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표류/2023 코헴·낭시·스부·뷔부

(32)
10월 11일 (수) : 마리엔베르크와 구시가 맑은 아침, 눈을 뜨니 넓은 침대-폭 80cm 매트리스 2개-를 마다하고 남편이 거실 소파에서 자고 있다. 암막커튼 때문에 침실이 완전 깜깜해서 무언가 불편했다고 한다. 그럼 오늘부턴 커튼을 한뼘 열어놓고 자자고. 야채 채운 3분짜장에 양파수프를 곁들인 최고의 식사를 하고, 숙소의 맛없는 원두 대신 선택한 카푸치노도 역시 최고다. 우선 EDEKA에서 맥주, 오렌지주스, 배추를 사서 냉장고를 채워두고 10시반, 다시 밖으로 향한다. 숙소 근처 트램정류장의 티켓발매기에서 1Tag플러스(1일 2인교통)를 구입한 후 트램을 타고 율리우스프롬나드에서 하차했다. 오늘 첫 행선지인 마인강 서쪽 저 높은 지대에 위치한 마리엔베르크 요새에 가기 위해서는 이곳에서 버스로 갈아타야 한다. 일반적으로 알테마인교 부근에서 걸어..
10월 10일 (화) : 뷔르츠부르크 가는 기차 밤새 자다깨다 숙면하지 못하고 일찍 깨어버린 아침, 숙소 앞 거리에 식료품을 공급하는 대형 컨테이너 트럭 3대가 주차 중이다. 서로 골목을 꽉 채우고 있어서 트럭이 다시 나가기 상당히 어려워보였으나 대형 트럭은 좁은 길을 용케도 빠져 나간다. 혹시 건물에 부딪치지 않을까 하는 염려증이 발동하여 구경하면서도 아슬아슬 걱정스러웠는데, 괜한 기우였다. 라면과 밥, 그리고 카푸치노와 티라미수까지 챙겨먹고 짐 싸기에 돌입했다. 참 이상한 것이, 여행 기간의 3/4을 넘긴 시점이라 바리바리 들고온 한국 음식은 거의 다 먹었고 현지에서 구입한 물건도 없는데, 왜 캐리어 무게는 별로 줄지 않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오전 10시, 체크아웃 전 마지막 프티트프랑스 산책에 나선다. 외벽에 도로명이 병기-프랑스어,독일어-..
10월 9일 (월) 2 : 보방댐 파노라마테라스 머리와 마음을 대강 채웠으니 이제 고갈된 육신을 채울 시간이다. 오스텔리츠 광장 근처에서 괜찮은 레스토랑을 찾았으나 평일 낮-오늘의메뉴가 괜찮은듯-인데도 예약이 꽉 차서 자리가 없다 한다. 휴가 시즌이나 성수기가 아닌 가을인데도 이런 상황이니, 인기 있거나 가성비 좋은 식당은 예약 필수인 듯하다. 다른 거리로 움직여서 평점 좋은 레스토랑 실외에 앉았다. 처음엔 실외 자리의 왼쪽에 앉았다가 곧 레스토랑 출입문과 가까운 맨오른편 좌석-사진엔 안 나오는-으로 옮겼다. 식당 바깥 작은 칠판에 오늘의 메뉴-Plat du jour-인 듯한 이름이 쓰여있기에 그걸 주문하자, 완전 처음 보는 비주얼의 음식이 나왔다. 알고보니 이곳은 놀랍게(?)도 레바논 레스토랑이었고 탁자 위에 놓인 음식은 레바논식 또는 아라비아식 식..
10월 9일 (월) 1 : 스트라스부르 알자스박물관 컨디션이 나쁜 것도 아닌데 웬일인지 6시도 안되어 눈이 떠졌다. 아침 7시, 카톡엔 지난 5월 함께 유럽여행을 했던 친구의 부친상을 알리는 부고 문자가 들어와 있다. 지난해 9월과 올해 4월 그리고 이번까지, 유럽을 여행할 때마다 절친한 선후배나 친구가 상례를 치른다. 이제 우리 나이가, 부모님이 언제 귀천하시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중장년이 된 것이다. 야채볶음밥을 먹고, 마지막 남은 커피캡슐을 커피머신에 넣은 후 푸딩과 초코무스도 식탁에 올렸다. 비어있는 커피캡슐통은 오늘이 스트라스부르 여행의 마지막 날임을 알려준다. 오전 9시 40분, 숙소를 나섰다. ile섬 옆, 일강에 초근접한 Musée alsacien 알자스박물관으로 입장한 시각은 10시. 문 열자마자 들어간 셈이다. 입장권 구입 후 선택 가능한..
10월 8일 (일) : 우리가 그린 도시 몽실몽실한 구름이 하늘을 장식하는 아침이다. 어쩌면 이리도 그린 듯 예쁠까. 오늘 작정한 곳은 소소한 한두 군데. 그저 마음 닿는 대로 기분 닿는 대로 다녀볼까 한다. 8시반, 카레에 올리브와 깍두기를 챙기고 커피와 레몬타르트와 요거트까지, 아침부터 아주 잘 먹고 다니는 여행이다. 10시 20분, 움직이기엔 아직 이른 시간일까. 정말 사방이 조용한 일요일 오전이다. 이상 기온에 휘청이던 나뭇잎은 이제야 옷을 갈아입기 시작하고 일강의 백조들은 고요함을 즐기며 노닐고 있다. 시민들 또는 여행객들은 강가 벤치에서 옅은 햇살을 받으며 가을날의 평온을 만끽하고 있다. 소소한 오전 일정은 La maison égyptienne-이집티안하우스-이다. 구시가에서 일강 너머 북쪽으로 향하면 특색 있는 거리가 나오는데, 그..
10월 7일 (토) : 스트라스부르의 초상 밤에 시작해서 새벽까지 이어진 불금의 소란은 엄청났다. 술집 노천좌석과 골목길에서 수십 명이 동시에 또 지속적으로 내뱉는 소음은 상상 이상이었다. 중심가 숙소 바로 옆 건물 0층에 술집이 있다는 것은 소리-음성이든 음향이든-에 예민한 이에겐 치명적일 수 있다. 어제 저녁부터 주방등 2개 중 하나가 접촉불량인지 켜지다말다 하더니 다행히 아침엔 제대로 점등된다. 뇨끼와 숙주나물을 한껏 넣은 라면은 우리의 아침식사가 돼 주었고 푸딩과 쿠키와 커피는 열량 높은 후식이 되어주었다. 서늘하고 맑은 아침, 토요일에는 오전만 개방되는 Cave 와인 저장고로 향한다. 불금 소음에 좀 시달리긴 했어도 숙소 크기와 위치는 누가 뭐래도 최고다. 스트라스부르 어디든 몽땅 도보 범주니까. 프티트프랑스를 지나고 일강을 건너 천천히..
10월 6일 (금) : 알자스 마을, 오베르네 아침 7시, 숙소 앞 거리에 청소차가 지나가고 거실 창 밖 외벽 가로등은 여전히 밝다. 버섯과 호박, 계란과 김치만두를 듬뿍 넣은 잔치국수로 속을 탄탄히 한 후 커피와 달디단 초코칩쿠키까지 채우면 준비 완료. 오늘은 스트라스부르 근교 오베르네로 간다. 흐린 스트라스부르 하늘, 목적지 없는 사람처럼 천천히 움직여 9시 50분, 버스정류장에 이르렀다. 버스 출발까진 시간이 많이 남았기에 티켓 판매소에 들어가 매우 친절한 흑인여직원에게 버스 티켓-버스기사에게 구입가능-을 구입했다. 기점이자 종점인 넓은 버스정류장 앞에 큰 쇼핑몰이 있는데, 빵집과 패스트푸드점과 마트 등이 입점된 0층만 살짝 둘러보았다. 10시 20분, 오베르네 가는 257번 버스가 출발한다. 스트라스부르에서 남서쪽으로 26km 거리에 위치한 ..
10월 5일 (목) : 일강 따라 거닐기 우리 숙소에는 침실과 거실에 침대와 소파베드가 있는데, 숙소의 거실 창문 외벽엔 조도 높은 가로등이 설치되어 있다. 그런데 침실 커튼과는 달리 거실 블라인드는 그 불빛을 완전히 차단하지 못하기 때문에, 빛에 예민한 경우 거실 소파베드에서 잠을 청하는 건 어려울 듯하다. 위치와 가성비는 더할나위없이 탁월하지만, 디테일한 면에서 좀 부족한 아파트다. 아침 8시에 들여놓는 된장찌개와 에그스크램블은 매우 탁월하다. 돌려놓은 세탁기에서 빨래를 꺼내어 빨래건조대에 잘 널어두고 9시 40분, 스트라부르 탐색에 나선다. 오늘 오전 일정은 특별히 정해놓은 것이 없으니 마음 가는 대로 그저 가기만 된다. 첫 발길은 스트라스부르대성당. 어제 오후와는 달리 한적한 성당 뒤편에 한국어를 장착한 꼬마기차가 잠시 정차 중이다.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