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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19 밀라노·베네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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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5 (화) 후 : 운하와 운하 사이 100개가 넘는 섬과 400여 개의 다리로 이루어진 베니스의 역사는 6세기경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민족의 침입을 피해 이곳에 온 초기 정착민들은 토르첼로섬 등에 살기 시작했고, 인구가 점차 많아지면서 리알토섬이 중심이 되어 진흙으로 이루어진 섬들에 수없이 많은 나무 말뚝을 박은 후 나무로 기단을 얹은 다음 그 위에 돌을 쌓아 건물을 짓기 시작했다. 여의도 3배 크기인 베네치아는 일반적인 섬과는 달리 지반-갯벌-이 매우 약하고 퇴적층은 바다 위로 살짝만 올라와 있는 형태라서 이러한 독특한 방법으로 준설되었다. 아파트에 짐을 풀어놓고 가장 먼저 한 일은 장보기다. 숙소에서 멀지 않은 Punto Simply로 가는 중 만난 골목길엔 가끔 아니 요사이엔 꽤 자주 발생한다는 아쿠아 알타-바닷물의 범람-를 대비..
2. 5 (화) 전 : 베네치아 가는 Italo 자다깨다를 반복하다 4시반에 눈을 떴다. 이탈리아로도 송출되는 우리 아리랑 TV를 보고 얘기도 나누다가 7시 20분 조식당으로 향한다. 홀빈 상태의 원두를 사러 호텔 앞 Auchan에 들렀으나 분쇄밖에 없어 추가 원두 구입은 실패. 객실에서 휴식을 취하다가 10시 10분, 밀라노 중앙역으로 걸음을 놓는다. 어제도 그제도 그랬듯이 밀라노의 운전자들은 아니, 이탈리아 사람들은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어도 차량을 완전히 멈추지 않고 보행자가 그 자리만 이동하면 얼른 주행을 한다. 마치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난 서울에선 서울 운전자들에게 적응하여 지내다가, 유럽으로 날아오면 독일이나 오스트리아 운전자들의 보행자에 대한 배려를 무의식 중 기대하게 되는데, 역시 이탈리아에선 무리다. 횡단보도 앞에서 길을 건너..
2. 4 (월) 후 : 코르소 코모 Eataly는 두오모역에서 한 차례 환승하여 가리발디역에 내리면 그곳에서 500m 거리에 있다. 차분한 부도심 같은 가리발디역엔 복합쇼핑몰도 자리하고 있고, 색다른 자태의 자연친화적인 아파트도 있다. 가리발디역에서 식재료의 천국인 Eataly로 향하는 길에 만난 개선문엔 신화적 요소가 가득하다. 다산을 상징하는 풍요의 뿔에는 자연의 먹거리들이 넘쳐나고,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를 타고 오르는 뱀에는 건강을 소망하는 깊은 기원이 새겨져 있다. 드디어 도착한 Eataly. 식재료나 요리에 애틋한 관심이 있는 건 아니지만, 이 도시에 왔으니 들러봐도 나쁘지 않을 듯하여 다다른 곳. 나야 물론 가보지 않았지만 우리나라에도 Eataly 매장이 들어와 있다고 한다. 입구부터 헤아릴 수 없는 다양한 종류의 식재료-싱싱..
2. 4 (월) 전 : 두오모 광장에서 맑은 월요일 아침, 붐비지 않은 조식당에서 아침식사를 마치고 어제 오후처럼 중앙역으로 향한다. 중앙역에선 3호선으로 환승 없이 두오모까지 갈 수 있으니 호텔 앞 지하철역에서 출발하는 것보다 효율적이니까. 두오모 광장에서 바라본 하늘은 어제와는 달리 여름날의 그것처럼 푸르디푸르다. 푸른 하늘 아래 다시 본 두오모 성당은 오묘한 대리석이 섬세한 외관을 자아내어 화려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어제 관람하지 못한 두오모 내부를 들어가기 위해선 두오모 오른편의 티켓오피스에서 입장권을 구입해야 한다. 여섯 카운터 중 둘만 오픈된 티켓오피스에서 번호표를 뽑아들고는 무한대로 기다린다. 그리고는 어제보다는 덜 하지만 두오모 내부 입장 대기줄에서도 인내심을 놓쳐서는 안 된다. 우리 차례가 되니 입구를 지키고 있는 군인들이..
2. 3 (일) 후 : 흐린 두오모의 밤 두오모 광장을 사이에 두고 두오모 성당 곁에 자리한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갤러리아엔 카페와 레스토랑, 명품샵이 즐비하다. 갤러리아 내부 바닥엔 아름다운 모자이크 장식이 있는데, 먼저 눈에 띈 것은 로마신화 속에 등장하는 '로물루스와 레무스'다. 늑대 젖을 먹는 태고의 모습 그대로 말이다. 갤러리아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여있는 곳은 '소' 모자이크 장식이었다. 많은 이들이 차례대로 소의 생식기를 발로 힘차게 누르고 한 바퀴를 회전하며 소원을 빌고 있다. 줄서기를 좋아하지 않는 우린 보기만 하는 걸로. 좀처럼 환해지지 않은 하늘, 기억의 끝은 아련하기만 하다. 갤러리아 옆 라 스칼라 극장은 예전 기억보다 초라하고 평범한 모습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고, 그 앞 스칼라 광장엔 전과 다르지 않은 모양새로 레..
2. 3 (일) 전 : 그동안 안녕, 스포르체스코 새벽 2시에 눈을 뜨고 4시경 다시 잠들었다가 6시반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행지에서의 첫 아침, 이 정도면 최고이자 최선의 시차 적응이다. 7시, 거의 첫 순서로 들어선 조식당의 메뉴는 평범했으나 모짜렐라 치즈와 커피는 아주 훌륭했다. 조식당엔 한국인, 일본인, 아랍인, 백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자리를 채워간다. 식사 후엔 Pam 마트로 향했는데, 일요일이라 늦어진 오픈 시각까지 잠시 기다려 클렌징티슈와 물 등을 구입했다. Pam이 호텔 맞은편 Auchan보다 규모도 크다 하여 그곳을 택했는데, 이후 Auchan에도 들러보니 그야말로 대동소이다. 호텔 근처 Caiazzo역에서 2호선 지하철 객차에 오른다. 어제 저녁 중앙역에서 48시간짜리 교통권을 이미 구입했기에 별도의 티켓팅은 필요없는 상황. 스포르..
2. 2 (토) : 밀라노로 날다 2019년 1월 마지막과 첫 2월이 만나는 한 주는 정신을 차릴 수 없이 바빴다. 아니, 이즈음 몰릴 수밖에 없는, 몸까지 써야 하는 나의 업무 덕에 정신 뿐 아니라 육신까지 파김치가 되었다. 게다가 여행 출발 전날은 전보 발령일이라 새 근무지에 서류를 제출한 후, 오후에 집으로 돌아와선 남은 자들을 위한 반찬 준비와 청소, 빨래를 해야 했고 밤이 돼서야 대망의 마지막 순서인 짐 싸기에 돌입했다. 서너 시간 눈을 붙였을까. 새벽 4시반, 알람이 울린다. 준비에 부족함 없으리라 여겼던 1시간은 후딱 흐르고 가방과 캐리어를 확인 또 확인한 후 집을 나선다. 토요일이고 설 연휴 첫날인 셈이라 공항 가는 도로에 자동차는 많지 않았지만 공항버스의 좌석은 순식간에 채워지고 있다. 우리가 탈 폴란드항공은 10시 50..
2019년 2월 : 밀라노·베네치아 여정 월 일 요 여정 실제 일정 2 2 토 밀라노 도착 바르샤바 경유, 말펜사공항에서 중앙역 3 일 밀라노 스포르체스코성, 두오모, 에마누엘레2세 갤러리아 4 월 밀라노 두오모 내부, Eataly, Corso Como 5 화 베네치아 Italo로 베네치아 이동, 산마르코 광장 6 수 베네치아 산마르코 성당, 산마르코 종탑, DFS전망대, 리알토다리 7 목 베네치아 부라노섬, 무라노섬, 산마르코 광장 8 금 베네치아 산타마리아살루테, 산조르조마조레성당, 종탑, 아카데미아 9 토 베네치아 베네치아 마르코폴로공항 출발, 바르샤바 경유 10 일 서울 도착 인천 공항 도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