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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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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1 : 프라하의 봄 1 4월 16일 토요일, 오늘은 체코의 프라하로 짧은 여행을 떠나는 날이다. 며칠 전, 인터넷으로 한국인이 운영하는 프라하 민박집에 1박 예약을 해 놓은 상태. 전날 저녁 비엔나 한인성당에서 주관하는 작은 음악회에 남편 친구 부부와 함께 참석한 후, 선배와 뒤풀이까지 마치고 오느라 새벽 1시반에 귀가하는 바람에 원래 예정했던 출발 시간을 훨씬 넘긴 아침 8시 30분이 돼서야 집을 나섰다. 먼저 비엔나 쪽으로 차를 달렸다. 홀라브룬 근처에 있는 주유소에 도착해서 주유를 하고, 고속도로 통행권(비그니테)도 구입한 뒤 커피도 샀다. 이정표를 보며 프라하 방향으로 계속 달렸고 낮 12시, 드디어 국경을 넘었다. 두 나라 국경에서 근무하는 직원의 표정이 대조된다. 물론 딱딱하고 근엄한 얼굴이 체코 쪽이다. 국경을 통..
빈 북쪽마을, 운터슈팅켄브룬 내가 오스트리아에 온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작년 여름엔 여행이었고 지난 겨울의 방문은 생활에 대한 탐색이었으며, 올봄에 또 이곳에 온 이유는 살아가기 위해서다. 지난 겨울, 이곳의 종일 흐린 날씨와 예상할 수 없이 빠른 일몰 시간 때문에 난 거의 우울증에 걸릴 뻔했다. 시골이라 편의시설이나 문화시설도 없고 말도 통하지 않는 곳이라 같이 지내는 남편 친구 가족외엔 대화 상대도 없었다. 도저히 다니던 직장을 휴직하고, 와서 살고 싶은 마음이 깨알만큼도 생기지 않았다. 그러기를 3주, 드디어 난 해법을 찾았다. 휴식이다. 이곳에서 생활하는 시간들을, 14년이란 긴 세월동안 집과 직장에 봉사해온 내게 주어진 선물로 여기기로 한 것이다. 그러고 나니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남은 3주일 동안은 책을 읽으며 간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