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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삶과 사랑 사이

먼 그대

꽃들은 별을 우러르며 산다.

이별의 뒤안길에서
촉촉히 옷섶을 적시는 이슬,
강물은
흰 구름을 우러르며 산다.
만날 수 없는 갈림길에서
온몸으로 우는 울음.
바다는
하늘을 우러르며 산다.
솟구치는 목숨을 끌어 안고
밤새 뒹구는 육신,
세상의 모든 것은
그리움에 산다.
닿을 수 없는 거리에
별 하나 두고,
이룰 수 없는 거리에
흰 구름 하나 두고.

 

- 오세영, 먼 그대 -

 

 

< 빈, 미노리텐 성당 >

 

아핫,

3월 말이 어찌 2월보다 더 춥다.

3월 하루, 

어느 집 정원에 가득 핀 개나리를 보곤

나는 이미 겨울에게 등판을 보여줬었다.

그런데, 요상하고 괴이한 이 기후는

겨울과 봄의 경계를 알뜰히도 혼합시켜버렸다.

사흘 연이어 몰아치는 한동안의 눈발,

가야 할 길은 멀기만 한데,

봄은 그리움보다 더 멀기만 하다.

 

 

 

< '샤갈'과 상상의 변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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