝거리고 다녀도 사방 어디서나 보이는 호수들과 알프스 산들. 저 먼, 또 가까운 알프스와 그 아래 커다란 호수들과 하얀 물결 같은 구름이 그림처럼 안긴다. 도저히 카메라에는 넣을 수 없는 눈에 처음 담는 그림 아닌 그림. 하늘 빛깔마저 수채 물감을 채색한 날이다.
여름밤의 꿈, 필름 페스티벌 여름밤이면 늘 이곳에선 필름 페스티벌이 펼쳐진다. 초겨울엔 크리스마스 시장이 열리고 한겨울엔 스케이트장으로 변신하는 곳. 빈 시청사 앞 광장의 여름은 형언할 수 없는 뜨거움 자체이다. 어둠이 찾아오는 시각에라야 대형 화면이 눈을 뜨지만, 클래식 연주와 오페라를 감상하려는 시민들의 열정은 늦지 않은 오후부터 이미 그들을 이곳으로 불러모은다. 한길 쪽 광장엔 여러 나라 음식이 맛있는 향을 내고 시원하고 풍성한 맥주 거품은 우리 마음을 황제로 등극시킨다. 귀와 눈이 함께 행복한 화려한 축제~ 금세 밤이 들고 대형 화면에선 빈 필의 연주가 흐른다. 시민과 여행객이 즐겁게 어우러지는 축제는 이어지고, 자꾸만 귀를 솔깃하게 하는 곳곳의 젊은 한국 말. "사진 좀 찍어주실래요?" 요한 슈트라우스의 흥겨운 왈츠는 한없..
몬트제 스치기 뜨거운 7월 햇살은 살갗을 태우고 마음을 태우더니, 서늘한 8월 햇살은 가슴을 추억으로 그을리게 한다. 친구와 함께 걸었던 잘츠. 영화 '사운드오브뮤직'의 배경이 된 미라벨 정원. 정렬된 수많은 꽃들은 색색으로 아름답다. 잘츠부르크 비치발리볼 경기장을 장식하고 있는 근사한 젊음들. 잘츠부르크 너머 저편 잘츠카머구트의 몬트제 마을은 그 이름처럼 은은히 빛난다. (몬트는 달, 제는 호수~) '사운드오브뮤직' 트랩 대령과 마리아가 결혼식을 올렸던 성당에선 우리가 찾아갔던 그날도 아리따운 한 쌍이 탄생하는 중. 그림 같은 마을, 그림 같은 시간. 순간의 기억을 추억으로 만드는 마법 같은 곳. 가슴 설레게 하는 익숙한 갈망과 함께 여전히 나를 안고 도는 몸살. 8월초의 서늘한 바람과 기온이, 질겼던 7월 햇살을 ..
잘츠 거닐기 가깝지만은 않기에 늘 그립기만 한 곳, 지난 주말을 채웠던 곳, 잘츠.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무대인 잘츠부르크의 미라벨 정원이다. 매년 수만송이의 꽃들이 심어지고 매년 수백만 관광객이 스쳐간다. 저멀리 높이, 요새 구실을 했던 호헨잘츠부르크성의 위용도 미라벨을 빛내준다. 오래되어 더욱 아름다운 게트라이데 거리. 거리가 생길 당시의 많은 문맹자들을 위해 간판엔 각 상점의 특징이 그대로 그려지고 새겨 있다. 게트라이데 거리를 비껴 걷다보면 만나는, 세계에서 두세번째로 작은 건물이다. 낮은 2층까지 합쳐도 서너평이나 될까. 모차르트가 세례를 받았던 잘츠부르크 대성당은 공사가 한창이다. 뿌연 잘자크 강변에 자리한 모차르트 초콜릿 가게~ 길 가던 할머니 셋이 무언가에 홀려있다. 잘츠부르크 근처의 거대한 호수..
아, 마우타우젠 빗줄기 서성이는 일요일 늦은 아침. 떠날 곳을 몇 군데 펼쳐놓고는 마지막에 고른 곳이 빈에서 200km 거리의 린츠다. 린츠에 가까워질수록 강해져만 가던 빗발이 린츠에 이르러서는 사라지는 기이함. 도나우강변에 자리잡은 넓고넓은 중앙 광장엔 전쟁과 페스트의 종식을 감사하기 위해 1723년에 세운 삼위일체 기념비가 먼저 띈다. 광장 곁엔 브루크너가 1856년부터 12년간 오르간 연주자로 있었던 대성당도 보이고, 조금 더 걸음을 옮기면 1783년 베토벤이 제8번 교향곡인 '린츠'를 작곡한 집도 드러난다. 이제 가야 할 곳은 마우타우젠. 린츠에서 15분 거리의 낯익지 않은 지명이다. 역사의 아픈 흔적이 그대로 있는 곳, 마우타우젠 유태인 강제수용소다. 이곳은 오스트리아가 독일에 합병되던 1938년에 만들어진 수..
듀언슈타인으로 푸르름 넘치는 일요일이다. 지도를 요리조리 쳐다보던 큰밥돌이 외친다.자, 가자. 근데, 어디로~ 바카우는 빈 서쪽의 크렘스에서 멜크까지 35km에 이르는 도나우 강변 지역으로 작년에 이미 발자국을 찍었던 곳이다. 995년에 조성되기 시작한 오래된 도시, 크렘스로 먼저 간다. 구시가로 드는 문을 통과하니, 넓지 않은 거리가 매우 한산하다. 500년 넘는 유구한 역사를 가진 성당이 세 개나 있는 이곳에선 16세기에 오픈한 식당과 중세의 건축물들이 흐뭇한 표정으로 사람들을 반긴다 . 크렘스를 살짝 벗어나면 펼쳐지는 도나우강. 바카우의 여러 마을 중 우리의 선택은 듀언슈타인이다. 작년엔 그저 스쳐 지나야 했던 곳. 중세 영국왕이었던 사자왕 리처드가 감금되었던 성이 있는 곳이다. 마을 입구 주변에 포도밭이 끝이 ..
바덴의 봄 휴무일이 제 날짜에 임박해서야 확정되는 큰밥돌 덕에, 부활절 방학임에도 불구하고 여행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 그런데, 세상에나 3일 연휴란다. 유럽 전역이 부활절 휴가라 예약 없이 떠날 호기도, 무모함도 없으니 어찌해야 할까. 너무 가까워서 외면해버렸던 바로 그곳이 우리의 해결책이 되려나. 빈에서 30km 거리의 바덴은 2,000년 전에 온천지로 개발된 곳으로, 오스트리아 황제와 음악가들이 즐겨찾던 휴양지다. 왠지 익숙한 지명. 서울 올림픽의 개최를 공포했던 독일의 바덴바덴과 닮은 이름이다. 바덴(바트)이란 수영장이나 온천을 뜻하는데 바덴바덴도 같은 용도로 만들어진 도시일 것이라고 추측해 본다. 유럽에서, 모르는 도시를 탐험할 때의 중심은 늘 성당이나 교회다. 성당의 첨탑을 발견하면 탐험의 반은 이루어진..
마리아첼의 햇살 이른 아침부터 새 지저귀는 소리가 집 주변을 온통 들썩인다. 몇 주만에 보는 일요일 아침 햇살인지. 그저께 추천 받은 '마리아첼'로 흥겨운 출동이다. 푸른 빛을 띄는 초원과 낮은 산을 즐긴 지 1시간이 지났을 때, 남서쪽으로 160km 거리인 마리아첼을 50km 남겨놓은 지점에서 마주한 낯설지 않은 지명. 릴리엔펠트가 앞을 막는다. 어떤 곳인지 모르지만 일단 차를 세웠다. 그 앞 바로 눈에 드는 성당. 고요한 성당 내부를 숨 낮춰 걸으며 비치된 책자를 보니 수도원이란다. 수도원 옆으로 비껴서니 멋진 정원이 보이고 그 곁 화원에선 봄꽃 향연이 즐겁기만 하다. 멈췄던 걸음을 다시 놓는다.이젠 완전한 산길. 미시령이나 대관령과는 비교되지 않는 부드런 구불거림이지만 현기증에 머리가 흔들리고 귀도 공명을 반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