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표류/2023 로마·피렌체·베니스·빈

(16)
5월 22일 (월) 2 : 눈부신 베네치아 산마르코 대성당 앞은 인산인해다. 성당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 광장을 오가는 사람들, 대운하를 향하는 사람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산마르코 대성당 입장 대기줄에서 20분 이상 기다려 성당으로 들어가니, 입구 앞에 입장료를 받는 창구가 있다. 예전엔 이곳이 계속 내부 공사 중이었고 성당 중 아주 적은 공간만 공개해서인지 그땐 입장료를 징수하지 않았다. 산마르코 대성당은 이집트에서 모셔온 마르코 성인의 유해를 안치하기 위해 836년 건립되었는데, 베네치아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날개 달린 사자상은 현재의 베네치아 수호성인인 산마르코를 상징한다. 5개 돔으로 이루어진 비잔틴 양식의 대성당은 구약성서의 내용, 예수의 생애와 승천, 카톨릭 성인들 등으로 내부를 장식했으며, 성당 전면 위쪽의 네 마리 청동말은 13..
5월 22일 (월) 1 : 부라노 풍경 베네치아에 와서도 새벽 기상은 계속되고 있다. 이미 환한 새벽 5시, 오늘 일정을 확인한 후 간단히 아침식사 할 동네 카페를 검색했다. 아침으로 숙소에서 먹는 한식-물론 간단-을 선호하긴 하지만, 가끔씩은 간단한 현지식으로 먹어도 좋으니 말이다. 7시 반, 구글 평점 좋은 동네 카페 Fiore의 바깥 자리는 벌써 만석이다. 동네 사람들이 드나들 듯한 평범한 분위기의 내부 좌석에 앉아 카푸치노와 크루아상을 주문했는데, 역시 아주 맛있다. 다시 숙소로 들어와 나갈 채비를 하고 8시 20분, 바포레토 선착장으로 간다. 1번 수상버스로 1정거장을 이동해 Ca d'Oro에서 하선한 후, 12번 승선 정류장까지는 도보로 움직여야 한다. 12번 수상버스를 타면 유리 공예로 유명한 무라노섬과 레이스 및 알록달록한 원색..
5월 21일 (일) : 베네치아의 운수 좋은 날 여전히 이른 아침 기상, 비 그친 하늘이 환하게 맑다. 이미 알고 있지만 두오모광장에서 피렌체고아원까지 가는 길을 재확인하고, 산타마리아노벨라역 앞 맥도날드를 검색했다. 8시 10분, 숙소를 나서서 Via dei Servi를 향해 걸어간다. Via dei Servi-도로명-을 따라가면 산티시마 안눈치아타 광장이 나오고 이곳엔 피렌체 고아원이 있다. 피렌체의 견직 길드에서 설립한 피렌체 고아원은 브루넬레스키가 설계한 최초의 르네상스 건축물로, 문과 창문 위의 페디먼트와 원주 아치 위의 테라코타 부조가 아름답고 조화롭다. 1445년 개관한 피렌체 고아원은 1875년에 폐관되어 지금은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산티시마 안눈치아타 광장에서 Via del Servi를 통해 보이는 두오모성당 쿠폴라가 참으로 멋지..
5월 20일 (토) : 피렌체 하늘 아래 아침 5시반,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다. 샐러드와 김, 멸치볶음, 진미채 그리고 멜론까지 늦지 않은 아침식사를 챙긴 다음 두오모 성당으로 간다. 두오모 광장엔 여전히 약한 비가 내린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 두오모 성당 입장 대기줄이 말도 못하게 길다. 아무리 줄이 길다 해도 당연히 들어가야 할 곳-난 이미 두어번 입장했으나 친구들은 처음-이기에 긴 대기줄 끝에 섰다. 기다리는 동안 우리 바로 뒤로 새치기한 뻔뻔한 백인 남녀를 쫓아내고, 우리 뒤에 서있다가 밀려난 두 할머니를 이끌기도 했다. 우리 뒤쪽 대여섯번째 줄 선 사람 뒤로는 마구잡이로 새치기 하는 철면피의 단체여행객-30여명-과 가이드도 있었다. 1시간 10분을 기다려 입장한 산타마리아델피오레 성당에선 쿠폴라의 천장화가 압권이다. 성서 속 '최..
5월 19일 (금) : 피렌체 가는 기차 새벽에 잠시 깨었다 다시 잠이 들었다. 이렇게 고단하면 이른 아침까진 죽어 잘 것 같았는데, 역시 안 되는 것-시차적응-은 안 되나 보다. 서울서 들어와있는 단톡방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카레와 멸치볶음, 계란에 파인애플까지 다 챙겨먹은 후 밖으로 나간다. 로마를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들러야 할 곳은 테르미니역 근처의 산타마리아 마조레 성당이다. 로마 귀족과 교황의 꿈에 성모마리아가 나타나, 한여름 눈 내리는 곳에 성당을 지으라는 계시에 따라 5세기에 건립되었다고 한다. 로마 올 때마다 늘 그 앞을 지났고, 로마에 처음 왔던 2006년 여름에 내부 입장했었다고 생각했는데 완전 착각이었다. 호화롭고 유려한 마조레 성당 내부가 낯선 걸 보니 이번이 처음이다. 검색대를 통과한 산타마리아마조레성당 신랑의 이오니아 ..
5월 18일 (목) : 따로 또 같이 새벽 4시, 눈이 떠졌다. 여전히 쑤시는 다리. 남편과 톡을 하며 이야기를 주고받는데, 서울에선 걱정스러운 일이 쌓이고 있다. 치즈버터바게트에 계란프라이와 바나나를 곁들여 아침식사를 한 다음, 숙소를 나선 시각은 7시 20분. 우린 지하철을 타고 바티칸투어 가이드가 어제 톡으로 안내한 대로 지하철 Ottavia역 앞 미팅장소로 향했다. 이미 바티칸투어 포함하여 바티칸박물관 입장 경험이 2번 있는 나는 제외하고, 친구들만 투어에 참가한다. 가이드와 잠시 얘기를 나누고 친구들에게 손을 흔들면 오늘 오전, 나는 자유다. 박물관엔 가지 않더라도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와 베르니니의 발다키노 정도는 봐줘야 했기에 오늘 오전 혼자여행 중 첫 일정은 산피에트로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일까. 어제도 인파가 출렁이더니 어마어..
5월 17일 (수) : 흐린 로마를 걷다 난 현지인의 비양심과 무질서가 판치는, 이탈리아 수도인 '로마'라는 도시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빈에 살던 2006년과 2008년 그리고 코시국 직전인 2020년 1월에 이어 이번이 4번째 방문이다. 여행지에선 늘 현지인의 문화와 생활에 집중하지만, 로마에서의 내 관심사는 고대 유적 및 르네상스 바로크 예술품들이다. 밤새 2시간 정도만 잤을 뿐 내내 뒤척였고 새벽에 눈을 떴다. 어차피 시차 적응이 안되어 일찍 일어났으니 우선 테르미니역 마트 Conad에 가기로 했다. 그런데 숙소 앞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사진을 찍으려다 살짝 자빠졌는데, 들고 있던 미러리스카메라가 바닥을 찍으며 튀어나온 렌즈로 나를 보호-디카가 아니었으면 내가 다쳤을 수도-해 주더니, 그때부터 렌즈가 움직이질 않는다. ..
5월 16일 (화) : 로마를 향하여 어릴적 친구들과 같이 떠나는 해외여행은 처음이다. 아주 오래전 국내여행을 함께한 적이 있고, 17년 전에 다른 친구가 가족과 함께 비엔나 우리집에 온 적은 있었으나, 다같이 출국해서 동시에 귀국하는 해외여행은 진짜 처음이다. 작년 가을부터 함께 여행일자와 여행지를 선택하고 동선을 만들고 숙소를 골랐다. 코시국 이전에 비해 우리나라 뿐 아니라 유럽도 물가가 많이 올랐고 예약할 것이 많아졌기에 항공권과 숙소와 기차는 물론 입장권, 투어 때로는 식당과 카페까지 예약이 필요했다. 해외여행이 처음인 친구들을 대표해서 고르고 예약하는 일련의 과정들은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내 상황이 달라지다보니 이러한 준비 과정을 예전처럼 신나는 마음만으로 대할 수가 없었다. 퇴직 후 심신이 편안해진 나는 직장에 다닐 때보다 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