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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17 프푸·하이델·콜마·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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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9 (목) 전 : 파리 가는 TGV 콜마르를 떠나는 오늘, 맑디맑다. 호텔 체크아웃은 정오까지고, 파리행 TGV 출발 시각은 12시 45분. 어제 비 때문에 포기한, 알자스 와인가도의 중심 마을인 리크위르를 잠시 떠올렸지만 분주한 여행은 거부하련다. 다음-여길 또 오겠다고?-을 기약하는 걸로. 콜마르에서 리크위르까지는 운행하는 기차는 없고 버스로 30분 소요된다. 한여름엔 방학 기간이라 버스 운행 횟수가 줄어서 하루 6차례 정도밖에 운행하지 않으니 버스 시각 확인은 필수다. 7시가 지나자 복도에서 소음이 이어지고 8시 넘은 조식당이 시끌벅적하다.소란의 주인공들은 중국인. 그들은 식사 후 럭셔리 미니버스에 캐리어를 올리고 있었다. 작년 2016년 여름에도 이번처럼 11일 일정으로 남편과 여행을 했는데, 남편 왈, 작년보다 체력적으로 많이 힘..
8. 8 (화) 후 : Le fer rouge에서 어제와는 달리 시장 건물을 에워싼 모든 것들이 흐릿한 걸 보니 역시 여행에서 날씨의 영향은 절대적이다. 오픈 시각을 미리 인지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다행히 출입문이 활짝 열려있는 화요일의 콜마르 시장. 그 입구에 들어서면 우리가 흔히 아는 시장의 모습이, 소박한 시장 풍경이 펼쳐진다. 실내에 들어서니 길이도 길지만 특히나 내부의 폭이 넓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붕 덮은 우리나라 시장이나 유럽의 일반 재래시장과는 달리 길 트임이 여럿이다보니 그 생김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아직 하루가 무르익지 않은 오전이라 그런가. 상인 수보다 크게 많아보이지 않는 손님 수, 시장은 한산했다. 와인, 채소, 과일, 쿠키와 빵, 케이크, 절인 올리브, 절인 해산물, 육류와 소시지, 치즈를 비롯한 유제품 등 먹거리들이 ..
8. 8 (수) 전 : 비 내리는 콜마르 서울서 날아온 전화벨 소리에 5시, 잠에서 깼다. 하늘은 어제와는 달리 흐린 빛을 보이고, 호텔 규모에 비해 넓은 주차장엔 단체여행객을 위한 버스가 주차해 있다. 구시가와 이렇게 인접한 호텔에 단체여행이 묵다니. 우리나라 여행사도 패키지여행객에게 이 호텔을 제공할 수 있을까. 공원으로 둘러싸여 있고, 구시가까지 도보 3분, 콜마르 역까지 도보 5분이면 충분하니 최적의 위치다. 아침 식사를 하는 식당엔 다양하진 않지만 깔끔한 먹거리들이 아늑한 분위기 속에 펼쳐져 있다. 일본인도 보이고, 중국인들도 자리하고 있는 내부가 아주 조용하고 차분하다. 오호, 커피 맛도 괜찮은데. 식사를 마친 다음, 공원이 병풍이 되어주고 있는 호텔 주변을 산책한 후 서울을 지키는 아들녀석과 톡을 했다. 9시, 조금 전부터 시작된 ..
8. 7 (월) 후 : 콜마르의 움직이는 성 콜마르의 작은 운하인 프티트 베니스에서 시작된 구시가는 그 주변을 둘러둘러 어여쁘고 고풍스러운 정경을 펼쳐준다. 등을 돌리고 고개를 돌리면 500년 전 역사 속 거리가 현재로 이어지는 마법을 보여주는 곳이다. 어느 골목 끝에서 만난 자연사 박물관, 인구가 7만명도 안 되는 소도시에 자연사박물관이라니 신기하고 놀랍다. 예쁘다는 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거리를 정처없이 가볍게 걷는다. 여행 전, 콜마르에선 뭘하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을 때, 우리의 답변은 단출했다. 그냥 발길 닿는 대로 무계획으로 다니기, 그리고 여건 되면 리크위르 마을 가기. 일부러 색을 만들어 칠해놓은 듯한 파란 하늘, 그 하늘 아래서 그야말로 발 가는 대로 눈에 보이는 대로 천천히 쏘다닌다. 오가다 계속 만나는 작은 물길인 프티트..
8. 7 (월) 전 : 너를 만나기 위해 7시, 하늘은 오늘도 매우 맑고 해는 이미 중천이다. 오늘 하이델베르크를 떠나면 이틀 동안은 한식과는 안녕이니 밥에 미역국과 카레, 김, 샐러드를 곁들인 조식을 차린다. 조식 후, 리셉션에서 매일 푸짐히 제공되는 크루아상을 가지러 간 남편이 크루아상 아닌 샌드위치를 들고 왔다. 우와, 이거 후식으로 먹기엔 너무 제대로 된 샌드위친데, 콜마르 가는 버스 안에서 먹어야겠어. 8시 반, 서울에서 뜻밖의 문자메시지가 날아와 잠시 정신을 쏙 빼놓는다. 우리 작품인 자유로운 영혼이여~ 문자메시지를 해결하고 나니 남편은 갑자기 여행책자를 들고는 벼락치기로 콜마르 공부를 시작한다. 뭘 벌써 하신대, 콜마르 가는 버스 안에서 해도 충분한 거 아닌가아. 10시 반, 이제 하이델베르크를 떠나야 할 시각, 체크아웃을 하고 5..
8. 6 (일) 후 : 내 안의 하이델베르크 철학자의 길을 오르내리는데 할애한 시간은 30여분, 숙고하여 명상하기엔 부족한 시간이었나 보다. 통속적이게도, 산길(?)을 내려오자마자 대낮부터 시원한 맥주가 당겼으니 말이다. 아니지, 우린 산책을 하며 맥주에 대한 확고하고도 훌륭한 영감을 떠올린 거다. 여행 전, 하이델베르크에서 어디 가서 뭘 먹을까를 고민하다 3곳의 식당을 골랐다. 먼저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Roten Ochsen. Hauptstrasse 217번지,영업은 11시 30분부터 14시까지 및 17시부터, 근데 일요일은 휴무다. 오늘이 일요일이니 점심 후보에선 어쩔 수 없이 탈락이다. 이곳을 꼭 가고자 했다면 토요일인 어제 저녁에 가야 했다. 영화 '황태자의 첫사랑'의 배경으로도 잘 알려진 곳이다. 그리고 Vetter. 카를테오도르 다리로..
8. 6 (일) 전 : 학생감옥 속 한글 마땅히 새벽에 떠진 눈. 햇반과 계란, 된장찌개에, 도이치식 감자샐러드와 야채샐러드까지 곁들어 7시에 아침식사를 한다. 감자샐러드는 2~3mm 두께의 익은 감자를 새콤한 소스로 버무린 것인데, 일반 마트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비엔나에선 보통 병조림 형태로 판매되지만, 이곳 하이델베르크 REWE에선 불투명한 플라스틱통에 넣어 판매하고 있다. 우린 요 카르토펠살라트를 엄청 좋아해서 독일이나 오스트리아를 여행할 때마다 늘 반찬으로, 또 안주로 즐긴다. 근데, 남편 왈. 요 감자샐러드가 맛이 없단다. 비엔나에서 먹은 게 훨씬 더 맛있단다. 그런가, 난 얘도 맛있는데. 식사 후엔 리셉션에서 무료로 제공되는 커피와 빵을 즐기며 잠시 뒹굴거린다. 크루아상류의 빵은 꽤 맛있는데, 커피는 별 맛이 없다. 9시, 숙..
8. 5 (토) 후 : 기나긴 Hauptstrasse 우린 9년 만에 하이델베르크를 다시 찾았다. 빈에 살던 2008년 3월 말. 짧은 부활절 방학과 휴일을 이용해서 로텐부르크에서 2박을 하며 이곳엘 들렀다. 4월이 코앞이었지만 하이델베르크를 찾은 바로 그날, 때 아닌 눈이 내렸었다. 남편은 로텐부르크보다 하이델베르크의 색채와 웅장함에 훨씬 더 감동했었다. http://blog.daum.net/stelala/14476441 (2008년 3월 23일의 기록) 우리 숙소는 중앙역과 Hauptstrasse의 중간쯤에 위치한다. 아니 실제론 비스마르크 광장 쪽 Hauptstrasse 초입과 훨씬 더 가까우니 당연히 Hauptstrasse까진 걸어갈만한 거리다. 비스마르크 광장을 지나 어렵지 않게 만나게 된 Hauptstrasse는 말 그대로 하이델베르크의 최중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