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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17 스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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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온통 하얀 미하스 : 1. 13 (금) 점심식사 후 1시 40분, 미하스를 향해 버스는 움직이고 노곤한 몸은 오수에 돌입했다. 세비야에서 미하스까지는 2시간반 넘게 걸리는 거리, 차창 밖으론 어느 새 지중해가 보인다. 미하스는 지중해를 따라 이어지는 해안지역인 코스타 델 솔 지역의 내륙에 위치한 작은 마을이다. 네르하, 프리힐리아나, 마르베야 등과 더불어 많이 알려진 하얀 마을 중 하나로, 하얀 벽의 집들이 지중해를 내려다보고 있다. 가이드씨 안내에 따르면 미하스의 볼거리와 즐길거리는 성녀가 발견된 동굴성당과 지중해가 보이는 전망대, 당나귀와 마차다. 휴양지인 미하스에 겨울 바람이 불고, 마을 어귀에선 당나귀 조형물이 여행객을 맞고 있다. 당나귀와 하얀 집이라면 그리스의 화산섬인 산토리니와도 비슷한 설정이라, 혹시 그 분위기가 나는 마을이 아..
6. 세비야의 뜰, 스페인 광장 : 1. 13 (금) 앞선 글에서 패키지 여행의 장점에 대해 준비없이 여행할 수 있는 편리함과 기동력, 시간 절약을 언급했었다. 그러나 이에 못지 않은, 아니 어쩌면 정말로 중요한 패키지 여행의 장점이라면 한정된 시간 동안 많은 곳을 여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여행지의 딱 랜드마크만을 골라서. 하지만 짧은 기간 동안 최대한의 여행지를 거치는 여행은 장점인 동시에 치명적 단점이 된다. 오늘의 여행지는 세비야, 미하스, 그라나다로, 하루에 2번 이동을 하고 3곳을 여행한다. 이는 장점일까, 단점일까. 아침 7시 30분, 조식당으로 향한다. 변두리에 위치해 있지만 행정 구역은 어엿한 세비야에 자리한 4성급 호텔이라 조식도 아주 괜찮다. 호텔 규모가 크고 위치도 아주 외곽은 아니어서인지 한국인단체 외에 다른 인종의 여행객들도..
5. 코르도바의 메스키타 : 1. 12 (목) 처음 경험하는 패키지 여행의 장점을 꼽으면 우선 기동력이다. 전용버스로 목적지까지 이동하고 그곳 관광이 끝나면 그자리에서 다시 전용버스로 다음 목적지까지 정확하게 이동한다. 자유여행시 일상적으로 겪는, 즉 버스나 지하철, 트램을 타느라 기다리고 갈아타고 또 걸어 움직여 허비(?)하는 시간이 없다. 패키지 여행의 장점을 하나 더 언급하면 안내자인 가이드 덕분에 절대로 길을 잃거나 헤맬 일이 없다는 점이다. 이 점 역시 시간을 절약할 수 있음은 물론 여행자의 체력와 에너지를 최대한으로 아낄 수 있는 요인이 된다. 가장 중요한 패키지 여행의 장점은 여행 준비를 전혀 하지 않아도 여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여행 상품만 고르면 된다. 항공권이나 호텔, 기차를 예약할 필요가 없고 일정을 짤 필요가 없다. 유적이나 ..
4. 돈키호테 마을, 푸에르토 라피세 : 1. 12 (목) 6시에 모닝콜이 울리고서야 눈을 떴으니 톨레도와 세고비아를 오간 스페인의 첫날이 만만치는 않았나 보다. 일반적인 유럽 자유여행의 경우, 시차 때문에 새벽 3-4시에 눈 뜨는 일이 4-5일은 기본적으로 지속되는데, 첫 단체여행에서 하루만에 시차에 완벽하게 적응했으니 참으로 신기할 뿐이다. 마드리드에서의 2박을 마치고 8시 반에 출발하는 아침, 오늘도 맑고 푸르다. 버스는 1시간 30분이 지나 '푸에르코 라피세'라는 작은 마을에 우리를 내려놓았다. 여기가 어딜까. 세르반테스가 머물렀던 여관이 있는 곳이라... 이곳은 마드리드에서 코르도바로 이동하기 위한 중간 쉼터쯤 되는 곳으로, 가이드북에서 찾기 쉬운 곳은 아니다. 일반여행객은 도통 안 가는 곳이기에. 가이드씨의 설명에 의하면 책의 날인 4월 23일, 그러..
3. 세고비아의 수도교 : 1. 11 (수) 점심식사 후 세고비아로 가는 동안 하늘에 먹장구름이 몰려있다. 그러나 비구름은 아닌지 구름 바로 아래로 들어도 다행히 비가 쏟지는 않는다. 거의 2시간이 걸려서야 도착한 세고비아의 하늘도 아주 맑지는 않다. 깎아놓은 듯한 절벽 위에 세워진 세고비아의 알카사르는 디즈니 만화영화 '백설공주' 성의 모델이 된 곳이다. 알카사르의 오른쪽은 뱃머리 형태이고 전체적인 성의 자태가 마치 바다 위를 항해하는 우아한 선박의 모양새를 하고 있다. 아래에서 보기엔 성이 올려진 절벽이 그다지 높아보이진 않았는데, 성으로 오르는 길이 생각보다 길고 높았다. 화려한 궁전보다 중세의 고성을 좋아하는 나는 내부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뭐 단체여행이니 참을 수밖에. 잠시 자유시간이 주어지고 모두들 성 바로 앞에서 사진..
2. 천년 고도, 톨레도 : 1. 11 (수) 스페인에서 맞는 첫 아침, 아니 새벽 2시반에 눈이 떠졌으니 첫 새벽이다. 서울에 남은 자들과 톡을 하고 스페인 책자를 뒤적이다 7시에 조식당으로 향했다. 나뿐만 아니라 함께 방을 쓴 수선배도, 다른 선배와 후배들도 모두 서너 시에 눈을 떴다고 한다. 서울보다 8시간 늦게 가는 곳에서의 첫 아침이니 시차 적응이 단번에 될 리는 만무할 터. 오늘의 일정은 마드리드에서 멀지 않은 톨레도와 세고비아. 8시 20분, 우리를 포함하여 16명의 여행객을 실은 버스는 톨레도를 향해 달린다. 예상과는 달리 도로엔 차량들이 정체되고 있는데, 알고 보니 터널 내에서 승용차 2대가 충돌한 교통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본넷이 박살나고 유리 파편이 사방으로 흩어진 현장은 시내에서 일어난 사고치고는 꽤나 심각해보였다. 마드리드의 ..
1. 마드리드 가는 먼 길 : 1. 10 (화) 감기 기운이 느껴지는 새벽, 우리 막내가 초롱초롱한 눈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짐을 챙겨 공항버스 정류장으로 향한다. 갑자기 낮아진 기온에도 이미 정류장에 나와있는 수선배, 곧이어 은후배도 합류했다. 시간 맞춰 도착한 공항버스 안에는 이미 쉬리선배가 자리하고 있었고 10분 후엔 영후배가, 다시 10분 후엔 숙선배가 차례로 버스에 올라 우리는 여행의 설렘과 즐거움을 함께 안고 공항으로 향했다. 만석인 버스는 출근시간과 맞물린 올림픽대로에서 조금씩 정체되었고 도착 예정시각을 넘긴 8시30분에야 공항에 도착했다. A 카운터 근처의 L 여행사에서 탑승권을 받고보니 우리 6명의 좌석이 모두 완벽하게 떨어져 있다. 이거 어쩌지. 좌석 변경을 요청하려다 포기하고는 수화물을 부친 뒤 출국장 검색대에 들어서려니 긴 줄이 ..
도입 : 한겨울에 만나는 스페인 직장 선후배들과 함께 하는 첫 해외여행지는 스페인이다. 중서부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따뜻한 겨울 날씨는 물론 카톨릭과 이슬람의 조화가 주는 이국적 문화는 우리를 스페인으로 이끌었다. 이전에 내가 했던 여행과 이번 여행의 두드러진 차이점이라면 자유여행이 아닌 여행사를 통한 패키지 단체여행이라는 점이다. 새로운 방식의 여행에 대한 기대와 염려를 품은 채 2017년 1월, 우리 6명은 저마다의 설렘과 기쁨을 안고 7박 9일 일정으로 스페인을 향해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