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표류/2023 포르투·리스본

(20)
4월 13일 (목 ) : 벨렝의 하늘 새벽에 속이 부대껴 눈을 떴다. 약을 먹고 다시 잠들어 느즈막히 기상한 아침.오늘은 오전에 올드트램 승차와 마트 쇼핑을 하고 오후엔 벨렝 지구를 둘러볼 예정이다.Terreiro do Paco 지하철역에서 비바비아젱카드 1일권을 구입한 후 마르팀모니즈역으로 향한다. 28번과 12번 트램 종점인 마르팀모니즈역 근처 트램 정류장에 긴 줄이 늘어서 있다.대열에 합류하여 꽤 기다리다 확인해 보니 우리 줄 앞쪽에 이어진 긴 줄이 더 있다.이런 줄 알았으면 탈 생각을 안했을 텐데, 어차피 기다렸기에 더 기다려 타기로 했으니 대기시간이 무려 1시간 15분. 28번이든 12번이든 상관없었으나 우리 차례에 멈춘 트램은 28번이다.순서대로 오르다보니 선택지 없이 좌석은 오른쪽. 왼쪽이 더 좋은데 말이다. 서서 가는 사람도 ..
4월 12일 (수) : 가장 오래된 동네 여행지가 바뀌어서인지 잠자리가 바뀌어서인지 새벽 내내 잠을 설쳤다.맑고 푸른 아침, 어제 저녁과 똑같은 메뉴의 한식을 챙겨먹고 알파마 지역을 걸어볼 예정이다.그런데 가파른 숙소 계단을 3층-우리식으론 4층-까지 오르내리기가 참 걱정스럽다.이젠 계단에서 넘어지면 큰일 나는 나이라, 우린 난간 손잡이를 잡고 조심조심 천천히 내려간다. 10시, 숙소를 나와 알파마 지역을 마음 가는 대로 걷는다.걷다보면 알파마의 가파른 언덕과 끝없는 계단이 여기저기 사방으로 펼쳐진다.1147년 건립된, 딱 봐도 외관이 로마네스크 양식인 리스본 대성당은 지금 공사 중이다. 1755년 11월 1일, 모든 성인을 기리는 축일이었기에 성당마다 미사가 진행되던 시각, 리스본에 엄청난 지진이 발생한다.리히터 규모 9에 해당하는 어마무시한..
4월 11일 (화) : 리스본 가는 길 이른 아침, 빗방울이 흩날리고 있다. 리스본으로 이동하는 날인데, 계속 비가 내린다면 상당히 불편하고 번거로울 터. 포르투갈식 마늘수프-맛은 별로-와 빵, 우유로 아침식사를 한 후 기차에서 점심으로 먹어줄 유부초밥을 만들었다. 짐 정리를 마친 9시, 밖으로 나와 숙소 바로 옆에 위치한 카페로 향했다. 구글 평점 괜찮은 동네 카페인데, 가봐야지 하다가 결국 포르투를 떠나는 날에야 들르게 되었다. 카페 주인 혼자 분주한 아침, 카페 안 작은 테이블에 앉아 Abatanado-아메리카노 비슷-를 마셨다. 오, 근사한 커피 맛. 카페에 아침 손님 많은 이유가 다 있다니까. 다행히 비 그친 숙소 근처 거리. 그저께처럼 스페인 차량들의 유리가 또 파손되었나 보다. CCTV 없는 거리, 누가 봐도 고의성 짙은 이 사건..
4월 10일 (월) : 수정궁 정원에서 여행 1주일째, 이제야 시차 적응이 되나 보다. 게다가 어제 많이 걷지 않은 덕분에, 가뿐하고 쾌적한 아침이다. 오늘 행선지는 수정궁 정원-Jardins do Palácio de Cristal-으로, 숙소로부터 2.2km 거리다. 걷기엔 조금 멀었기에 지하철 볼량역 발매기에서 안단테 카드를 충전 후 200번 버스에 올랐다. 승객 몇 없는 시내버스는 넓지 않은 도로 위를 엄청난 속력으로 달린다. 교통 질서 준수 여부는 선진 시민의 기준 중 하나인데, 이 나라는 보행자도 운전자도 기준점에서 모두 탈락이다. 금세 도착한 수정궁 정원. 여행 기간 내내 맑던 날씨가 아쉽게도 딱 흐리다. 정원 정문에 들어서니 바로 포르투갈 국민맥주 슈퍼복-아마 스폰서-의 이름을 딴 아레나가 나타나 준다. 산책 중인 사람들이 거의 ..
4월 9일 (일) : 포르투의 휴일 히베이라와 가이아를 거닐었던 전날의 피로가 많이 남은 일요일. 새벽 안개까지 낀 날이니 이곳에서도 일요일은 쉬엄쉬엄 쉬면서 지나야 할 듯하다. 든든한 한식으로 아침을 채웠으니 오늘도 에그타르트를 채워볼까. 다른 카페와 맞대어 자리한, 볼량 시장 옆 만테이가리아에서 주문한 나타와 에스프레소를 들고 협소한 실내 대신 바깥 벤치에 앉았다. 이곳 Nata는 파브리카나타보다 단맛이 강하고 계란노른자의 풍미가 덜 느껴진다. 휴일 오전의 산타카타리나 거리는 다른 때보다 덜 북적여 산책하기에 아주 그만이다. 느슨해진 거리를 천천히 걸으며 진열장을 구경하고는 'porto'라 새겨진 사소한 기념품을 구입했다. 여기저기 쏘다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 경찰 두엇과 몇몇 사람들이 주차된 차량들을 가리키며 심각한 얼굴로 대화를 ..
4월 8일 (토) : 히베이라와 가이아 사이 어젯밤부터 울리기 시작한 경보음이 아침까지도 울리고 있다. 밤새 소음이 계속된 듯한데, 방음 잘되는 창문을 꼭 닫고 잔 덕에 숙면엔 지장이 없었다. 오늘도 찾아온 녀석들은 아예 수영장에 터를 잡았다. 오전 9시, 산타카타리나 거리의 알마스 성당 출입문이 드디어 열려 있다. Almas-영혼-알마스 성당 외벽엔 프란체스코 성인과 카타리나 성녀의 행적을 묘사한 아줄레주 벽화가 장식되어 있다. 미사 전에 들여다 본 성당 내부는 차분했고, 성수대가 설치된 내벽에도 프란체스코 성인과 산타카타리나의 모습이 아줄레주가 되어 있었다. 도우루강으로 가는 길, 그제와는 다른 방향으로 가볼까. 과거 수도원 건물이었던, 왕의 궁전이라기엔 잔잔하고 소박한 볼사 궁전 옆을 지난다. 이어 여느 유럽 도시의 강보다 강폭 넓은, 사흘 ..
4월 7일 (금) : 포르투 속 포르투 이른 아침, 거실 창문을 여니 역시나 갈매기들이 비행 중이다. 이젠 저 녀석들과 아주 친숙해졌다. 마치 우리와 함께 하는 반려조 같기도 하고 우릴 지켜주는 순찰조 같기도 하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세탁기를 돌려놓은 후 어제는 들르지 않았던 콘티넨테로 향한다. 여행지에서 마트 쇼핑은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인데, 우리가 꼽는 최고의 마트는 현지인들이 애용하는 큰 마트다. 선호하지 않는 마트는 여행객들 대상의 점포로, 대체로 기차역 근처나 관광지 한복판, 여행자 숙소가 많은 곳에 위치해 있다. 이런 곳은 현지인 대상 마트보다 물품이 다양하지 않거나 품질이 떨어지기도 하고 품목이 한정적이거나 가격이 비싸다. 포르투갈 마트에서 신기했던 건 판매하는 생수가 5L나 7L 짜리도 있다는 것이다. 5L 짜리를 구입하려다가..
4월 6일 (목) : 동루이스 다리 너머 이른 아침, 창 밖 남의집 정원 위로 바다인 양 갈매기가 소란스럽게 날아다니고 있다. 4월 아침 대기는 상당히 쌀쌀하고, 실내는 습기 없이 꽤 건조하다. 어제-한식-와는 달리 빵과 수프, 치즈, 샐러드, 커피 등으로 아침 식단을 마무리한 후 8시 반, 길을 나선다. 외관이 푸르디푸른 알마스 성당을 지나고 내부가 푸르른 상벤투역을 지나면 어제처럼 마주치는 도우루강. 오늘은 복층 아치교인 동루이스 다리의 2층을 걸어 도우루강을 건너가기로 했다. 85m 높이의 아찔한 상층엔 자동차-하층으로 통행-는 지날 수 없고 지하철(?) 선로와 보행자를 위한 인도만 마련되어 있다. 400m 길이의 다리 위에서 보는, 그리고 상층부 다리를 건너 빌라노바가이아 지역에서 보이는 도우루강이 정말 아름답다. 자연과 건축물과 구조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