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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삶과 사랑 사이

라디오 스타

보는 내내 웃음을 끊을 수 없는 영화가 있다.

한편으론 재미나고 또 한편으론 황당해서. 그리고 러닝타임이 계속될수록 혈관 속으로 퍼지는 감동 때문에...

 

1988년 가수왕 '최곤'.

그러나 지금은 강변 카페촌에서 그의 전무후무한 히트곡 '비와 당신'을 별 열정도 없이 부르며 사는 한물 간 가수다.

그의 20년지기 매니저 박민수는 늘 크고 작은 문제를 일으키는 최곤의 뒤치다꺼리를 기꺼이 감내하면서. 항상 최곤을

최고 스타로 대접하며 아니 받들며 그의 재기를 엿본다.

 

그러던 중, 본인의 뜻과는 상관없이, 통폐합을 3개월 앞둔 영월방송국의 라디오 DJ 자리에 앉게 된 최곤.

어차피 의지없이 밀려밀려 맡게 된 일이라 그에게 열의를 기대하는 건 무리.

그러다보니, 방송 사고는 기본이고, 대본 무시에, 제멋대로의 진행이 계속된다.

그러나 상식을 무시한 진행이 폭발적인 흥미와 인기를 끌면서 최곤의 프로그램은 지역 사회의 해결사 노릇까지 하게 된다.

방송은 인터넷을 타며 전국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방송사에선 최곤의 프로그램을 전국으로 송출하기로 결정한다.

그때 최곤 앞에 나타난 가수 전문 기획사 대표. 20년을 동고동락하던 매니저 민수는 최곤의 재기를 위해 그를 떠나기로

마음 먹는데...

 

무슨 일이든 그러하겠지만, 배우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닌 듯 싶다.

영화 '라디오 스타' 속의 참 배우 둘은 정말 연마되고 준비된 배우였다.

가수 최곤(박중훈)과 매니저 박민수(안성기), 두 캐릭터가 서로에게 보여주는 속 깊은 정은 누구나 표출할 수 있는 단조로운

성향이 결코 아니었으니까.

 

긴 세월이 남기는 것은 그저 '시간'만은 아니다.

함께 나누어 가진 세월 안에는 기쁨이 있고 고통이 있고 또 추억이 있다.

공유된 추억들이 있는 한, 지금 안온하지 못한 삶을 살고 있다하더라도, 추억을 나눈 사람에게서는 등을 돌릴 수 없는 것이다.

그러하기에, 좌충우돌 주인공 최곤의 선택은 너무나 명확해진다.

봄 바람 오락가락하는 이 오후, 오래도록 추억을 함께 지었던 이들에게 얼른 짧은 글 조각이라도 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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